최종편집 : 2022-11-28 07:25 (월)
[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단편영화 창작
상태바
[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단편영화 창작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를 자연스럽게 영화계로 이끈 단편영화 '동춘(童春)'
▲ 나를 자연스럽게 영화계로 이끈 단편영화 '동춘(童春)'

나의 영화제 첫 수상작은 대학생 때 만든 <동춘>이다. <동춘>은 1980년 신군부 시절에 만들어졌다. 당연히 그 시대상을 풍자할 수밖에 없었다. 자유를 빼앗긴 소년과 그를 구속하는 나쁜 어른의 갈등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을 그려보고자 했다. 남대문 시장을 배경으로 자유를 찾아가는 소년의 고군분투는 때론 다큐멘터리처럼 사실감 있게 영상화됐다.

마지막 장면은 강변이다. 종이배를 접어 강물에 띄운 소년은 멀어져 가는 종이배를 좇아 뛰어간다. 그러나 그의 동작은 슬로모션일 뿐이다. 무소르크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소년은 멀어져 가는 종이배를 바라보며 석양녁에 실루엣으로 서있다.

이 영화는 영화진흥공사에서 주최하는 청소년영화제에 출품되었으나 예선 탈락했다. 그러나 그해 영화인협회에서 주최한 제1회 한국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영화제의 성격이 서로 달라 수상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나의 영화계 진출은 이 영화의 수상으로 굳혀졌다.

두 번째 수상작은 1983년에 만든 <맥(脈)>이다. 그해에는 이산가족 찾기 행사가 벌어져 온 국토가 눈물바다가 됐다. 나는 KBS스튜디오로 가서 그 만남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그리고 한국무용 살풀이춤과 몽타쥬 시켜 민족의 아픔을 영상화했다.

마지막 장면은 무너지는 철책선이었다. 모처에서 철책을 넘어뜨리며 촬영한 우리 서울 AMG의 스태프들은 열혈청년들이었다. 영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통일은 되어야 한다!”가 되었다. 이렇듯 영화는 그 시대에 꼭 만들어야 할 소재를 택하면 설득력 있는 영화가 되고 공감대 형성이 된다. 그것은 분명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상을 받기위해 이런 소재를 택하라는 것이 아니고 그만큼 유리하다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감독의 독창적인 시선과 시대정신이다. 이런 소재를 만난다는 것은 감독으로서는 행운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감독들은 그것이 행운의 기회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데 그래서 감독은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발로 뛰는 열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나는 몇 작품이지만 초창기에는 그 시대에 만들어야 하는 시대상을 담아낸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난 후에 보다 영상적으로 표현을 해야 하는 영화적인 소재를 택하였다. 그렇게 해서 안익태 작곡의 코리아 환타지를 영상화한 <한국환상곡>과 불교의 49재 의식을 통해 한국의 어머니의 일생을 영상화한 <회심>등의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그 모두가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영화제에서의 수상 비결은 분명히 있다. 수상의 자리는 우선 열정을 갖춘 자 만이 설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다. 죽기 살기로 만드는데 무엇이 불가능할까? 좋은 단편영화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글로나마 자신의 생각을 창작해 볼일이다.

글쓰기는 글 읽기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시나리오는 물론 소설이며 시, 희곡 등을 가리지 말고 많이 읽어야 한다. 불후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국내외 명작들은 필독서이다. 특히나 단편소설의 묘미를 만끽하자. 마음에 드는 작품은 직접 시나리오 형식으로 각색을 해본다. 글 읽기는 글쓰기의 시작이며 글쓰기는 영상 만들기의 첫 과정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연극이며 음악, 미술, 무용 등 다른 예술 장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영화와 관련 있는 사진 찍기는 필수 과정이다. 특히나 영화평론서는 물론이고 예술 창작과 역사, 철학에 대한 인문서를 권한다. 흔하디흔한 이야기만으로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은 필독서이다. 인간의 심리를 그리는 것이 영화이고 정신분석학은 필공이다. 이후에 보는 영화의 화면은 단순한 관객의 입장과 다를 것이다. 감독의 연출이 보이고 의도를 분석하게 되면 평론가가 될 수 있다. 영화를 본 후에는 많은 사람과 토론을 나눠라.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의 생각의 차이를 통해 관점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좋은 감독은 좋은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다”라는 말이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세계 100대 영화 목록을 구해 하나씩 구해본다면 금방 영화 보는 눈높이가 달라질 것이다. 역대 단편영화제 수상작도 필견이다.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기성 감독이 영화가 있어야 한다. 그의 세계를 이해하고 진면목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영화감독이 되는 지름길을 발견한 것과 다름없다.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해서 그의 세계를 통해 보다 빠르고 폭넓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는 뉴스 읽기도 필요하다. 사회상을 알기위해 월간지나 기타 잡지도 두루 읽어둬야 할 일이다. 도서관은 이런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장경험도 중요하니 단편영화 제작현장이든 극영화 현장이든 참여하여 경험을 넓힌다.

또한 자신의 인생에 도움을 준 멘토를 모셔라. 그를 디딤돌로 삼아 시행착오를 줄여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학교 수업이나 하는 일과 병행해야 하니 감독지망생들은 얼마나 바쁘겠는가? 그래도 해야 한다. 자신의 영화가 내용 없는 필름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