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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와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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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와 다큐멘터리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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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촬영지 블라디보스톡에서
▲ EBS 다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촬영지 블라디보스톡에서

나는 다큐멘터리 PD다. 오랜 기간 다큐 제작을 해왔었고 지금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 30여 년간 만들었고 연출 편수도 184편이다. 지금도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인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다큐도 여러분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러한 기네스 기록감인 제작은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작을 할 수 있었던 EBS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많이 만든 것이 결코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밝히지 못할 일도 아니다. 신성일 배우는 해외에 나가 출연작 밝히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너무 많기 때문인데 나도 공장장 수준이다. 안태근 표 다큐멘터리이다. 다큐 184편이라는 것이 쉽게 전달 안 될 수도 있는데 국민감독인 임권택 감독의 연출작이 102편인 것을 보면 184편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영화와 TV 다큐는 여러 가지로 비교하기 힘들고 우선 영화는 기획에서 부터 제작까지 기간이 너무 다르다. 영화는 몇 년이 소요되지만 TV 다큐는 보통 몇 달을 주기로 한다. 한 달에 한 편 꼴로 만들어 질 수 있는게 TV 다큐이다. 그래도 184편이면 매달 한 편씩 15년 넘게 만들어야 하는 편 수이다.

필름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살풀이춤> 등을 빼고 방송사에서 처음 만든 다큐가 <전통문화를 찾아서>였는데 무려 5년간 제작한 다큐이다. 우리의 전통문화 아이템 중에서 골라 매주 1편씩 소개한 30분 다큐인데 1991년 9월부터 시작하여 1995년 2월까지의 총 편수가 80여 편으로 격주로 만들었다. 그사이 재팬 프라이즈 출품작인 <DMZ>등을 만들었고 특집 다큐도 제작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제작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문뜩 돌아보니 햇수로 5년이 지나 있었다. 그러나 나만 계속 만들었을 뿐이고 파트너 PD는 계속 바뀌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반증이다. 그리고 방송기자 생활을 하며 <교육문화뉴스>를 담당했었다.

다시 다큐를 만난 건 <역사 속으로의 여행>이라는 40분 짜리 역사 다큐이다. <고산 윤선도>가 생각나는데 역사속의 인물들을 두루 만났다. 가장 가까운 시대의 인물이 영화인 춘사 나운규이다. 저작권 관련해 검찰에도 불려가고 상도 받고 했다. 그리고 열린 교육 시대를 맞아 교육 다큐도 제작해 전국 학교에 배포되기도 했다.

소띠 해였던 1997년에는 설날특집 <소에 관한 기억>, 부처님 오신 날 특집 <달마 이야기>, 광복절 특집 <일제강점기의 영화>, 추석특집 <비법, 우리 고향의 명주> 등을 계속해 만들었다. 시간상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는데 50분 종합구성 프로그램인 <TV 인생노트>를 같이 매주 제작하였다고 한다면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전파낭비를 한 것은 아니다. 당시 두 팀 이상의 작가진과 두 팀의 조연출이 있었고 그들은 가장 뛰어난 환상의 팀이었다. 방송은 종합예술이다. 당시는 인터넷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일일이 교수와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논문을 읽고 원고를 쓰던 때이다.

<EBS스페셜> 프로그램으로 <복지한국을 생각한다>를 미국과 상가폴을 취재해 만들었으나 예상치 못한 IMF 외환위기로 빛이 바랬다. IMF로 기획된 프로그램이 <다큐 이사람>이다. 어려운 시절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프로그램으로 우리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만났었다. 기억나는 사람이 <난곡아줌마 엄금선씨의 세상사는 법>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다. <춤보시하는 노총각 김광룡>도 잊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프로그램 방영 후 1억 원을 후원받고 열심히 살았건만 우리 곁을 떠났다.

2002년에는 지역별 풍수지리의 특성을 다룬 <알기쉽게 풀어본 풍수지리>를 연출했다. 2004년에는 대형 다큐를 제작했으니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3부작이다. 일제강점기 해외로 나간 사람들을 다룬 다큐이다. 2007년에는 한중수교 특집 5부작 <청사초롱과 홍등>을 제작했다. 대형 다큐들은 여러 나라를 돌며 어렵게 제작을 했었는데 제작기가 씌여졌고 <청사초롱과 홍등>은 책으로도 출판되었다.

이후 연출작은 메디컬 다큐 <명의>이다.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돕는 명의들의 활동은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 왕국이라고 불리는 EBS에는 나와 같은 경력의 프로듀서가 많다. 방송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고 그 실현이다. 어제까지 책상위에서 잠자던 기획안도 내일 방송을 위해 오늘 제작해야 하는 각오이어야 한다. 물론 10년을 내다보고 지금부터 준비하여야 하는 것이 다큐멘터리이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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