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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론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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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론 ②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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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만들 것인가?
2010년에 제작한 '안중근 순국 백 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 촬영
▲ 2010년에 제작한 '안중근 순국 백 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 촬영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진실성 있게 기록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 제작자나 감독은 세상을 향해 무슨 하고픈 말이 있기에 그것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그냥 만드는 것이 다큐멘터리는 아닐 것이다. 남보다 앞선 생각으로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것은 창의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이 세상을 밝고 유익하게 만들고 그것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멘터리라는 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여러 가지 상징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서 전달하는 영상콘텐츠의 한 장르다. 다큐멘터리는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될 이상향, 진선미라던가 정의, 즉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장르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선도적이고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원래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아서 드라마도 만들었지만 다큐가 가슴에 와 닿았고 현장에서 일하면서 다큐감독으로 데뷔를 했다. 다큐멘터리는 가공된 스토리보다 있는 그대로 사실성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있는 그대로 자연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장르이다. 극영화 시나리오도 썼지만 다큐멘터리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장르이다.

다큐멘터의 장르는 다양하다. 다루는 분야에 따라 시사다큐멘터리, 역사다큐멘터리, 의학다큐멘터리, 인간다큐멘터리, 문화다큐멘터리, 교육다큐멘터리, 자연다큐멘터리 등으로 구분된다. TV시대 이후 사람들은 드라마에 중독되다시피 했다. 아침서부터 밤까지 TV가 보여주는 수많은 드라마는 이미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해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사회가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혼율의 급증을 단순한 사회현상으로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늘어났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사랑과 불륜의 틈바구니에서 아무 생각이 없이 사는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다. 왜 주부연합회에서 이 땅의 주부들을 불륜여로 몰아가는 드라마에 대해 경고하지 않는지 모를 지경이다.

다큐멘터리는 오염된 시청자들의 사고를 순화시켜주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감각을 채워주는 청량제같은 역할이다. 이 사회가 알고 싶어 하며 필요로 하는 소재를 찾아 가장 객관적인 시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드라마가 보여줄 수 없는 아름다운 세계나 순수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기능은 기록보존과 정보전달은 물론 인간의 심성을 담아내는 순수한 다큐 등 여러가지가 있다. 요즘은 독립영화로 양질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있다. BBC나 NHK가 만든 우수 다큐멘터리들은 국경과 시공간을 초월해 전세계에 방송되었다. 온라인의 OTT 채널을 통해 전세계가 하나가 된 요즈음이다.

EBS가 제작중인 <다큐 프라임>도 교육전문 공영방송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기획되었다. 공영방송으로서 EBS가 제공해야 하는 최상의 교육콘텐츠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오랜 기획기간을 거쳐 제작된 것이다. 좋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키위해서는 우수한 제작인력 외에 충분한 기획 및 제작기간, 그리고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2013년에 불교언론상에서 대상을 받은 <천장(天葬)> 등이 제작되었다. <천장>은 티벳의 장례풍습, 사상, 철학들을 담아내기 위해 3년을 찍었으니 엄청스러운 다큐이다. 제작기간과 예산, 인력의 3박자가 맞아줘야 하는데 무엇인가를 담아내겠다는 열정이 우선이었다.

다큐멘터리의 기능은 인간의 순수성을 찾아주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 삶의 실상을 가감 없이 다룰 수도 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지상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선(善)의 경지이다.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최상의 세계, 지극한 정성으로 빚어낼 가치가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물론 사회에 해악이 되는 추악한 사실들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도 있지만 그 기획은 선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곧 인류 최고의 진선미(眞善美)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 바로 다큐멘터리이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송되는 다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추천하고 싶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바로보기가 필요하다. 진실한 이야기를 추적하는 것이 감독의 몫인데, 관객들도 잘 꿰뚫어 봐야 한다. 비판적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봤을 때 올바른 다큐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를 자주 봐야한다. “나라면 저런 부분을 취재해서 보여줬으면 좋을 텐데, 저런 부분은 잘못됐는데...” 그런 안목을 길러야한다.

좋은 다큐멘터리는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한다. 내가 만든 다큐멘터리를 예로 든다면,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인 2010년에 제작한 <안중근 순국 백 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이다. 안 의사 유해가 중국 여순감옥 수인묘지에 묻혀있다. 방송사상 처음으로 유해매장지를 방송해 경각심을 일깨워서 당시에 상당히 이슈가 되었다.

이렇듯 시대정신을 담아 사회경종을 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매번 그런 다큐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궁극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큐 제작에서 왜곡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런 것은 지양해야 하는데 시간에 쫓기게 되면 완성도가 떨어진다. 기획이 제대로 전해져 제작기간하고 맞물려서 양질의 다큐멘터리가 되었으면 한다.

독립영화 다큐멘터리들은 독립영화 작가들에 의해서 장기간 취재가 되는데 혹여 너무 목적성을 갖고, 편협한 시각으로 가면 안된다.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들은 올바른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다큐멘터리가 한때 선동수단으로 쓰였는데, 프로파간다적인 다큐는 경계해야 한다. 폭넓은 시각으로 설득력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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