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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다큐 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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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다큐 이사람'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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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이사람, 새가 날아 나도 살고 조류협회장 김성만' 편 촬영 현장에서
▲ '다큐 이사람, 새가 날아 나도 살고 조류협회장 김성만' 편 촬영 현장에서

<다큐 이사람>은 IMF 한파로 어수선했던 1998년 3월에 EBS에서 첫 방송됐다. 부도, 정리해고, 종금사 폐쇄, 금리 인상, 물가 인상, 환율 하락, M&A로 위기에 몰린 한국 사회에 무언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자 기획돼 나를 비롯해 4명의 PD가 한 달 텀으로 제작을 맡았다.

당시 어느 날부터 우리 이웃의 삶은 척박해지고 고단한 삶을 맞았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 6시 30분부터 7시 10분까지 방송되는 <다큐 이사람>이 기획됐다. 우리 이웃들이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휴먼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다.

첫 편은 나의 <새가 날아 나도 살고 조류협회장 김성만> 편이 방송됐다. 이후 <이동목욕 최선영의 때 미는 이야기>, <젊은 작가 조헌용의 소설을 쓰게 하는 힘>, <소리를 보여드립니다 수화통역사 정택진>, <꿈의 페달을 밟고 야학생 유수래>, <춤보시하는 노총각 김광룡>, <난곡아줌마 엄금선의 세상사는 법> 등이 제작됐다. 다음은 민영동 기자가 쓴 방송협회보 1998년 4월호에 게재된 글이다.

3월 31일 방송예정인 오늘의 촬영 프로그램 소제목은 ‘이동목욕봉사’이다. 혼자의 힘으로 목욕이 불가능한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가정까지 찾아가 무료로 목욕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봉사자(최선영 씨)가 그 주인공이다.

5살 때 교통사고로 정신지체 1급 판정을 받은 아들은 남양주에서 상일동에 있는 특수학교로 등하교 시키면서 아이가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찾다가 성내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간호사, 일반 자원봉사자, 차량봉사자가 한 팀이 되는 이동목욕봉사에서 간호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대상자 60%가 5년 이상 누워서 지내는 사람들인 관계로 의사의 목욕 가능 소견서 외에도 간호봉사자는 목욕 당일의 혈압, 체온 물의 온도 등을 관찰하고 목욕 중 생길 수 있는 고혈압, 탑골 등을 대비하고, 정성들여 환자를 씻기는 작업을 한다.

“4년 동안 목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상하시겠습니까? 조그마한 방에 누워서 최소한의 생리적인 기능만으로 연명하시는 분들에게 목욕이라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말하는 이부춘 씨(작가)는 “비누 냄새를 맡으면서 꽃향기와 같다는 행복한 표정을 짓는 분들이 서울에만 약 8만 명에 달합니다”라며 이 소재를 선택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 해준다.

이번이 처음 맡은 프로그램이라는 이승연 씨(작가)는 “오늘이 8일째 촬영으로 마지막입니다. 정신없이 돌아다녔습니다. 주인공인 최선영 씨를 좇아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돌아다니는데 동서남북을 알 수 있어야지요”라며 인터뷰 준비, 자료 준비 등으로 정신이 없다.

프로그램 내용과 다르게 특기할 만한 제작방식은 원맨으로 제작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다큐멘터리가 소수로 진행되지만 이 프로그램은 카메라맨이 어깨에 조명 배터리를 메고 카메라에 조명을 부착하고 혼자 진행한다.

“외국에서도 아와 같은 시스템을 많이 활용하지요. 우선 각 건물 내부가 국내보다 조명이 밝다는 전제조건이 있어 가능한 것이지만 이번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이 정도로 가능합니다”라는 정재호씨(카메라). 8일 내내 혼자 ENG를 메고 조그마한 방에서, 또 골목길을 누비며 다니는 끝에 몸에서는 파스 냄새가 난다.

8일 동안의 작업으로 30분짜리 테이프 30개가 준비되었고, 이를 다시 40분간의 방송시간에 맞추어 편집을 해야 할 힘든 작업이 많이 남아 있는 최삼호 씨(PD)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고민을 이렇게 털어 놓는다.

“PD라는 직업이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기본적으로 이번 소재는 목욕하는 장면이 들어가기 때문에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입장에서는 보여주어야 한다는 전제 때문에 카메라를 들이밀 수밖에 없고, 당사자는 대다수가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어찌 어찌하여 양해를 구하고 촬영은 하였지만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는 계속 화두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저야 남는 시간에 봉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자원봉사 하는 남자 분들은 평상시에는 직장에 다니다 일주일 중 하루의 휴일을 쪼개 봉사하시거든요”라며 겸손해 하는 최선영 씨. 내일 만나기로 약속하고 갔을 때 집안에 상가를 표시하는 등이 켜져 있을 때의 아쉬움은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최선영 씨와 아들 오세준 군의 동네 공원 촬영으로 모든 촬영을 마친 날 참관하고 쓴 글이다. 우리들은 회사로 돌아와서 바로 촬영된 테이프들을 시사하고 작가와 함께 편집에 들어간다. 휴먼다큐의 편집은 엄청난 버리기 작업이다. OK컷을 고르고 골라 아낌없이 버리고 버린다. 모두 아까운 편린들이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러닝타임에 맞추어 편집이 완료되면 작가는 해설 원고를 쓰고 곧 음악가에게도 영상과 함께 전달이 된다. 최종 녹화인 완성작업은 음악이나 음향효과와 더불어 수많은 자막이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과정이다. 휴먼다큐에는 출연자 대사의 말자막이 많이 들어간다. 하나의 오타라도 있으면 안 되기에 열 명 남짓의 스태프와 작가들은 초긴장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오타는 나오기 마련이다. 최종 시사 후에는 다시 수정작업을 거쳐 심의실로 넘어가 통과된 최종본이 시청자와 만나게 된다. 방송은 시간과의 줄다리기이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시청자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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