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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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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 제작-'석유'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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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의 바센콜 유전현장에서 인터뷰
▲ 카자흐스탄의 바센콜 유전현장에서 인터뷰

석유란 돌에서 나온 기름이다. 돌이란 표현은 지표를 뚫고 뽑아내기 때문에 붙은 한자어인데 별로 틀리지 않은 표현이다. 이는 그리스어나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는데 독일학자가 최종적으로 명명하였다.

석유는 원유상태 그대로는 쓸 수 없으며 정제공정을 거쳐 끓여서 열분해하여 사용하게 된다. 이때 가스나 휘발류, 등유, 경유, 중유, 윤활유, 아스팔트 등이 만들어 진다. 그리고 여러 석유화학 제품들의 원료들이 생산된다. 이렇듯 석유는 버리는 것이 없는 물질이다. 지금 이 세상에서 쓰이는 물건 중 석유제품이 아닌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는 귀한 것이다. 그동안 물처럼 석유를 소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것을 모르던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석유 역사 150년, 이제 지구상의 석유는 반 정도 남아있다고 추정된다. 석유를 둘러싼 인간의 역사는 계속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간다. 그것은 전쟁이며 평화공존일 수도 있다. 석유의 진정한 주인은 우리들의 후손이다.

인류의 현대사는 석유 확보의 역사였다. 석유는 어느 한 나라의 점유물일 수 없는데 이를 독점하려다 보니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지난 2003년 부터 2011년까지 일어난 이라크 전쟁까지도 모두가 석유를 둘러싼 전쟁이다. 우리가 모르는 석유의 비밀은 수두룩하다. 석유 가격을 둘러싼 경제저격수들의 활동도 그 중 하나이다. 석유가를 둘러싸고 국제정세는 민감하게 전개된다.

우리나라도 산유국으로 늦게나마 등록됐다. 동해 가스전은 우리의 희망이다. 앞으로도 유전의 개발은 희망적이다. 공룡이나 유기물이 한반도에 풍성했었기 때문이다. 단지 개발이 안되어 있을 뿐인데 개발비 또한 만만치 않고 생산에 이르기 까지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석유가 나오지 않는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고 석유화학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촬영의 섭외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쉽지 않았다. 2009년 10월부터 기획안을 준비하고 첫 촬영이 울산 SK에너지에서 있었다. 장장 반년에 걸친 기획기간동안 수많은 자료를 읽고 기획안을 정리하고 섭외를 하며 준비를 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다큐멘터리는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촬영 전 진을 빼고 촬영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그리고 편집기 앞에 앉게 된다. 그래도 행복한 것은 나의 다큐멘터리가 시청자와 마주 한다는 것이다.

정유시설은 국가 3대 기간시설로 군사, 정치 다음의 시설이다. 촬영은 금지되어있어 상부의 허가를 얻어야만 가능하다. 해외 취재는 한국석유공사의 협조로 카자흐스탄이나 캐나다의 광구를 소개받았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알마티 공항에서 로컬항공 편으로 2시간 40분에 걸쳐 악토베에 도착했다. 푸른 초원지역인 악토베에는 한국석유공사가 1995년부터 시작하여 원유를 생산해 이곳에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가 처음 숙박하게 되는 캠프는 초원 한가운데 위치하여 있지만 2010년 1월 말 준공된 캠프이어서 인지 모든 것이 정리되고 깨끗함을 느낄 수 있어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를 정말 많이 배려하고 있음을 느꼈다. 석유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며 가졌던 걱정들이 이곳에 오니 모두 풀리는 듯 하고 잘 마무리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나먼 이곳까지 진출하여 원유를 생산해 산유국으로서 자리를 확보한 이곳의 한국인들이야말로 진정한 태극전사다.

캐나다의 하베스트사 벨스틸 레이크 광구는 캘거리에서 북동쪽으로 260km 떨어진 곳에 있는 광구이다. 1956년에 생산을 시작했는데 석유를 끌어올리는 펌프가 꽤 많이 작동하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에만 펌프가 약 200여 기 가량 된다고 한다. 이렇게 파내도 지구 속은 괜찮을까 싶다. 전 세계적으로 뽑아낸 그 빈자리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중에는 주저앉는 것이 아닐까 괜한 걱정을 해본다. 취재를 하며 보니 워낙에 막 퍼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촬영 테이프를 삭제하는 소동도 있었다. 어마어마한 량의 석유가 이곳에 저장되어 있는데 500m 접근만 가능하고 무장경찰의 단속도 심했다. 석유가 무기임을 새삼 실감했다. 결국 다음 날 Bopak 유류저장소와 그 지역들을 재촬영했다. 이곳의 보이지 않는 손들이 아시아의 유가를 결정한다니 추리소설에나 나오는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 주변의 전자기기나 생활용품 중에서 석유와 무관한 용품은 없다. 생활 깊숙이 자리한 석유제품들이 정작 석유가 고갈되었을 때에는 어떻게 존재할 것일까? 석유의 사용 역사는 150년을 헤아린다. 지구엔 아직 그 만큼의 석유잔량이 있다고 추정한다. 그러니 석유고갈은 150년 뒤의 일이고 지금부터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속 편하게 있을 일은 아니다. 우리의 후손들을 위하여 또 그린 환경을 위해서라도 대안 찾기는 중요하다.

이런 내용을 두루 담고 있는 <특집 다큐멘터리 석유>는 40분용 30여 개 테이프에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시작했다. 석유란 전문적인 이야기가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해설이 들어가며 그림과 일치되는 화면이 생각보다 설득력을 가지니 흥미롭다. 석유에 대한 정보에서부터 가장 관심사항인 석유가격 결정에 관한 이야기, 또 석유가 안 나는 나라이기에 해외에 진출하여 사막지대에서 원유 생산에 뛰어든 태극전사들의 활동은 너무도 생생하다. 최종적으로 CG를 입히고 녹화를 완성했다.

2009년 10월부터 장장 9개월에 걸쳐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생각에 피곤함도 몰랐다. 도와주신 분들을 헤아리니 크레딧 타이틀이 너무 길어졌다. 처음 기획하며 가졌던 생각이 모두 담기지는 못했지만 워낙에 섭외가 어려운 아이템이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촬영을 해냈고 흔치 않은 영상을 담아냈다는데 자부심을 가졌다. <특집 다큐멘터리 석유>는 2010년 7월 15일 밤 9시50분에 방송됐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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