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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영화 제작 '귀항(歸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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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영화 제작 '귀항(歸港)'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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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로 촬영을 강행군했던 '귀항'
▲ 인천 앞바다로 촬영을 강행군했던 '귀항'

이 영화는 1990년 작으로 16mm 40분 품 중편 극영화이다. <귀항>하면 떠오르는 게 인천 앞바다이다. 한겨울 먼 바다에 나가 촬영을 하겠다고 하니 호위 나온 해군함정의 장교가 서약서를 쓰라고 한다. 이 겨울에 바다로 빠진다는 것은 훈련받은 UDT 대원들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인데 더구나 훈련을 받지도 않은 일반인들이 가당키나 한 소리냐는 것이다.

맞는 말임을 아는 것이 이일웅 탈렌트에게 출연을 부탁하니 요즘 컨디션이 안 좋다며 후배인 한현배 연예인 스킨스쿠버협회 부회장을 추천해 주었다. 한 부회장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모양으로 출연에 응했다. 이제 고인이 되셨지만 그는 이일웅 선배에게 등 떠밀려 출연했다가 인천 앞바다에서 한겨울에 심장마비의 위기를 넘겼다.

촬영은 글자 그대로 목숨을 건 사투였다. 차마 배우들만 바다에 빠트릴 수가 없어 내가 먼저 시범으로 빠지겠다고 했는데 조연출들이 말렸다. 배를 두 척 빌려 먼 바다로 나가 촬영을 하고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해군 함정이 한 척 호위에 나섰다. 지금이야 웃으며 회고하지만 당시로는 목숨을 담보로 하고 출연한 셈이다.

저녁에 숙소로 들어와 보니 바다에 빠졌던 배우들의 손이 퉁퉁 부어있었다. 온몸을 보호장비로 보온과 안전에 유의하여 감쌌지만 손만은 어쩔 수 없이 찬 바닷물에 노출되었던 까닭이다.

<귀항>의 내용은 주인공 선원이 바닷가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배를 타면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이다. 이런 영화를 왜 찍냐하면 각종 관공서에서 필요 목적에 의해 이런 목적극을 기획, 제작하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국방부 제작의 <이명수 특공대>에 연출부로 참여했었고 이후 밥벌이 수단으로 여러 편의 홍보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내게는 내무부에서 제작한 <두 얼굴의 불>이 시작이었다. <귀항>은 한국생산성본부가 기획, 제작한 근로의욕 고취를 위한 영화였다. 이 영화를 찍은 안태완 촬영감독은 대종상 신인촬영감독상을 받은 신예였다. 그는 악발이었는데 먼 바다에서 촬영 후 도저히 버티질 못하고 모든 스태프들이 찬바람을 피해 선장실에 들어와 퍼져있는데 혼자 남아 갑판에서 석양의 노을을 촬영하고 있었다. 역시 “선배는 선배구나!”라고 느낀 바 있어 나도 갑판으로 나갔던 기억이 난다.

결국 이 영화는 당시 금관상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조명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신문에 “영화계의 앙팡테리블 안감독 군단”이라며 대서특필되었다. 신문을 보신 우리 어머니가 말씀이 기억난다. “참, 좋은 나이다.” 격려의 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내 나이 35세 때이다.

지금도 가끔 인천 바닷가를 나가면 그 때 생각이 난다. 출연진은 양영준, 서학, 한현배 등 선배와 김기복, 여운국, 차기환 등 중앙대의 후배들이 주축이 되어 출연했다. 조연출로는 KBS의 인기드라마 <미우나 고우나>의 작가로 유명해진 최형자 작가가 참여했다. 그해 겨울, 우리는 찬 바다에 빠져가며 정말 위험한 촬영을 했었다.

다음은 「스포츠 조선」에 실린 문화연예부 윤태섭 기자의 글이다.

지난 30일 열린 제7회 금관상 시상식에서 의외의 돌풍으로 주요상을 휩쓴 태평양미디어사(사장 이영민) 제작의 <귀향>. 청소년, 문화, 홍보영화 축제인 이 상의 홍보영화부문에서 우수작품상 (최우수작품상은 해당작이 없음)을 비롯해 감독상(안태근) 촬영상(안태완) 조명상(김석진) 등이 부문상을 독차지, 금관상 태동 이래 최대의 파란을 연출했다.

이 작품을 진두지휘한 인태근 감독(36)은 이미 이런 파란을 예고하고 있던 인물이다. 80년 한국단편영화제에서 <동춘>으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9.10,11회 한국청소년영화제 입상과 86~88년 영화진흥공사 문화영화 소재공모 입상 등 ‘필력도 갖춘 젊은 연출자’로 영화계의 기대를 모았던 집념의 사나이. 정진우, 임권택, 박태원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활약하다 갑작스레 문화영화와 홍보영화로 돌아 영화계가 아쉬워했던 재주꾼이었다.

“재단사가 실밥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듯이 마지막 한 커트 편집녹음까지 우리 팀의 모든 엑기스를 쏟아부은 게 이런 결과로 보답 받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 이란 말처럼 약관 1년의 태평양미디어가 이런 저력을 보이며 수상한 배경은 안 감독 얘기처럼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작품을 위해 팀 전체가 하나가 되어 정성을 다한 당연한 귀결이라는 게 시상식장의 중론. 80여 개의 독립프로덕션이 난립하고 있는 이 부문에서 벌써 ‘앙팡테리블’이란 애칭으로 이회사가 지칭될 만큼 이쪽에선 이들 ‘안감독 군단’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안태근 감독은 “이제 출발”이라는 말로 당찬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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