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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270일간의 기록- 일본 촬영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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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270일간의 기록- 일본 촬영 ②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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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촬영은 당시 보통 두 대의 카메라로 촬영을 하였다.
▲ 해외촬영은 당시 보통 두 대의 카메라로 촬영을 하였다.

5월 8일(토) 아침, 자료를 반납하고 김광렬 씨 댁에서 한 시간 가량 이동하여 고쿠라(小倉)에 도착했다. 주문홍 목사의 안내로 시로야마 공원묘지 내에 있는 영생원을 촬영했다. 영생원은 한인 유골을 수집 보관하고 있는 납골당이다. 주문홍 목사의 인터뷰 중 “죽어서도 살아서도 멸시 박해 받는 사람들”이라는 말에 가슴 아팠다.

야하타 제철소에서 배동록 향토사학자의 안내를 받았다. 그는 일제강점기 한인 징용의 역사는 고국에 있는 동포들에게 꼭 알려주어야 할 민족의 아픈 역사임을 강조하며 전도사처럼 열정을 갖고 안내를 해주셨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민족의 한이 맺혀 있었다. 그의 안내로 와카마츠 항과 풍랑을 만나 숨진 귀환 한인들이 묻힌 오다야마 묘지를 촬영했다.

오후에 칸몬터널을 거쳐 칸다쵸 한인마을로 가서 이주 1세대 분들을 인터뷰했다. 조국으로 귀환하려고 이곳까지 왔다가 정착하게 된 분들이신데 일본 귀화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고 민족적 자긍심만으로 한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이다. 생각보다 밝고 명랑해서 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으나 같은 민족으로서 느낄 수 있는 애틋함이 묻어난다. 배동록 선생과 저녁식사가 늦어지며 일정이 늦게 끝났다.

5월 9일(일) 고쿠라에서 아침 8시 15분 출발했다. 어제 늦게 숙소로 돌아온 후유증으로 드라이버 가토상의 심기가 안 풀린 듯하다. 일본인에게는 정확히 의사를 표명해야 할 듯하다. 일 하는데 있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천천히 많이 드세요 보다"는 "일찍 들어가 쉬세요.”가 낫다.

시모노세키 관부연락선 부두와 관문해협을 찍고 11시에 야마구치현 나가토시 센자키 항구에 도착했다. 강풍이 몰아치는 초라한 센자키 항구는 한국인 38만 여 명이 귀환한 곳이다. 일본에서 맞는 첫 일요일. 시골이라서 그런지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 도시락을 사서 호숫가에서 먹었다.

2시 반, 시모노세키 백화점 롯데리아 앞에서 조선학교 및 외국인 학교 차별철폐 서명운동을 벌이는 재일본 조선청년 동맹 일꾼들의 모습을 담았다. 일본 대학생들까지 동참해 서명을 받고 있는데 반응은 뜨겁다. 고속철 신간선으로 2시간 반 걸려 오사카에 도착했다. 우리의 이동코스의 JR 패스는 30만 원으로 비싸긴 하나 정해진 기간에 수시로 쓰기에는 저렴하고 편리하다.

5월 10일(월) 소렌지 위령탑을 찍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칸사이대 인권문제연구실의 양영후 연구원을 만나다. 양영후 선생은 불만과 반감으로 우릴 대한다. 그는 막상 촬영을 시작하자 평소의 소신대로 적극적인 인터뷰를 하였다. 이것 역시 정부의 무정책이 빚은 재외한인들의 감정이 아닐까?

그에게서 조선연맹 시절 한인들의 인식, 한인귀환사 중 1945년 직후 조총련의 역할, 1958년 북송 등의 내용을 인터뷰하였다. 그는 조총련에서 19년간 교사로 있었으며 그 후 법률인권담당자문으로 3년간 재임 후 총련을 탈퇴해 도피했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동안의 동족상잔이 평화를 위한 것이었나를 비판했는데 결론적으로 정의의 전쟁을 부정했다는 이유였다.

오후에 츠루하시 코리아타운을 촬영. 미귀환자들이 뿌리가 되어 한국인들이 모여 산다. 도쿄 17° 지진주의보 시에는 화장실로 대피하라고 요령을 들었다. 이곳 미나미 파출소는 3년간 무사고를 자랑한다. 오사카에서 숙박했다.

▲ 오사카에서 김치찌개를 먹는 필자
▲ 오사카에서 김치찌개를 먹는 필자

나는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대답이 일정치 않았다. 그런데 오사카에 와서 내가 김치찌개를 진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유는 사진처럼 음식 앞에서 환하게 웃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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