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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글벗- 황은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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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글벗- 황은오 작가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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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청소년 드라마 '메니페스토' 리딩 때 황은오 작가(왼쪽)
▲ EBS 청소년 드라마 '메니페스토' 리딩 때 황은오 작가(왼쪽)

EBS PD 시절 만난 황은오 작가는 나의 다큐멘터리, 그리고 청소년 드라마와 어린이 드라마 <어린이 모험극 스파크>를 집필했었다. 그는 인하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영화계 입문은 1994년에 시나리오로 합동영화와 CBS 공모에서 입선했고 1997년에 영화진흥공사에서 입선했다.

대학 1,2학년 때에는 장학금을 받으면 다녔는데 3,4학년 때 영화와 시나리오에 빠지면서 급추락했다고 한다. 특히 4학년 때는 충무로 영화 현장에서 일하면서는 교직과 필요한 모든 자격증을 놓치었다. 그렇게 졸업 후 영화와 프로덕션에서 생활고를 겪으며 일하다 도무지 비전이 안 보여 대기업 현대그룹에 입사한다.

1997년에는 근무하던 현대인재개발원을 퇴직한다. 본인 말로는 다시 글 병이 도져 회사를 이유 없이 사퇴하고 방구석에 처박혀 글을 썼다고 한다. 그때 쓴 글이 빛을 보았으면 좋았는데 그렇지 못해 본인이 야심차게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걸 조롱(?)받았다고 한다.

글로는 진로가 풀리지 않자 프로덕션을 차려 제작자 겸 PD로 활동하였다. 프로덕션에서 후배들과 10분짜리 영상을 연출하고 재하청을 받아 가며 회사를 키워 몇 년 지나 제법 꽤 큰 회사가 되어 투자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또 글 병이 도져 아무 이유 없이 후배에게 회사를 조건 없이 물려주었다.

다시 방구석에서 글을 쓰다 대학원도 졸업하고 이쯤 SBS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기획작가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작가가 더 좋았는지 다시 험난한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주요작품으로는 <달려라 씽씽열차>, <꾸러기 탐정>, <꾸러기 안전일기> 등의 구성 프로그램과 KBS 3.1절 특집극 <그에 대한 단상>과 2001년 EBS 26부작 <환경전사 젠타포스>, 2003년 투니버스 제작의 26부작 <에일리언 샘>이 있다. 특히 <에일리언 샘>은 케이블 방송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SBS 드라마 기획반에서도 2003년에서 2005년까지 있으면서 <선택>, <불량주부>, <들꽃>, <섬마을 선생님>, <프라하의 연인>, <나두야 간다>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다큐멘터리로도 1995년 MBC에서 <캄보디아> 2부작을 기획했으며 1997년 KBS에서 <환경기획생태보고 한국의 산> 60분 5부작을 기획 및 집필하였다.

타이거 스튜디오 집필실 작가들과
▲ 타이거 스튜디오 집필실 작가들과

영화 시나리오로는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문상훈 작가팀인 '작가시대’와 '이유기획’에서 공동집필 하였는데 <허무의 이름들에게>, <김의 전쟁>, <두 여자 이야기>, <피아노맨>에 참여했다. 2001년에는 박우상 감독의 <무등산 타잔>의 오리지널 각본을 썼다. 이렇듯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유상욱 감독과 고영남 감독의 조감독까지 거쳤다. 그야말로 전천후의 경력을 쌓았다.

그는 소설도 썼는데 2004년 자유출판사에서 <코대리 대박이야기>와 동화 <코인 스토리>를 출간하기도 했다. 나와는 2004년 광복절 특집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3부작에 참여했었고 어린이 드라마 <사랑도 감전되나요?>의 대본을 맡아 써주었다.

그는 자신의 일이 급해도 항상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 그래서 나와 일할 때에도 선거를 통해 EBS 작가협의회 회장을 맡아 보조작가들의 힘든 일을 챙겨주고 작가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일을 했다. 교류가 없던 작가들 사이에 화합을 도모해주니 황 작가의 친화력은 알아줄 만하다.

프로그램이 쫓길 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며칠이라도 방송국에서 날을 세우고 소파에서 쪽잠을 잤다. 방송국 샤워실에서 씻는 생활을 하면서도 불평이나 짜증을 보이지 않고 항상 웃으며 “잘 될거야!”하며 밀어붙였던 그가 떠오른다.

황은오 작가는 최근 SBS 드라마 본부장과 콘텐츠허브 사장을 역임한 김영섭 대표의 타이거스튜디오에서 총괄 기획작가로 일하고 있다. 또한 안성 동아방송대에서 극작과 강의도 하고 있다. 본인 작품을 씀은 물론 웹툰, 웹소설, 드라마 신인작가들의 작품을 왕성하게 도와주고 있다.

장차 <오징어게임> 이나 <수리남>같은 K한류를 이끌 야심찬 작품들이 이곳에서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언제나 자신의 일보다 남의 일에 앞장서 도와주며 힘든 일에도 미소 짓던 그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 2>의 김성홍 작가는 최고의 고료를 말 한마디로 받았다고 한다. 풀리지 않는 원고로 고민하는 감독에게 나를 감동 시켜보라며 거액을 받아냈다는 얘기가 다른 사람의 얘기일 수만은 없다.

황 작가야 말로 고료에 부응할 능력을 가진 작가이다. 아이디어 뱅크로서 황 작가는 돋보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보다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황 작가이다. 언제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작은 수첩에 빼곡한 메모와 아이디어를 적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OTT시대를 맞아 그의 야무진 손끝에서 지금 아무도 모를 새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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