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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한국무용가 이경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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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한국무용가 이경화 ①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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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4일, 파주 영어마을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공연
▲ 2008년 5월 4일, 파주 영어마을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공연

나는 페미니스트로서 극중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만들어 왔다. 물론 남성 주인공 위주의 영화나 드라마를 찍었기 때문에 한국영화계의 마지막 로맨티스트인 정진우 감독처럼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그러나 나는 페미니스트고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여성연기자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 가슴 설레는 두려움이 있다. 두려움이라는 표현은 명확한 것이 아닌데 그만큼 쉽지 않고 더 신경을 써야 하며 그만큼 어렵지만 존경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나의 정신적 지주인 어머니의 교육 탓인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나의 히로인을 예로 든다면 <철판을 수놓은 어머니>의 안옥희 배우, 다큐멘터리 <살풀이춤>의 이경화, 최현주 무용가, 그리고 그 외 촬영했던 여러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다. 나의 여성관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영화 속에서 수난당하는 여인들을 보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 뛰어들어 그녀를 괴롭히는 남정네들을 혼내주고 싶다. 최은희, 김지미, 윤정희, 문희, 그녀들은 남성에 의해 핍박을 받으면서도 견뎌내는 여주인공들이었다. 그중 남정임은 당당한 여성의 표상이었다.

그 후 유지인이 그런 캐릭터였지만 장미희, 정윤희 역시 핍박받는 여인상이었고 김미숙, 이미숙, 심지어 강수연 배우까지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즈음의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완전히 변해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이다. 그리고 김혜수, 김선아, 공리, 장쯔이가 그러하다.

나의 히로인은 한결같이 자신감 넘치는 미녀인 것이 공통점이다. 앞서 열거한 그녀들이 나의 영화 속에서라면 남성 주인공을 압도하는 당당하고 멋진 캐릭터일 것이다. 이경화 교수도 그 연장선에서 아주 이상적인 캐릭터이다.

이경화
▲ 이경화

EBS PD 시절인 어느 날 이경화 교수의 양재동 연습실로 갔다. 북이란 악기를 촬영만 했지 북채를 처음 잡아보았다. 북이란 신나는 악기로 심장의 소리와 흡사하다. 두둥두둥 울리다 보면 저도 모르게 신명이 난다. 그러나 의외로 가락을 쫓아가기가 어려웠다. 덩더궁 덩더궁 예전에 나훈아 가수가 삼고무를 잘 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겠다고 착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외북이나 쌍북도 어려운 게 엄청난 리듬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야 하는데 북채엔 힘만 들어가 있지 리듬을 탈 수가 없다. 힘 좋다고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몸 약하다고 못 칠 것도 아닌 것이 북이다. 타격 시 힘의 강약을 잘 줘야 하는데 연습하면 되겠지만 시간은 걸릴 것이다.

북 가락을 가르치시는 이경화 교수의 북소리에는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 있다. 젓가락 하나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이 북 가락에도 해당된다. 기(氣)라고 표현할까? 북을 치면서 내면의 기를 자유자재로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배우려는 분들만은 아니지만 모두가 열심이다.

대형군무로 펼쳐지는 북춤은 그래서 또한 장관이다. 두 명이 리듬을 맞춰도 멋진데 이십여 명이 한 동작으로 가락을 맞춘다면 생각만 해도 장관이다. 올림픽 등의 식전행사에서 보는 수백 명이 북춤을 펼쳐 보이면 엄청난 장관이다.

북 하면 떠오르는 것은 '자명고'이다. 드라마로 소개되었지만 대형 무용극으로 어울리지 않을까? <난타> 이상의 희열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이경화 교수의 북소리를 무대로 옮긴 공연 <이경화의 북소리>가 그렇다. 대통령상인 명무대상을 받았던 ‘소고춤’을 비롯하여 ‘승무’와 ‘진도 북춤’ 등 각 명인들의 춤을 섭렵한 그녀만이 꾸밀 수 있는 무대이며 각종 북을 동원한 그녀의 무대가 계속 기대된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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