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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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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멘토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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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에 무려 여섯 권의 책을 출간했다.
▲ 2019년에 무려 여섯 권의 책을 출간했다.

인생은 기나긴 시간을 사는 것이다. 인생이 짧다고 하는 말은 먼 길을 오신 분들의 말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더욱 인생의 귀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몇 해 전 젊은 PD가 갑자기 운명을 달리했는데 80세를 넘게 사신 우리 아버님의 묘지 곁에 묻혔다. 인생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짧다면 짧겠지만 보편적으로 긴 인생살이에서 사람들은 원치 않는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그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지만 당시에는 알지 못하고 겪게 되는 것이다. 판단이 미숙해서기도 하고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이다.

멘토는 긴 인생길의 조언자이다. 여러 갈래의 갈림길에서 난감해질 때 그들의 조언이 힘이 된다. 그래서 멘터가 필요하다.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본 선배들은 이런저런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그 판단은 본인이 판단할 일이지만 듣지도 않고 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님을 통해서나 학교에서 그러한 지식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아무래도 원해서 듣는 말이 아니기 십상이므로 따분하게 들릴 수도 있고 자연 선배들을 찾게 된다. 인생에서 자신보다 먼저 산 선배들의 경험담은 소중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멘토를 만들자. 한 명도 좋지만 여러 멘토를 둔 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간접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며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이다.

나의 멘토는 내 젊음을 함께 했던 동문들과 영화감독을 망라한다. 내가 영화감독을 목표로 했었기 때문이다. 신상옥 감독은 나를 영화계로 이끈 나의 영원한 우상이다. 여러 차례 리메이크 되었지만 1967년작 <꿈>이란 영화 한 편이 내 인생을 이렇게 이끌 거라고는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다. 그 영화를 보고 영화인이 될 것이라고 마음을 굳혔으니 나로선 신상옥 감독이 평생의 멘토이다. 길지는 않았지만 그분과 함께 했던 여러 시간들이 새삼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정창화 감독이 계신 홍콩으로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나의 인생에 멘토가 되어 주십사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갈증과 욕망이 나 자신을 더 빨리 목표지점에 도달케 했다. 정 감독이 답장은 없었지만 그래도 편지를 읽어주셨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답장을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그가 불러 미국으로 가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마치었지만 아직도 후반작업을 하지 못하여 미완성이다.

2022년 나의 또 다른 멘토인 (주)동아수출공사의 이우석 회장은 회고록 『영화에 살다』 책을 기획하며 너무도 고맙게 추천의 글을 부탁하셨다. 황송하기 이를 데 없는 과분한 지면 할애이다. 정직을 인생의 모토로 살며 거친 영화계에서 지금까지 장수하며 존경을 받는 그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는 모두가 아버지 같은 분들이다.

영화인은 아니지만 대구한의대의 설립자인 변정환 전 총장님은 대단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한의학계에서 한국 최초라는 여러 기록을 갖고 있다. 한(韓)의학의 맥을 잇는 한의학자이며 한의학을 전파하고 90세를 넘긴 지금도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직접 진료를 하는 그는 초인적인 의지력의 본보기이다. EBS PD시절 알게 되어 지금까지 만나며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의 이사장직을 맡아 주셨다.

또 한 분 이영민 선배가 계셨다. 지금은 이 세상의 분이 아니지만 지금도 “안 감독...” 하며 전화가 올 것만 같다. 우리는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주고받으며 심지어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으며 끝없이 영화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도 이 선배 때문이다. 60세를 바라보며 경영학 박사학위가 있었지만 다시 영화학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논문 구상을 하셨다.

그러한 도전정신은 내게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 선배와 가졌던 많은 시간을 생각하며 나는 인생에서 멘토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느낀다. 지금도 이 선배를 그리워하는 많은 분들이 계신다. 지금도 내게 힘이 되어주는 많은 선배들이 계신다. 그들은 모두 내게 내 인생의 멘토이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꿈과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또 한 분 신일룡 선배를 뺄 수 없다. 스타와 조감독으로 만나 긴 시간 교류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지혜를 들었다. 신 스타는 남자 중의 남자이다. 그를 그렇게 꼽을 수 있는 것은 평상시에도 그렇지만 죽는 순간까지도 남자다웠기 때문이다. 매사에 확실하고 결코 삶의 밑바닥일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삶을 지켜낸 불굴의 사나이다.

김수남 교수는 나와 대학 동문인데 나와는 약간은 다르지만 같은 길을 걸어왔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한 것이나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것, 한국청소년영화제에서 수상한 것, 조감독을 거치고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한 것은 같다. 다른 점이라면 그는 대학을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뉴욕대에서 석사를 취득하고 귀국 후 영화사에서 잠시 근무하다가 평생을 청주대에서 근무하다가 퇴임한 것이다. 현업에 종사하였어도 좋았었을듯한데 그를 만나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구하였다.

그 외 나를 성장케 한 많은 멘토가 계셨다. 나의 영화계 활동은 집안 어른들이나 친척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 없다. 나와 같은 길을 걸은 스승이나 선배에게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나 또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자 했다. 세상의 많은 일 중에서도 선배 노릇이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자신을 멘토로 삼을 후배가 찾아온다면 그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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