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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ESG 시대] ] ESG가 함께하는 거버넌스와 건강한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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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ESG 시대] ] ESG가 함께하는 거버넌스와 건강한 이사회
  • 박희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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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버넌스: 투명경영ㆍ합리적경영ㆍ민주적경영

ESG에서 환경,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 중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다. 환경(G)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구체적인 시기와 목표를 정해서 캠페인 차원에서 입법까지 더 촘촘하게 만들어가는 추세이다. 사회적 가치(S) 측면은 ESG의 승부처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하고 피부에 와닿는 영역이기에 미국과 한국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환경영역보다 더 시급한 넘버원 이슈라고 손꼽는다.

회사 환경, 자살율, 산업재해율, 불평등이 넘버원인 것만 봐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한 사회와 회사의 조직문화를 바꾸고 혁신과 더 큰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결정적인 분야는 거버넌스(G) 영역이다. 여기서는 거버넌스를 깊이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 사회를 좀 더 솔직히 살펴보자. 공정과 함께 혁신성장을 만들어내야 하는 조직인 회사들과 대학교, 심지어 비영리단체와 공공기관들의 성장 한계와 여러 문제의 중심에는 거버넌스가 자리잡고 있다. 잘못된 거버넌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조직생활을 30-40년 오래 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건강한 이사회를 위해서는 투명경영, 합리적 경영, 민주적 경영이 절실하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 조직의 지배구조는 투명하지 않고, 불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이라는 것이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어떻게 하면 투명경영, 합리적 경영, 민주적 경영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내외 13개 기관들의 평가ㆍ공시 지표를 바탕으로 작년에 한국 고유의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아래 표와 같이 거버넌스(G)의 경우, 6개의 카테고리에 총 17개 문항으로 거버넌스를 분류하고 있다. 국내의 대기업들은 이 항목을 바탕으로 최근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각 기업들의 공시자료를 보면,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외이사 비율, 사외이사 전문성, 출석률, 산하 위원회 등을 바꾼 것이다. 반면에 아직 성별 다양성이나 주주권리 및 실질적인 내부감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표.
▲ 표.

◆ 거버넌스: 신인의무

설립에서 해산까지 생물과 같은 기업은 크게 주주, CEO 를 포함한 경영진, 이사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회사의 비즈니스를 관리하고 경영진을 감독하고 배당과 근본적인 회사 변화에 관여한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주주와 경영진ㆍ이사는 견제와 균형의 역할하에 생물인 회사를 잘 보살피며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향해 간다.

그런데 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회사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것이고, 그래서 ‘회사의 이익만을 배타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회사의 경제적 이익에 이해관계자로 참여하는 ‘사회’에 대한 책임도 함께하게 된 배경이다. 이러한 유기적인 관계가 만들어내는 의사결정체계를 지배구조 혹은 거버넌스라고 부른다.

이런 회사법에서의 이사회 이사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는 고스란히 신탁법리의 수탁자 의무와도 동일하다. 그래서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ESG에 더욱 민감한 이유이다. 자산운용사나 프라이빗에쿼티와 같은 공격적인 자본시장의 투자자들의 핵심고객은 연기금이고, 이 연기금의 수익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9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수익자는 국민이고 납입한 돈을 잘 운용하여 최선의 이익으로 돌려줘야할 신인의무 수탁의무를 국민연금은 갖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이 ESG에 관심이 커질수록 수탁의무자는 ESG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과 국민연금 자체의 거버넌스도 그래서 중요하다.

◆ 금융권의 총성없는 전쟁

사실 전 세계는 (특히 미국에서는) 금융권의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돈을 갖고 있는 금융권에서의 싸움이라 더욱 치열하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블랙록(1경원을 운용하는 세계1위 자산운용사)과 워렌 버핏 과의 싸움을 보면 된다.

ESG의 출현이 만든 금융권에서의 전쟁으로, ESG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2021년 5월 1일 블랙록은 버크셔헤 더웨이(워렌 버핏이 만든) 주주총회에서 이사 2인의 선임을 반대했다. 블랙록은 ESG 중에서도 특히 이사회 자질과 효과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여 기업에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다.

2020년의 경우, 기업관여 수는 3,020건 이며, 총 1만6,200건의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특히 기후와 관련해서 이사 선임을 반대한 건수가 2021년 255건으로 2020년 55건보다 3 배나 증가했다. 이사 선임을 반대한 전체 건수는 6560건이다. 고객과 주주, 직원 나아가 사회까지 포함하는 이해관계자의 가치 창출을 위해, 무엇보다 건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 거버넌스: 기업의 이사회ㆍ주주총회에 ESG 관철

블랙록과 같은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이사회에 관여하거나 ESG를 지원하는 방법에는, 기업관여(기관투자자가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기업 경영진을 만나서 경영방식에 관여하는 형태)와 주주제안(ESG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여 주주 투표권을 행사)이 가장 일반적이다.

특히 금융과 회사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영리회사는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다는 법리가 강한데도, 최근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급변하는 그 중심에는 주주제안의 급증도 한 몫을 한 것이라 보여진다.

많이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2021년 5월 ESG 주주제안이 유명하다. 엑손모빌(시총 2600억 달러 기업)이 이사회에서 이사 3석을 지분 0.02%를 보유한 신생 헤지펀드사로부터 빼앗긴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블랙록과 뱅가드, 뉴욕주 연기금(운용자산 약250조원)과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미국 공공 연기금 1 위; AUM 약 500조원) 등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이키 이사회가 트릴리엄 자산운용사의 주주제안을 수용한 예라던가, 뉴욕 연기금이 크랙커 배럴사를 상대로 주주제안을 요청하자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를 인정하면서 허용한 사례, 캘리포니아 연기금이 미국 철강회사(Timken) 이사회를 상대로 한 주주제안 수용 등 예전에 비해 ESG의 중요성을 주주제안의 형태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추세다.

다국적 화학회사인 듀퐁(DuPont)의 경우는 2019년의 ESG 주주제안이 6%의 찬성을 얻은 반면, 2021년에는 81%의 찬성으로 가결된 대표적인 케이스도 있다. 특히 블랙록과 뱅가드,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s)와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제안 찬성 및 지지가 두드러진 특징이다. 블랙록과 뱅가드, SSGA의 지분이 21%가 되는 IBM의 경우 주주총회에서의 주주제안 찬성률은 94%에 이르고, 듀퐁의 경우 84% 찬성률, 화이자의 경우 50%의 찬성으로, 앞으로 미국 기업들을 향한 ESG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진다.

자료제공=박희정
▲ 자료제공=박희정

◆ ESG를 향한 이해관계자ㆍ주주들의 다양한 소송 

ESG를 제대로 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하는 경우(Koh v. SC Johnson & Son)도 많이 나타나고 있고, 또한 자회사의 ESG 관련 불법행위를 모회사가 책임져야하는 Okpabi v Royal Dutch Shell 사건의 경우, 전 세계에 자회사를 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모기업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부과한다는 원칙을 만든 2021년의 중요한 선례라 할 것이다.

미국의 서클라법(기업이 환경 관련 사고를 치면, 그 기업에 대출을 해줬거나 투자를 한 회사도 손해배상책임을 물게 됨)도 한 몫을 해온 것이 사 실이다. 페이스북, 오라클과 퀄컴의 주주들도 최근 ESG와 관련하여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사는 얼룩제거제, 유리세정제 등을 포함하는 가정 청소용품들을 제조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제품에 선명하게 표시된 문구인 “그린리스트(Greenlist label)”를 붙여서 판매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라벨은 마치 제3자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처럼 보이게 속였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불공정경쟁법, 허위광고법, 소비자법률구제법, 사기, 부당이득을 위반한 것으로 소송이 진행되었고 결국 소비자가 승소한 사건이다.

영국 대법원에서 전원일치로 판결된 사안으로 모회사에게도 주의의무(duty of care to the claimant)가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해외에 있는 자회사 의 작위ㆍ부작위 행위에 대해서 모회사가 주의의무를 질 수도 있다는(모회사 의 불법행위 책임에 있어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법원은 좀 더 적극적인 회사의 거버넌스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언급했으며, 회사의 거버넌스가 회사 내의 인권과 환경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기업의 충실한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의 경쟁력 키포인트는 거버넌스 문화이다. 고전적으로 회사의 목표는 수익창출이 첫 번째다. 그러나 중요성 판단(materiality test)을 통해 수익창출에 중요하다고 결정이 되면 할 수 있다. 기후위기 관련 환경(E) 이슈 혹은 근로자 처우(S)와 관련된 ESG 영역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배타적인 수익창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라 하더라도 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회사 목적에 부합한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정관에 추가로 ESG 목표를 개정하는 모습을 주주총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 건강한 이사회, ESG 기업문화

세계적인 투자사와 연기금이 주도하고,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 투자를 회사 목표로 선회한 특징, 특히 MZ 개인투자자들이 ESG를 금융ㆍ경제 용어로 인식한다는 점, 국민연금처럼 자금을 위탁받은 수탁 의무자의 신의성실ㆍ선관의무(fiduciary duty of care/loyalty)에 대한 인식이 ESG를 지지한다는 시대ㆍ문화적 변화가 있다.

그렇기에 정부 규제나 개입보다 오히려 주주들의 관여로 더 효율적인 ESG 준수가 활발하게 된 배경도 있다. 책임과 권한이 확실한 ESG부서의 활동 내용이 기업 KPI에 반영되는 ESG 기업 문화, 건강한 이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관투자자와 연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와 함께 주주 관여가 다양한 방법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ESG에 대한 입법과 규제, 소송도 다양해 질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건강한 거버넌스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아래는 ESG가 바꿀 사회에 대한 개인적인 큰 그림이다. 이런 사회를 소망해 본다.

▲ 박희정 한국조정협회 ESG위원장·세계ESG금융센터 대표
▲ 박희정 한국조정협회 ESG위원장·세계ESG금융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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