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4 22:21 (수)
[칼럼] “이벤트업계 저가 입찰은 업계 죽이기”
상태바
[칼럼] “이벤트업계 저가 입찰은 업계 죽이기”
  • 엄상용
  • 승인 2011.08.04 1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의 덤핑입찰 자제해야”

[칼럼] “이벤트업계 저가 입찰은 업계 죽이기”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의 덤핑입찰 자제해야”

최근 이벤트업계에서 회자되는 이슈중의 하나가 바로 '저가입찰'이다. 통상적으로 행사용역입찰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법률'에 의거하여 입찰공고를 거쳐 용역업체를 선정하게 되는데 이때 선정기준에 있어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로 구분이 된다. 기술점수에는 통상적으로 기획안에 대한 평가이며 가격점수는 말 그대로 가격에 대한 점수이고 회사의 실적이나 규모에 따른 정량적 평가로 이뤄진다. 보통 90대 10, 80대 20 정도로 이뤄지는데 80대 20의 경우에는 가격점수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결국 가격에 대해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가 및 지자체에서는 가격덤핑을 막기 위해 최저입찰제를 두기도 하고 적정 비율을 하향하는 경우에는 '탈락'이라는 강수를 두기도 하지만 대 부분 가격미달로 탈락하는 경우는 없고 행사용역 입찰에서도 마찬가지로 가격미달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입찰에 참가하는 대행사 및 이벤트회사에서는 이를 철저히 분석하여 가격을 산정함으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다.

특히 행사용역은 마땅한 법적근거가 없어 건설용역 규정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행사용역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형적 가치 내지는 서비스 용역'을 건설처럼 명확히 산술적 계산이 가능한 용역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즉 무형적 가치의 기준은 크레이티브나 무형적 서비스에 따른 다양한 가치보다는 단순히 외형적 기준을 근거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업계에서 흔히 얘기하는 기획료, 대행료 등은 아예 원천적으로 보상이나 평가를 받는 길이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국가정책이나 법이라고 하는 것은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므로 논의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왜 저가입찰이 문제라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단순히 저가입찰을 유도하는 주최자를 탓하고 광고대행사나 방송사만을 탓하는 걸로 해결된다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하지만 저가입찰이라는 것이 결국은 이벤트업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자칫 업계에는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이벤트에 대한 인식이다.

통상적으로 국가, 지자체에 있는 공무원들이나 기업에 있는 이벤트 담당자들이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벤트에 대한 수익구조이다. 즉 아주 쉽게 돈을 벌고 이익이 아주 큰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박한 이익'을 얻는다면 누가 하겠느냐. 결국 이벤트회사는 남으니까 머리 깨지며 참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인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심한 경우에는 '이벤트회사는 사기꾼', '이벤트회사는 도둑놈'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사람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업계에서 기획관련 회사에 근무한다면 위 얘기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것이다. 그 만큼 이벤트업에 대한 곡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광고대행사나 기획사의 덤핑 입찰은 이런 인식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벤트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 저가 입찰이라는 것이다.

둘째, 피해는 고스란히 이벤트회사가 짊어진다.

광고대행사, 방송사는 수익구조가 바로 대행료이다. 즉 행사 총액에 대해 일정 비율로 대행료를 취하는 방식이다.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7%까지 다양하다. 어떤 경우에는 대행료외 기획료나 기타 명목의 수익을 빼가고 있다. 역시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과점수, 실적 점수가 있기 때문에 궁여지책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행사를 가정해보자. 85%가격에 수주를 했다면 8억5천만 원이다. 여기서 10%의 대행료를 취한다면 이벤트회사에 떨어지는 금액은 7억6천5백만 원이다. 결국 10억 원짜리 행사가 7억 6천5백만 원에 제작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광고대행사의 경우 이 행사를 95%에 수주를 했다고 치면 수수료는 9천5백만 원이 되는데 85%에 수주를 했다 해도 결국 1천만 원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벤트회사는 어떠한가. 95%라면 8억5천 5백만 원에 제작을 하므로 거의 9천만 원의 차이가 난다.

'그럼 안하면 되지' 혹은 그걸 부추기며 같이 하는 이벤트회사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이건 큰 오산이다. 이 업계의 구조를 전혀 모르는 일자무식들이나 하는 얘기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이벤트회사와 광고대행사, 방송사는 '공생, 상생'이라기보다는 갑, 을 관계가 많이 있다. 특히 광고대행사의 경우에는 입찰 용역이외에 자사의 광고주 서비스가 있으므로 이에 따른 물량이 있어 이벤트 회사의 수익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곳의 경우에는 이런 갑, 을 관계가 더욱 심해진다. 결국은 입찰용역 참가 이전에 협력사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가 대 부분인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벤트회사가 모든 것을 떠안고 가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의 모 행사가 대표적이다. 85%에 수주를 한 행사를 하는 이벤트 회사도 힘들고 거기에 참여하는 시스템이나 공연팀 등 거의 모든 회사가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이벤트 업계를 고사시키는 행위

얼마 전 필자가 운영하는 이벤트넷에서도 다뤄졌었고 개인적 자리에서 누누이 강조하던 것이 있다. '이벤트 전문 감독제'라는 것이다. 메가 이벤트를 비롯하여 서울시청 및 기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문 감독제. 결국 이벤트업계 출신에서 배출되는 감독은 거의 없고 예술계나 기타 업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감독을 장악하고 있다. 이벤트회사는 기획사의 기능보다는 심하게 표현하면 '심부름센터' 정도로 인식하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논했는데 결국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저가입찰이 점점 심화될수록 낙찰가격은 점점 낮아질 것이고 정부, 지자체에서 훗날 뭔가의 지표를 만든다고 한다면 역시 '가치가 없거나 부족한 단순 용역'으로 치부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벤트인들이 외치는 이벤트PD는 전문가라는 개념을 스스로 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 땅에서나 혹은 세계에서 전문가라는 집단이 '덤핑'치는 것이 어디 있는가? 전문가의 자존심, 노하우, 가치에 대해 스스로 뭉개는 꼴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대안은 이벤트업에 대한 자존심을 지키는 길 뿐

필자가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는 대안 없는 비판이다. 스스로 싫어하는 짓을 하고 있는데 이번 저가입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한다면 나 역시 할 말이 없다. 어쩌면 가능한 대안은 없을 수 있다. 만약 광고대행사 및 방송사가 어딘가에 모여서 가격담합이라도 한다면 어쩌면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고 그렇다고 그들이 그리 쉽게 담합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어쩌면 간단할 수 있다. 몇몇 대형 광고대행사들이 인식하고 있는 이벤트업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을 갖는다면 서서히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맏형' 정신을 갖는 대행사와 이벤트회사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또한 이벤트업계의 온, 오프라인의 매체인 이벤트넷과 월간이벤트에서도 이 문제를 가십거리나 흥미위주의 아이템보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깊은 관심과 지속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들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다뤄야 할 것이다.

불과 일 년 전만 하더라도 대 부분의 가격점수는 90%를 넘었고 저가입찰이라는 문제는 업계 내에서 거의 회자되지 않았다. 옛말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 흐린다'는 속담이 있다. 어느 때 부터인지 이벤트업계에도 이런 말이 통하는 세상이 되었다. 다시 이전으로 회귀하고 싶은 생각은 비단 나만이 아닐 듯하다.

이벤트라는 분야가 진정 전문가의 영역이며 올바른 대가와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엄상용(이벤트넷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