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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의 공정과 상식] 고물가∙고금리 시대라도 '기업 압박'은 시장경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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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의 공정과 상식] 고물가∙고금리 시대라도 '기업 압박'은 시장경제 아냐
  • 김충식 기자
  • 승인 2023.03.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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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편집국장
▲ 김충식 편집국장

정부가 금융을 시작으로 통신∙정유∙항공∙주류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가격 잡기’에 강공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이들 업계에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과점 체제인 이들 업계가 소비자 어려움은 ‘나 몰라라’ 한 채 자신들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 자율’, ‘시장 경제’를 강조하던 윤 정부 출범 초기 때와 비교하면 정부의 논조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윤 정부가 왜 이 같은 강경책으로 선회했을까?

우선은 치솟은 물가∙금리에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경기 침체와 부동산 경착륙 우려로 기준금리 인상이란 정공법을 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시장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격을 통제해 고물가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물가가 경기 악화를 부추기는 점도 감안했다. 물가가 올라 가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고, 내수가 식어가는 악순환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것이다. 또 시장 논리에 따라 전기∙가스요금을 대폭 올렸다가 연초 난방비 논란이 커졌던 학습효과도 이런 방향 전환에 한몫했다.

여기에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국면 전환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정부 들어 긴축 재정을 선언한 데다 높은 물가, 예년만 못한 세수 증가폭 등 걸림돌이 한가득이지만 마땅한 카드가 보이지 않아 기업들을 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대안으로 선택한 전방위 가격 압박 정책이 효과를 내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물가∙금리로 대표되는 최근 비용 상승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국 긴축 강화 등 외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통신∙금융 등 과점 체계 해소도 마찬가지다. 중장기 과제로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일각에선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의 ‘MB 물가’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시 정부는 생활 밀접 품목 52개를 선정해 업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했지만 오히려 MB물가가 다른 품목보다 상승률이 더 높은 부작용이 나왔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불안감이 나오는 것은 이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기업자율,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의 회복을 기대했던 식자들에겐 자못 현재 정부의 정책방향이 지난 정부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삶에 체감되는 경제회복 요건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도 그 과정이 길어도, 또 과해도 안된다. 그럴바엔 대놓고 기업자율과 시장경제를 내려놓아야 한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정책이 역효과를 내면 현재의 호기가 나쁜 결과를 내놓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기업에 대한 당근과 채찍을 고루 사용해야 한다. 기업들은 자율적인 사회공헌으로 정부의 우려를 해소해주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기에 기업의 자율적인 공헌에 대해 정부는 인센티브라나 세금 감면같은 제도로 기업들의 노고와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금은 '말로 할 때 들어!'라는 강공이 아니라, 기업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율적인 공헌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당근을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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