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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이두용 감독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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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이두용 감독 ②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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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용 감독(2006년)
▲ 이두용 감독(2006년)

이두용 감독은 태권도영화도 좋지만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우리의 고유풍습을 소재로 한 향토영화 <초분>(1977) 이후 <물도리동>, <피막>,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뽕>, <내시>, <업> 그리고 <아리랑>까지 만든다. 그의 영화는 주로 윤삼육 각본, 손현채, 안창복, 이성춘 촬영, 이경자 편집이다.

그가 데뷔시킨 배우는 한용철, 황정리, 강대희, 정준 등이고 그의 단골배우는 권영문, 신우철, 배수천, 권일수, 안태섭, 김무영 등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일컬어 이두용 사단이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한국영화계의 앙팡테리블이다.

그들과 만든 <피막>(1980)은 무당 소재의 영화로 압권이다. <최후의 증인>(1980)까지 본다면 당연히 그의 팬이 될 것이고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는 그의 영화의 정점이다. <뽕>(1985)은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이다.

그를 한국이소룡기념사업회 제2회 세미나 때 모셔 한국액션영화에 대해 들었고 한국영화 100년사 세미나에 다시 모신 게 2018년 11월 25일에 개최된 제67회 세미나였다. 그 사이 한태일 배우와 다른 분의 세미나 때에도 참석해주어 자리를 빛내주었다. 특히 내 아들 결혼식에 나와 축사를 해주신 일이 기억에 새롭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6월 6일, 이 감독과 점심 약속을 잡고 석촌역에서 만났다. 여름이라 삼계탕을 먹고 안제리너스 커피숍서 1시간 반 동안 방담을 나누었다. 이 감독은 용산고 시절부터 미술에 소질이 많아 한국의 피카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잡일을 도왔는데 영화사에 포스터 전달을 하기도 했다. 이강천 감독이 일하던 영화사에 학교 선배가 있어서 연출부 막내일을 하게 되어 김수동, 정소영 감독의 조감독까지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1970년에 입봉(데뷔)을 했는데 <잃어버린 면사포>였다. 흔하디 흔한 멜로영화라 “이건 아닌데...” 했지만 당시의 경향이니 어쩔 수 없었다. 이후 3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그가 하고 싶었던 영화란 활극이었다. <스카라무슈>나 <원탁의 기사> 등의 활극인데 그게 아니니 재미없던 데뷔 초기였다. 그는 합동영화사에서 <홍의장군>이라는 국책영화를 만들어 대종상에서 작품상을 받아내 곽정환 사장의 신임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소룡이란 배우 등장 후 불어닥친 무술영화 제작현상에 태권영화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이전에도 무술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장일호 감독의 <인왕산 호랑이> 등의 영화가 있었지만 신인인 한용철(차리셀)을 캐스팅해 <용호대련>을 찍으며 그의 액션영화 전성기를 맞는다. 이두용, 한용철 두 콤비의 영화는 지방업자들의 대환영 속에 시리즈 성격으로 6편을 계속 만들어냈다. 지방업자들이 선금을 내며 독촉하였던 시절이다. 곽정환 사장이 이 감독에게 “빚 다갚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배신자> 이후 한용철이 다른 영화사로 가버리고 이 감독은 새로이 무술배우 오디션을 봐 강대희를 선발해 <무장해재>를 찍었다. 이후 한용철이 찾아와 사과 겸 부탁을 하였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라 함께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제작자인 곽 사장이 불같이 화를 내고 냉담했던 까닭이다.

한용철 배우는 다른 영화사 작품 몇 편에 더 출연했지만 흥행도 저조하고 줏가가 떨어져 그만 미국으로 가버렸다. 그렇게 그의 시대가 저물고 이두용 감독은 여러 신인들을 출연시키며 한국 무예영화배우들을 양산했는데 강대희를 비롯하여 현길수, 안태섭, 김추련, 정준(캐리 정), 한소룡, 전영록, 신우철 등이다.

세월이 흘러 이두용 감독은 한국 토속영화에 집착하며 자신의 영화사인 두성영화사를 창립해 <내시>, <고속도로> 등을 제작, 감독한다. 그 같은 전성시대가 또 언제 올지 모른다. 코로나로 비상사태를 맞은 당시라서 더욱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이야기 말미에 그가 꼽는 감독은 리들리 스콧이라고 했다. 이유는 그의 영화들이 영화스럽다는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영화의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는 남궁원 배우의 <애> 연출 이후 대학강단에 서며 스스로의 활동 폭을 줄였는데 어쩔 수 없는 퇴진일까 궁금하다. 지금도 나와 만나며 신작에 대한 의논을 하는데, 한 시대를 풍미한 감독이 아닌 한국영화의 거장으로서 다시 부활하기를 기원한다.

▲ 2012년 11월, EBS '시네마천국'에 출연한 이두용 감독(왼쪽)
▲ 2012년 11월, EBS '시네마천국'에 출연한 이두용 감독(왼쪽)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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