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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법 절차상 문제 있지만 무효 아냐"…국민 헷갈리게 하는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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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법 절차상 문제 있지만 무효 아냐"…국민 헷갈리게 하는 헌재
  • 김충식 기자
  • 승인 2023.03.23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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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정일보=김충식 기자]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벌어진 '위장 탈당'은 위법이라고 결론 내리면서도 검수완박법이 통과된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절차상 일부 문제가 있지만 법안의 효력을 인정, 국회에서 이뤄진 결정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헌재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검사 6명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각각 진행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재가 이를 가리는 절차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재판관 과반(5명) 찬성이 있으면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두 사안 모두 재판관 5대4로 결정됐다.

◇민형배 사보임 적법했나…"국회법 규정 위반했지만"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검수완박법 개정안 의결 과정에서 '위장탈당'과 '회기쪼개기'로 인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국회 제1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4월 박홍근 원내대표를 대표발의자로 해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일부개정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제사법위원장은 민주당에서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비교섭단체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시켜 안건조정위를 구성, 개정안을 의결했다. 안건은 본회의로 올라가 통과됐다.

안건조정위는 제1교섭단체의 조정위원 수와 제1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조정위원 수를 3대 3으로 같게 구성해야 하고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인 4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다. 민 의원의 참석으로 안건조정위가 실질적으로는 여야 4대 2로 구성됐다.

이날 헌재는 조정위 과정에서 헌법상 다수결원칙 등의 위반이 있었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법사위원장이 '위장탈당' 사정을 알면서도 민 의원을 조정위원을 선임해 조정안이 가결되도록 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그대로 표결에 부쳐 가결을 선포한 행위가 국회법 규정을 위반했단 설명이다.

헌재는 "법사위원장은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뒀다"며 "실질적 조정심사 없이 의결된 조정안에 대해 심사보고나 실질적 토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그대로 개정안 가결을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회기 쪼개기'는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검수완박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표결을 막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회기 쪼개기'로 대응했다.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한 무제한토론이 회기 종료로 끝나면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 표결을 하도록 한 국회법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헌법과 국회법에서 임시회 회기, 특히 회기의 하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회기를 본회의가 개회된 당일로 끝나도록 하거나, 단 하루로 정했다고 하더라도 헌법과 국회법을 위반한 회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캐스팅보트' 이미선 "심의·표결권 침해 있지만 국회 존중"

결국 헌재는 법사위 과정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권한 침해가 있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는 권한 침해가 없었다고 정리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국민의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청구를 모두 인용하면서 이미선 재판관이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 됐다. 이미선 재판관은 법안 통과 행위를 무효로 해달라는 국민의힘 측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권한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확인 청구는 이유 없다"고 밝혔고, 이미선 재판관은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국회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국회의 형성권을 존중한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는 지난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의 결론과 닮은꼴이다. 헌재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당시 결정문에는 "국회의 입법에 관한 자율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헌재는 원칙적으로 처분의 권한 침해만을 확인하고, 권한 침해로 인해 야기된 위헌·위법 상태의 시정은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검찰 청구에는 "자격 없고, 권한침해 가능성도 없어"

법무부와 검찰도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지만 이날 헌재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각하는 소송요건에 흠결이 있거나 부적법한 경우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당사자의 신청을 배척하는 처분이다.

헌재는 법무부 장관에 대해 "법안은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대해서도 "검사의 '헌법상 권한'(영장신청권)을 제한하지 않고, 국회의 입법행위로 그 내용과 범위가 형성된 검사의 '법률상 권한'(수사권·소추권)이 법률개정으로 침해될 가능성도 없다"며 "검사의 심판청구는 권한침해 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적법하다"며 "법률개정행위는 검사들의 헌법상 소추권과 수사권, 법무부 장관의 검사에 관한 관장 사무에 대한 권한을 각각 침해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검수완박법은 지난해 4~5월 국회를 통과해 같은해 9월부터 시행됐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 범죄에서 부패·경제 2개 범죄로 축소하고 수사 개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은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별건사건 수사 금지,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 조항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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