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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영화 벗 당룡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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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영화 벗 당룡 ②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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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룡은 우리의 기억을 넘어 영원하다.
▲ 당룡은 우리의 기억을 넘어 영원하다.

그는 이소룡 대역으로서 <사망유희>를 마치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했다. 그러나 다시 <사망탑>을 찍으며 이소룡의 대역배우의 한계를 알고 스스로 큰 좌절감을 맛보았다. 그는 <사망탑> 촬영 중 삭발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망탑>은 그의 머리가 다 자랄 때까지 촬영이 중단 되었다. 이 사건으로 그는 더 이상 홍콩에서 활동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로선 다른 배역을 원했지만 그 누구도 그러한 역할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단물이 다 빠질 때까지 그는 이소룡의 대역을 해야 하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것을 과감히 거부하는 삭발을 스스로 결행한다. 결국 그는 이소룡 대역배우에서 문제배우가 된 것이다. 그가 결국 홍콩생활을 접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당룡은 홍콩에서 활동 후 귀국하여 <아가씨 참으세요>와 <쌍배>를 촬영했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기에 그동안 베일에 쌓인 인물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함께 활동했던 황정리, 장일도 배우에게서 당룡과의 추억담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만약에라는 가정의 말은 살면서 후회되는 일에 대한 회한의 감정인데, 당룡 그가 만약 홍콩으로 안 갔고 국제영화사와 계약대로 국내영화에 출연했더라면 어떤 영화들이 나왔을까? 1974년이라면 이두용 감독의 태권액션영화가 나올 시절이고 그의 <사망유희>는 성룡과 부성의 코믹액션영화가 나올 1978년 즈음의 일이니 이소룡 식의 액션영화는 한물가려던 시기이다.

결국 1981년 <쌍배>란 영화는 그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영화다. 이소룡과 성룡의 닮은 꼴 두 배우가 공연한 영화는 결국 대단원 막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간 당룡으로서는 심기일전하려했지만 그의 시대는 그렇게 저물었다. 그가 이소룡식 액션을 하지 않고 그만의 개성을 살려 한국 액션영화에 출연했다면 지금 더 많은 출연작에 색다른 액션스타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에겐 의미 없을 뿐더러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는 이미 이소룡 중독자였기 때문이다.

훤출한 외모와 긴 다리의 빛바랜 사진을 보면 그는 천상 액션배우의 팔자다. 그런 그가 직접 쓰고 몇 십 년을 두고 수정을 거듭한 <사망지로(死亡之路)>란 영화는 꼭 완성되어야 할 영화다. 만약에라는 말은 부질없는 공상이지만 그의 일대기를 정리하며 문뜩 든 생각이다. <사망지로>는 그의 마지막 염원이 담긴 결정체이다.

당룡하면 우선 떠오르는 건 당연히 이소룡이다. 세상에 꼭 닮은 사람은 없을 터이고 그래도 전 세계에서 그가 제2의 이소룡으로 뽑혔을 때에는 그만한 닮은꼴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망유희>가 생각만큼 완성도 있게 제작되지는 않았지만 그건 누가 만들 건 간에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완성 영화의 완성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그래도 당룡이라는 이름 두 자는 전 세계인에게 알려졌고 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세계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의 관심은 자신의 정체성 찾기였다. 그러다 보니 <사망유희> 이후 출연작은 <사망탑>, <아가씨 참으세요>, <쌍배> 뿐이다.

이후 미국으로 간 그는 <특명 어벤져>에서 이소룡 역으로 단역 출연 후 수십 년을 야인으로 지낸다. 물론 그가 영화를 잊고 산 건 아니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사망지로> 영화를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이십 년간에 걸쳐 수정을 거듭한 시나리오이기에 자신감을 가질 만 했고 투자자를 찾았다.

제1회 브루스리데이 행사에 참석해서
▲ 제1회 브루스리데이 행사에 참석해서

그런 그는 한국을 해마다 한두 번은 꼭 찾았다. 그리고 2010년 8월에 첫 브루스리데이 행사를 그와 함께 했다. 한국의 이소룡 팬들이 도곡동의 ‘내가사케’에 모여 그와 함께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의기투합하여 11월 27일에 조선일보 토요판에 3면에 걸쳐 소개되었다. 그날 오후 1시에는 한국영상자료원의 제3관을 빌려 개최된 제1회 이소룡세미나에 초청되어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2010년 11월 27일, 제1회 이소룡세미나에 초청된 당룡
▲ 2010년 11월 27일, 제1회 이소룡세미나에 초청된 당룡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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