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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안중근 의사의 뼈대찾기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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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안중근 의사의 뼈대찾기 사업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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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10만 장이 배포된 '안중근 의사 뼈대찾기 성명서'
▲ 2011년부터 10만 장이 배포된 '안중근 의사 뼈대찾기 성명서'

2010년 4월 21일(수) 국가보훈처 국립묘지정책과 H사무관과 통화한 내용이다. 그는 3월 26일에 방송된 <안중근 순국 백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 프로그램 시청 여부를 묻는 내게 상당히 격양되었다. 왜 자신의 인터뷰를 다 안 썼냐고 항의하고 유해 매장지를 증언한 이국성 씨며 지도를 만든 김파 씨를 사기꾼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국가보훈처의 안 의사 유해발굴 실패의 당위성을 방송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50분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인터뷰를 다 쓸 수는 없다. 또 이 프로그램이 정부의 홍보 프로그램은 아니다. 사기꾼으로 매도당한 이국성 씨는 DNA검사 결과 이회영 씨의 손자가 아니라는 것이고 김파 씨는 안 의사의 단지혈맹과 관련해서 사기를 쳤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자료를 신봉하는 김영광 전 의원은 사기꾼에게 놀아나고 있다고 한다.

그 말들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이 이번 유해 발굴 증언과 무슨 상관인지 묻고 싶다. 사기꾼의 증언이라고 해서 가치가 없다면 내가 다큐멘터리에서 제시한 증거자료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안 의사의 유해를 찾을 사람이라면 어떤 의견이던지 의당 더 관심을 가져야 할 터인데 오히려 “왜 아닌 장소를 거론하느냐?”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국가보훈처만큼이나 나도 안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국민의 한 사람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이가 똑같은 심정이고 전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런 선의의 관련자를 사기꾼이나 그에 놀아나는 사람이라며 적개심을 보인다는 것은 진정 국민의 공복인 국가보훈처 직원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EBS가 2010년에 방영한 <안중근 순국 백년- 안의사의 유해를 찾아라!>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안 의사 묘소 관련의 증언자 세 사람은 각기 안 의사의 묘를 참배한 연대도 다르고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그들이 한 장소를 지목하는데 왜 담당공무원은 이리도 아니라고만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는 진정으로 묘소를 찾을 생각이 있는 것일까?

이 다큐멘터리로 국가보훈처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2008년의 1차 발굴이 실패로 끝난 상황을 이야기 하려니 보훈처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과 북한 측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결국 1차 발굴 때 매장 추정지인 두 장소를 같이 발굴 조사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한 곳만을 발굴하니 지금까지 유해 환국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1차 발굴의 비용으로 10억여 원의 경비가 들어간 것으로 들었다. 그러니 2차 발굴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보훈처는 확실한 증거만을 찾는데 그 증거를 일본이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자료라는 것은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발굴의 책임을 일본 측에 떠넘기는 것밖에 안 된다.

국가보훈처장은 확실한 진상을 파악하고 관련자들로부터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보고를 받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먼저 <안중근 순국 백년- 안의사의 유해를 찾아라!> 다큐멘터리를 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일본의 자료 공개만을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본 프로그램에서 제시한 증거들을 검토하고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1990년에 내 개인적으로 처음 안중근 의사 다큐멘터리 <대한국인 안중근>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PD가 애써 찾아 제시한 증거를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보며 국가보훈처가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안 의사 유해 발굴에 관한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런 증거자료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이 담당 공무원의 책임 있는 의식이다. 1차 발굴이 실패로 끝났으면 다시 처음부터 확인을 거듭해야 바람직한 태도이다.

PD가 애써 증명해낸 장소를 일언지하에 “그곳은 이미 검토가 끝난 곳”이라고 매도해 버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이들의 주장에도 귀를 열어놔야 할 텐데 너무 아쉬운 일이다. 제2차 유해발굴위원회 구성원에 나는 빠지더라도 본 다큐멘터리의 출연자인 귀화동포 이국성 씨를 동참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들을 배제하고 과거 멤버들을 중심으로 유해발굴 사업을 하고 있다.

2008년의 발굴사업들이 실패로 끝났다면 새로운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여전히 1기 멤버들이 주도하는 형국이라면 새로이 구성되는 위원회의 의미가 없다. 그들이 동산파(여순의 향양가) 지역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2005년도 통일장관회담 이후 남북한이 현장을 조사하고 검토한 결론이라고 한다.

남북한 조사단이 아니라고 했으니 맞는 것이 아니냐는 것인데 그 내용을 묻자 조사량이 많아 일일이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진정 그가 안 의사의 유해를 찾을 생각이 있는 담당자인지 생각게 하는 전화인터뷰였다.

2011년 3월,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 나는 발 벗고 나서 여론을 환기시키고 안 의사 유해 환국을 위해 모든 방법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리에서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전단지를 돌리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어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을 촉구하는 대국민 홍보를 시작했다. 안중근 행사장을 비롯하여 도심에서 배포한 전단지는 10만여 장에 이른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발굴범위도 압축되어 1차 때와는 달리 1m50m 내의 범위로 비용도 1억여 원 안팎이면 될 일이다. 현재는 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 조사로 유해의 존재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시대이다. 나는 2015년 7월, 대련에서 있은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여 지표투과레이더 조사의 당위성을 밝혔다.

언제나 여순 감옥묘지 터를 방문할 때마다 당장 삽부터 찾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러나 도굴범이 되면서까지 안 의사의 유해를 발굴할 수는 없다. 국가보훈처의 느린 움직임을 보며 정부가 해결 못한다면 이제는 정말 도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누가 봐도 설득이 되는 매장 장소를 계속 부인하며 시간을 보내는 국가보훈처와 담당 공무원은 각성해야 할 일이다.

이 글은 어느 개인이나 기관을 비난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다. 안 의사 유해발굴과 환국이라는 목표를 빨리 이루고자 함이다. 이 모든 과정은 다큐멘터리로 소개할 것이며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았다!> 라는 프로그램이 하루 빨리 방송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2015년 7월, 대련에서 있은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을 위한 방안 모색” 세미나
▲ 2015년 7월, 대련에서 있은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을 위한 방안 모색” 세미나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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