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9 13:59 (금)
[한봉수의 문학 산책] 현 인류의 몰락을 피하기 위한 문학과 예술의 소명 ①
상태바
[한봉수의 문학 산책] 현 인류의 몰락을 피하기 위한 문학과 예술의 소명 ①
  • 한봉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6.03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파우스트적 성취 그리고 몰락에 처한 인류

파우스트는 사탄의 부하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과 부귀영화를 샀다. 괴테의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오직 쾌락과 성취를 좇으며 살인까지 저지르고 온갖 나쁜 짓을 다 한다. 파우스트는 젊음을 되찾고, 유혹하여 사랑을 나눈 여주인공 그레트헨을 버리게 되고 그녀가 근친살인까지 하도록 만들며 파멸에 이르게 한다. 죽어가는 그레트헨은 감히 신에게 참회의 기도 조차 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죄인이라는 양심고백을 한다. 마침내 그녀의 영혼이 지옥의 나락에 떨어지는 순간, 신은 다급히 그녀의 영혼을 구원한다. 그러면 파우스트에 대한 심판은 어떠했는가? 파우스트가 스스로 이루어 낸 성취에 도취하여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치는 순간이 계약대로 악마가 그의 영혼을 지옥에 인도하는 때이다. 이 순간에 신은 파우스트마저 천상의 그레트헨의 간구와 파우스트의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을 참작하여 지옥에 빠지는 영혼을 구원해 낸다.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은 이처럼 허무주의적이고도 낭만적인 결론으로 막을 내린다. 당시 독자들은 신의 무한한 사랑과 의지에 감동했다. 

과연 파우스트의 선택처럼 생명 연장과 개인적 성취와 쾌락을 위하여 영혼까지 사탄의 손에 넘겨주고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가?, 실존적 삶 속에서 누린 부귀영화가 과연 파우스트에게 진정한 의미와 행복을 안겨 주었는가? 현 인류가 처한 상황과 비교하면서 생각해 보자. 인간이 오직 생명 연장과 욕망과 쾌락을 추구하며 사는 삶이 결과적으로 좋은 삶일까? 이러한 삶을 인간답고 자유로운 삶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현대 인류는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인 과학 문명의 이기(利器)를 받는 대신에 영혼을 악마의 손에 맡긴 파우스트와 입장이 비슷하다. 인류는 부귀영화를 더 누리려고 경쟁적으로 새로 짓고 만들어 가며 그 대가로 지구의 생명과 생 태계를 위기 상태로 만들었다. 인간은 생명을 연장받고 넘치는 재물을 더 쌓으며 다투고 즐기며 한편으론 고통을 받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급기야 과학 문명은 인간이 스스로 구속적 삶의 틀에 옭매인 노예 같은 삶 속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인공지능 장착한 챗 지피티(Chat GPT)의 위용은 마치 메피스토펠레스가 본체를 드러내며 극도의 능력을 파우스트에게 안겨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챗 지피티와 인공지능은 ‘생성(生成)능력’을 발휘하며 사람의 정서적 교감까지 끌어낸다. 방송에서 죽은 자의 목소리와 얼굴까지 모방하며 살았을 때 말하던 모습으로 나타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사람의 마음마저 위장하고 점령한다.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대화하며 감성적인 소통도 한다. 이렇게 인간은 디지털 기기에 점점 더 사로잡혀 간다. 마침내 인간은 노예적 상태에 이르게 된다.

가상유토피아 같은 세상이 구현될수록 인류와 지구는 생명력을 잃어간다. 지구에서 현 인류의 퇴출 시간이 가까워져 왔다.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오르면 지구 생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에서 저지하자는 인류의 운동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다. 일백 년 후 지구는 폐허를 견디어내는 전혀 다른 유전자들의 환경으로 전환할 것이다. 현대 인류의 ‘인류 세’(人類世,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준 시기를 구분 한 지질시대로 산업혁명 이후)의 운명의 종착역은 예서 멀지 않다. 마치 영혼을 사탄의 손에 넘겨준 파우스트처럼, 부귀영화와 성취의 재물에 파묻힌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성경 [창세기]에서 낙원에서 쫓겨나는 인류 조상보다 비참하다. 아담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에 서라도 살도록 허용되었지만, 현 인류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인류는 화성이라는 별을 찾아가고 있지만, 과연 가능할까?

▲ 시인, 문학평론가.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한국외대 이탈리아어와 및 정책대학원 졸업. 2020년 『착각의시학』 평론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날더러 숲처럼 살라하네』 강동구 [시로 꿈꾸는 마을] 대표
▲ 시인, 문학평론가.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한국외대 이탈리아어와 및 정책대학원 졸업. 2020년 『착각의시학』 평론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날더러 숲처럼 살라하네』 강동구 [시로 꿈꾸는 마을]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