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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빠는 딸' 정소민 "서른 넘으면 어른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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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빠는 딸' 정소민 "서른 넘으면 어른 될까요?"
  • 김진구 기자
  • 승인 2017.04.12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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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소민.(사진=SM C&C)

[한국정경신문=김진구 기자] 나이 앞 자리가 바뀔 때면 별 특별한 것도 없건만 괜히 마음이 뒤숭숭하다.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 왠지 젊음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 같다는 아쉬움 때문인 걸까. 덤덤히 서른에 대한 단상을 꺼내놓은 배우 정소민의 얘길 듣고 속으로 흠칫 놀랐다. 겉으로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한동안 정소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 '아빠는 딸'에서 정소민은 교복을 입었다. 서른을 코 앞에 둔 여배우가 교복을 입고 여고생 연기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세월을 능숙하게 비켜간 동안 외모를 지닌 정소민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도, 어색한 일도 아니다. 다만 교복을 입고 40대 아저씨를 연기해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을 했고, 더 철저한 공부와 연습이 필요한 작품이 바로 '아빠는 딸'이었다.

'아빠는 딸'은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만년 과장 아빠와 세상 다 싫지만 선배만은 너무나 좋아하는 여고생 딸의 '바디 체인지'를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다. 정소민은 이번 작품에서 몸은 여고생이지만 삶에 찌든 47세 남자를 연기했다. 평생 경험한 적도, 경험할 일도 없는 캐릭터 연기를 정소민은 어떻게 소화했을까.

"윤제문 선배님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어요. 전작들이 워낙 무서운 영화들이 많아서 어떤 작품을 참고할까 고민하다가 '조용한 가족'을 봤죠. 그 영화를 반복해 보면서 아저씨 모습을 카피했어요. 또 그 이후에는 서로를 연기해야 하니까 대본 리딩을 한 다음에 녹음을 해가서 연기를 하기도 했고요. 첫 작업은 그렇게 시작한 것 같아요."

영화 '아빠는 딸' 스틸.(사진=영화사 김치)

그런 노력 덕분에 정소민은 꽤나 능숙하게(?) 아저씨를 연기한다.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영화를 보고 사라졌다. 정소민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디테일을 살리려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윤제문을 정말 딸 대하듯 했고, 박혁권을 오랜 친구 다루듯 했다. 하지만 정소민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고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제가 아무리 아저씨라고 생각하고 한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보이시한 캐릭터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나이도 그렇고 어쩌면 그냥 젊은 남자로 보이진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제가 윤제문 선배님이 연기한 원상태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씁쓸하게 느껴진 지점들이 있었어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상태가 생각보다 지고 있는 짐이 무겁구나, 흔한 아빠의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 그래서 저에게는 깊은 고민만큼이나 소중한 경험으로 남은 작품이기도 해요."

영화를 통해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를 온 몸으로 체득한 정소민은 의외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실제 불편하게 느껴졌던 아빠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 것. 정소민은 "저 역시 도연이처럼 사춘기를 겪고 반항심도 생기면서 아버지를 좀 불편해 했다. 아버지가 엄하셔서 제가 좀 어려워했다. 착한 딸도 있겠지만 많은 딸들이 아버지에 대한 어렵고 불편한 마음에서 싫은 것 까지 가지 않나.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아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괜히 조금 더 친근해진 계기가 됐달까."

영화 '아빠는 딸' 스틸.(사진=영화사 김치)

줄곧 나이보다 어린 캐릭터를 연기한 정소민에게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없을까. 물론 욕심은 있다. 20대 후반에 느끼는 여자로서의 고민과 감정을 연기를 풀고 싶다는 욕심. 그렇다고 정말 갖고 싶은 이미지란 건 없다. 정소민은 "제 바람이라면 제가 출연한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아빠는 딸'을 보시고 아빠로 기억해주셨으면 그걸로 만족할 것 같다. 그게 지금 제가 가장 바라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서른을 눈 앞에 둔 정소민은 "빨리 서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른이라는 말이 주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어감이 있다. 서른이 되면 좀 더 어른 스러워지지는 않을까. 주변에서는 하나도 다를 게 없다고 하지만 좀 더 어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어른스러워지고 싶다는 발상 자체가 아이같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연기적으로 만족할 날이 오지는 않겠지만, 내가 이 지점까지는 왔구나라고 느낄 때는 같이 작업한 모든 사람들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느꼈을 때 되게 뿌듯했고요. 이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 함께 하는 거니까. 한 번 작업했던 이들과 다시 만나서 같이 하는 경험이 저에게는 선물처럼 남아 있거든요. 좋은 순간이었던만큼 언제나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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