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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과장' 남상미 "악역 못 해본 건 제 탓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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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과장' 남상미 "악역 못 해본 건 제 탓이죠"
  • 김진구 기자
  • 승인 2017.04.18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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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출산 후 2년 공백 뒤 '김과장'으로 성공적 컴백
배우 남상미 (사진=제이알이엔티)

[한국정경신문=김진구 기자] 결혼 출산 육아, 그리고 복귀까지 약 2년 6개월. 오랜 공백 뒤에 만난 KBS 2TV 드라마 '김과장'은 배우 남상미에게는 행운 그 자체였다. 캐릭터는 남상미 본인의 모습을 내려놓지 않아도 됐고 스태프들과 동료 선후배 배우들과의 호흡도 척척이었다. 덕분에 '김과장'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며 수목극 1위는 물론 시청률도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김과장'은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더 큰 한탕을 위해 TQ그룹에 필사적으로 입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불합리와 싸우며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는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다. 남상미는 극중 똑부러지는 성격과 업무능력으로 선후배 모두에게 인정받는 똑순이 윤하경 대리로 분해 기존과는 다른 매력을 어필했다. "너무 재밌었다"는 남상미의 말이 성공적인 연기 변신이 가능한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제가 연기를 할 때면 항상 저를 지우는 작업을 했어요. 남상미 하면 얼마나 심심하고 식상할까라는 생각 때문에 저는 가급적 저를 지우려고 하고 대사도 있는 그대로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윤하경은 그 반대였어요. 처음이었죠. 저를 많이 보여드리려 했어요. 제 목소리도 내려고 했고요. 그래서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특히 상대 배우분들 모두 드라마랑 정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저와 잘 맞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적용이 잘 된 것 같아요."

시청자들은 드라마 첫 회를 보고 나면 그 작품의 흥행 여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작품 안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첫 촬영을 진행하면서 감이 오는 경우가 있다. 남상미 역시 '김과장' 촬영 초반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고. 그는 "제가 원래 현장에서 그런 감까지 갖고 있는 배우는 아닌데 이번 드라마는 왠지 메시지 전달이 잘 될 것 같았다. 대중의 공감을 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인간적인 사람들이 진심을 다해서 연기를 하는데, 이 진정성이 대중에게 전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었죠. 우리 드라마가 가진 메시지가 짙어서 그랬는지 느낌이 좋았어요. 저 역시 사람들에게 매료되고 분위기에 매료되다보니 신나게 찍고 있었거든요. 저는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하고 있었음에도 1, 2회 방송을 보고 나니까 '우리가 이런 드라마였어?'라는 생각에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답답한 구석을 긁어주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게 시청자들에게 고스란이 전달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 남상미가 말하는 '김과장' 사람들

배우 남상미 (사진=제이알이엔티)

'김과장'의 가장 큰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캐릭터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캐릭터들이 하나 하나 개성 있게 살아 꿈틀대면서 '김과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남상미는 "제가 감독님께 '정말 캐스팅이 신의 한 수 같다'고 말 한 적이 있다. 연기를 잘 하는 건 기본이고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좋은 사람을 만나도 안 맞을 수 있는데 모난 사람 하나 없었다. 그게 우리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강현 오빠가 얼마나 웃겼는지 아세요? 사랑미 같이 생활하다보면 쌓이고 쌓이는 게 있는데 나중에는 정말 '숨도 쉬지마'라고 했어요. 보기만 해도 웃겼으니까. 그럴 정도로 재밌었어요. 추부장(김원해)님은 정말 최고였어요. 특히 '나 젊었을 때는 A4 용지처럼 날카로웠어'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사실 애드리브였거든요. 그런데 그때 강현 오라버니가 진짜로 울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울면 어떡해'라고 했었죠. 근데 그게 또 너무 웃기는 거예요.(웃음)"

특히 이번 드라마에서는 타이틀롤인 김과장을 연기한 남궁민의 공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정신을 놓은 듯한 그의 신들린 코믹 연기는 '김과장'이 수목극 1위를 차지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상미 역시 남궁민의 얘기를 꺼내자마자 "배우들의 실제 일상적 특징들을 김과장화 시켜버리는 재주가 있다. 특히 다른 배우들을 어우를 줄 안다. 애정이 없으면 그렇게 안 된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 결혼 그리고 예능

배우 남상미 (사진=제이알이엔티)

결혼 전 남상미의 일상은 심심하기 일쑤였다. 하지 말아야 할 게 더 많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남상미에게도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부딪힘이 시작됐고 생각지 못한 에피소드가 매일 매일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커가면서 새로움을 안겨주고 있고, 서울을 벗어난 생활은 신기함의 연속이다. 그런 경험들이 남상미에게는 왠지 모를 용기까지 심어주고 있었다.

 

"결혼하고 나니 매일 매일이 새로운 일들의 연속이예요. 진짜 매일이 다르거든요. 저도 엄마가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요?(웃음) 그래서 엄마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다보니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기고 연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제 스스로가 담담해지니까 연기할 때 여유도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혼 후에 연기력이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요. 경험이 많으신 분들 보면 말씀도 잘 하시고 자신감도 느껴지잖아요? 경험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그런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결혼하길 잘 한 것 같아요."

남상미에게는 예능 울렁증도 적지 않았다. 본인이 얘기할 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출연 자체가 내키지 않았다. 오히려 작품 얘기만 한다면 말이 청산유수일텐데 인간 남상미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없어 스스로 작아지고 자신감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결혼 후 남상미에게 적지 않은 변화가 찾아왔고 그 중 하나가 바로 tvN '집밥 백선생' 출연이다. '집밥 백선생'은 단순히 예능 출연의 의미를 넘어 남상미 본인에게는 요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준 고마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집밥'에서는 여자라서 요리를 다 잘 애햐 한다는 편견을 깨주고 싶었어요. 그런 강박관념을 버리는 걸 포인트로 잡아서 스스로 자기를 발전 시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덕분에 제가 사실 장보기 부터 막막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냥 요리 하나를 뚝딱 할 정도는 됐어요. 양념 소스들이 하나 둘 생기고 뭔가 점점 갖춰져 가다보니 다음 작업도 쉬워지더라고요. 사실 그 전까지 저희 주방은 모델 하우스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 악역에 대한 목표는 '현재진행형'

배우 남상미 (사진=제이알이엔티)

드라마 제작진은 이미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그 배우에게 어떤 '이미지'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반대로 주어진 역할 안에서 전작과는 다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 남상미 역시 어떤 고정된 이미지로 인해 고민했었고 '내가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는 사람인가'라는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게 잠시 어둠과 친해졌던 남상미는 우연히 한 단막극에 출연하며 새삼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깨우쳤고 다시금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제가 하고 싶었던 역할을 다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악역을 하고 싶다고 15년을 울부짖었는데 지금까지 못한 걸 보면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못 준 제 탓이죠. 캐릭터의 다양성은 무궁무진하니 다 해보고 싶어요. 역할의 비중이나 성별의 구애도 받고 싶지는 않아요. 이상하게 남자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 중에 탐나는 역할이 많더라고요.(웃음) 다양한 매력을 가졌지만 한결같은 배우, 따뜻함이 느껴지고 진정성이 있는 배우, 그걸 배이스로 다양한 역할들을 해낼 수 있는 책임감 있는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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