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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터플로우, ‘위로’라는 두 글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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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터플로우, ‘위로’라는 두 글자의 무게
  • 박나은 기자
  • 승인 2017.05.30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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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파르뮤직)

[한국정경신문=박나은 기자] 영화 '심야식당'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랑을 잃은 여자, 꿈을 잊은 젊은이, 새로운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 등...... . 주인장인 마스터는 누구보다 깊은 사연이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도 함부로 이들에게 조언을 건네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일수록 타인을 향한 섣부른 '위로'를 하지 않는다. 위로라는 것이 그렇다. 설익은 말로 툭하니 건넨 위로라는 단어는 상대에게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 일쑤다. 누구나 가볍게 던질 수 있는 “힘내”라는 한 마디가 상대에게 더 큰 짐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위로라는 단어의 무게는 너무도 무겁다.

레터플로우는 최근 그 위로의 무게를 절실히 느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 역시 자신의 음악으로 리스너를 위로해주겠다면서 정규2집 파트1을 내놓은 바 있다. '위로'를 키워드로 꼽은 그는 1년 6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마침내 완성집을 들고 돌아왔다. 레터플로우의 감성은 여전하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건 스스로 '위로'의 무게감을 실감했다는 데 있다.

레터플로우는 지난 파트1을 두고 “머리를 쓴 위로”라고 자평했다. 유행처럼 번진 '위로' '힐링'이라는 단어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탓이었다. 그는 “위로의 곡을 만들어내는 데 목적이 있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항상 유행처럼 번졌다고 하면서 나 조차도 목적이 있는 위로를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회의감이 들더라”고 말했다.

“파트1을 내놓고 흔히 말하는 슬럼프에 빠졌던 것 같아요. 제가 위로를 주제로 앨범을 발표했는데 정작 제 자신이 위로가 필요해진 상황이 된 거죠. 당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그들은 진심을 담은 위로였겠지만 그럴수록 전 다시 숨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위로라는 것이 내 생각만큼 가벼운 게 아니었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 무게감을 느꼈고, 그 말을 더 이상 제 앨범에 붙이고 대중에게 강요할 수 없었어요.”

(사진=쇼파르뮤직)

그는 앨범의 곡들에 대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니 후련하다.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로라는 말을 뺀 레터플로우의 완성집에서는 듣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레터플로우는 한 가지를 더 내려놓았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가지고 있던 욕심이다. 앨범에는 총 13개의 곡들로 채워졌다. 앞서 소유와 함께 했던 '완벽해'도 수록됐는데 이 곡을 제외하곤 작사·작곡·편곡을 모두 담당했다.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한 곡에만 다른 뮤지션의 이름이 보였다. 바로 타이틀곡 '충분해'다. 이 곡은 작곡가 이택승이 작곡과 편곡을 맡고 레터플로우가 노랫말을 붙였다.

“싱어송라이터는 내 이야기를 해야 하잖아요. 사실 그게 제 신념이었어요. 고집을 부렸던 거죠. 내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는 게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혼자 작업하는 걸 고집했죠. 그러다 고집을 부리기엔 제 자신이 아직 어렸다는 걸 느꼈어요. 너무 늦게 알았던 거죠.(웃음) 프로듀서로서의 제 부족함을 인정을 하고 먼저 도움을 청했어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레터플로우에게도 그 시간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욕심을 버리고 변화를 받아들였다. 아픈 시간이었지만 그 시기를 넘어서고 만든 앨범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순수한 음악의 힘이 대중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되고 있던 것이다.

“아직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들려드리지 못한 거 같아요. 아직은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 꼭 말하고 싶었어요. 인간적으로 또 뮤지션으로서 조금씩 발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끝가지 지켜봐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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