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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투표, 최선을 뽑는게 아닌 최악을 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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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투표, 최선을 뽑는게 아닌 최악을 피하는 것
  • 김충식 기자
  • 승인 2020.04.13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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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편집국장
▲ 김충식 편집국장

미국 코미디 영화 중 스윙보트(2008년, 감독 조슈아 마이클 스턴)라는 영화(국내 개봉 2012년 11월)가 있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평범한 중년 남성-사실, 평범보다 더 떨어지는 백수의 중년 남성이다- 버드 존슨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박빙을 펼치던 중 선거시스템의 착오로 버드에게만 10일 안에 재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결국 버드에게 주어진 한 표로 차기 대통령이 결정된다는 내용이다.

양측 대선캠프는 오로지 버드의 한 표를 얻기 위해 정책과 미국의 비전을 설명하고, 버드는 관심도 없던 정치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텍시코(뉴멕시코주의 작은 도시)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고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버드는 별다른 직업없이 낚시와 맥주를 즐기며 빈둥거리는 중년의 싱글대디에게 자신의 한 표로 미국의 대통령이 결정된다는 시나리오는 한편의 코미디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코미디같은 영화가 지금도 시민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영화 한편의 시나리오가 총선을 이틀 앞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기 때문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위하고, 시민을 위해 한 표를 달라고 하는 정치인들과 그에 부응하여 덮어놓고 당(黨)만 보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민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고, 이념적 싸움에 서로 네편, 내편 구분해 싸우는 정치인들과 그에 부응하며 부화뇌동하는 이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어디서 전해 오는 소식인지 모를 유튜브 영상과 근거없는 소문으로 만들어진 '카더라 통신'에 무엇이 옳은지 구분조차 하지 않고 색칠하고 상대방을 욕하는 찌라시들. 거기에 흠뻑 물들어 '이게 맞네, 저게 맞네'하며 맞짱구 치는 우매한 자들.
 
버드 존슨은 12살 된 딸 몰리와 함께 산다. 12살 딸에 대한 설명은 간결하다. “정신연령은 아빠보다 더 높을 것 같은 12살 딸 몰리는 이런 아빠를 대신하여 집을 돌본다”라고 설명한다. 12살 어린 딸보다 못한 이들이 많은 요즘이다.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선거. 유권자들이 투표할 후보와 당을 결정할 때 정책과 비전을 내팽겨치고 선거 책자를 덮어놓고 쓰레기통에 넣은 후 후보자와 당을 결정한다면, 대한민국은 또 다시 혼란 속에 빠질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 표가 후보자와 당을 결정 짓는다고 생각하고 쓰레기 통에 넣은 후보자 정책과 선거홍보물을 다시 한번 보고 결정하길 기대한다. 선거철에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에 희망을 거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최선을 뽑는게 아니고, 최악을 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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