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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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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상 수상
  • 안태근
  • 승인 2021.04.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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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 배우가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배우 사상 최초의 수상이다. 그녀는 이미 ‘미나리’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40여 개의 상을 수상했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이민 세대의 고난사를 미나리라는 상징을 통해 보여주는 감동적인 영화이다.

윤여정이 맡은 극중 할머니가 사실상 드라마를 끌고 가는 축이다. 이민 가서 고생하는 딸을 위해 고국의 여러 먹거리를 가져오는데 미나리 씨도 그 중 하나였다. 어린 손주와 함께 뱀이 나온다는 냇가에 미나리를 심고 삶의 희망을 전해준다. 할머니 캐릭터는 그녀의 단골 캐릭터였지만 ‘미나리’에서 그녀의 캐릭터는 단연 발군이다.

그녀는 그동안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억매이지 않은 캐릭터로 자유분방하면서도 개성 있는 여러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특히나 심성 고운 할머니 역은 그녀의 단골 배역이었다. 그런가 하면 솔직한 화술로 그녀의 어록을 만들어내며 우리시대를 빛낸 국민 배우가 됐다. 1947년생으로 그녀 또래의 영화배우는 드물다. 그러고 보니 현역 최고참 여배우일 수도 있다. 다른 동료 여배우들의 스크린 나들이가 흔치 않은데 그녀는 꾸준히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이어왔다.

그녀는 대학생 때이던 1966년 TBC탤런트 3기생으로 데뷔했다. 영화는 고 김기영 감독의 1971년작 ‘화녀’로 데뷔하여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선보였다. ‘화녀’는 김기영 감독의 화제작인 ‘하녀’의 연작으로 여주인공인 하녀의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당시 MBC 드라마 ‘장희빈’을 맡아 얼굴을 알려질 즈음 앙칼지며 도발적인 그녀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확실히 어필됐다.

그녀의 캐릭터를 살린 김기영 감독의 1973년작 ‘충녀’는 곤충의 몸을 한 그녀의 모습을 크게 포스터로 만들어 광고했다. 영화 역시도 파격적인 내용이었지만 그만큼 파격적인 포스터도 처음이었다. 김기영 감독의 그로테스크한 연출세계의 중심에 그녀가 있었다. 상업성과는 다소 동떨어진 영화였지만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그녀는 한국영화사에 손꼽히는 개성파 여배우로 자리잡는다.

그녀는 타고난 성격배우이다. 수많은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 여러 캐릭터를 보여주며 55년 경력의 배우가 되었다. 다소 만만치 않은 이미지인데 10여 년의 공백기도 있었고 깔끔하기로 소문나 동 시기 다른 탤런트 동료보다는 과작일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끊임없이 영화 출연을 해오며 자신만의 연기세계를 보여주었다. 박철수 감독의 ‘에미’에서 보여주는 처절한 복수극은 그녀의 또 다른 면모이다. 그런가 하면 ‘바람난 거족’, ‘돈의 맛’, ‘고령화 가족’, ‘계춘할망’, ‘죽여주는 여자’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명확한 배역 소화는 그녀를 장수 배우로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행보와 수상은 당연한 결론이다.

지금 세계영화계는 코로나로 인해 악전고투 중이다. 한국영화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작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우리는 세계영화의 중심권에 진입했음을 실감한다.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를 통해 쌓아온 저력은 언제든 세계인들을 주목시킬 수 있다. 윤여정 배우의 이번 수상은 차후 또 다른 영화의 수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동안 여러 영화를 통해 각기 개성 있는 할머니 역을 보여주었는데 향후 다른 영화에서 그녀의 할머니 역을 보고 싶다.

▲ 안태근 박사(한국영화 100년사 연구회 회장)
▲ 안태근 박사(한국영화 100년사 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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