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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영화란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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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영화란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일이다
  • 안태근
  • 승인 2021.05.0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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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태근 박사
▲ 안태근(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영화란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일이다.” 이 말은 윤여정 배우가 했던 말이다. 1985년, 영화의 발명과 더불어 지금까지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져 개봉되어 왔다. 왜 이렇게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을까? 그건 간단하다. 돈 벌기 위해서이다. 자선사업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영화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작은 불과 5%로 나머지 영화들은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등 부가수입을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모든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일은 절대 생길 수 없다. 그것은 흥행의 기대를 갖고 만들어지지만 결코 흥행의 벽이 낮지 않기 때문이다.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의 공통점은 바로 감동이다. 보고나서 입장료는 커녕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고품위의 감동이다. 그러면 입소문으로 퍼지고 SNS를 뜨겁게 달구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 모은다. 그러면 영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면 감동이란 쉬운 일일까? 그건 많은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보여주듯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간의 관계에서 감동을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사회적으로 보아도 수많은 사건, 사고에 묻혀 감동 사연이 소개가 안되어서 일 수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수십억 원을 모아 대학에 기부하는 행상 할머니의 미담 기사는 매일 같이 있는 일이 아니다. 수십 년에 한 번 꼴이다. 동문이 학교의 발전 기금 내는 일도 드문데 학연이 없는 학교에 기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일이다.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그런 일, 누가 보아도 입이 떡 벌어질 그런 일이 바로 감동으로 이어진다.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들은 이러한 감동을 전해주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그러나 이미 창작이라는 픽션 스토리의 출발에서 이는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다큐멘터리의 감동은 드라마보다는 쉽지만 역시나 어려운 일이다. 온갖 편집의 미학을 살려 주인공의 사연을 전한들 생생한 목격담이 아닌 재가공된 콘텐츠에 관객들의 인심은 야박스러울 정도이다. 기껏해야 "응, 참 대단하다!" 정도랄까? 가슴을 울리는 벅찬 감동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천하의 연기 귀재가 연기하고 최고의 감독이 연출한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기대했던 대로라면 "잘 만들었는걸..." 하며 즐거이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다. 그러나 감동과는 약간 괴리감이 있다. 그렇다고 화려한 캐스팅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꼭 감동적일 수는 없다. 물론 잘 만든 영화라면 관객들은 언제나 감동받을 준비는 되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이 있다. 바로 진정성이다. 진정성을 살린 영화들은 약간은 연기가 서툴러도, 제작비가 적어도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다. 다큐멘터리적으로 만든 드라마, 꼭 실화가 아니더라도 그러한 사실감을 전달해주는 영화가 감동에 접근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이삭 감독이 만든 <미나리>가 바로 이러한 예이다. 잔잔한 감동이 스멀스멀 가슴으로 전해질 때 관객들은 행복해진다. "잘 선택했어 이 영화!" 그리고 또 다른 <미나리>를 찾게 된다. 영화의 감동, 만만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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