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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욱의 유통칼럼] 백화점 CEO는 온라인사업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나?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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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욱의 유통칼럼] 백화점 CEO는 온라인사업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나? ①
  • 정형욱
  • 승인 2021.06.02 0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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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을 포함해 어떤 사업에서든 온라인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최고경영자는 회의마다 이커머스 현황에 대해 평가하고 지시를 내린다.

일부 팀장급 간부사원만 소집한 회의에서는 현실과 어긋난 발언을 ‘개떡같이’ 해도 팀장들은 의미를 ‘찰떡같이’ 잘 파악해 숨은 뜻을 새겨  듣지만(실제로는 숨은 뜻이 없는 경우도 많다), 실무급 파트장이나 담당자까지 참여한 회의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경영자가 온라인 업무에 대한 기초 이론이나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라떼호올스’식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력이나 무지를 드러낸다면 실무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경영자의 이야기를 현실을 모르는 이른바 ‘똥볼’ 차는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거나, 요즘과 같이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는 젊은 세대들은 회의장에서 바로 최고경영자의 의견에 대한 허점을 논리적으로 반박해 얼굴을 뜨겁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오프라인 사업 영역에 대해서는 탁월한 전문성을 보유했지만, 온라인에 대한 사전 지식이 다소 부족한 CEO들을 위해 평생을 온라인 사업 기획부터 IT, 마케팅, MD, 물류 전 영역을 총괄했던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영업비밀(?)을 공개하고자 한다.

온라인사업의 전문가는 많지 않다. 급변하는 시장 특성상 고객의 행태를 특정 지을 수 없으며 시스템도 한해 한해가 다르게 진화하기 때문에 온라인 영역을 아우르는 전문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전문가라고 스스로 칭하며 각종 세미나에서 자료를 발표하는 친구들이 자주 목격된다. 그들 중에는 시스템개발에 완전히 실패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주고 방출된 사람도 있고, 실무능력은 전혀 없으면서 여기저기에서 들은 이야기를 본인 경험인 척 내세우는 사람도 일부 있다. 

실제로 필자와 함께 근무한 적 있던 한 부하 직원이 나에게 배운 내용을 마치 자신의 지식과 생각인 양 화려하게 발표하는 것을 본 적 있다. 게다가 주워들은 몇몇 내용을 온라인 용어와 섞어가며 아는 척하는 그 친구를 그룹에서 데려가 각종 온라인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것도 보았다.

예상한 대로 그가 전문가로 참여한 그룹 프로젝트는 성과를 하나도 내지 못했다. 이처럼 몇 마디 아는 척하는 말만 듣고서 실제 전문가를 가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전문가인 척하지 마라

온라인 사업의 경우, 조직은 크게 기획, 마케팅, MD 세 분야로 구분되며 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여 년의 시간이 걸린다.

기업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기획조직은 사업관리, 신규사업개발, 재무, 회계, 홍보, 법무, SCM(물류, 배송, 창고관리), IT시스템의 기능을 담당하고, 마케팅 조직은 광고, 판촉, 제휴, 이벤트, CS, UI, UX의 기능을 가지며, MD 조직은 상품군별 매입, 입퇴점, 재고관리, 행사 협의의 기능을 맡는다.

보통 실무자로 입사해 3~5년 정도 지나면 각 기능을 파악해 파트의 실무주무가 되며, 5~10년 정도면 파트장이라는 중간 리더의 역할을, 10~15년 이상 되면 해당 소속의 리더인 팀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즉 15년을 온라인 분야에 있어도 해당 기획, 마케팅, MD 중 본인이 소속한 조직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이외 다른 조직까지 전부 섭렵하려면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한 성과 및 고속승진과 함께 시장현황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교류, 상품에 대한 이해 및 온라인 IT시스템의 기술적 동향에 대한 파악과 전문지식에 대한 지속적 습득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각 팀에서 5년 이상 현업을 수행하면서 업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교류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전문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언이 생각난다.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너라지만 돌다리를 왜 두드리는가. 나는 나무다리라도 다리가 있으면 건너가라고 한다. 위험을 각오하고 선두에서 달려가야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돌다리건 나무다리건 두드리고 건너려다가는 경쟁에서 밀린다는 의미다. 과거와 달리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온라인 기업은 매우 빨리 변화하기에 민첩한 프로세스 변경과 변화 관리 또한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각종 이벤트나 행사에 대해 경쟁사의 대응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반영되고, 우리가 기획한 이벤트가 조금이라도 성과가 나타나면 곧바로 같은 행사가 여기저기서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원래 기획보다 고객들이 더욱 호응하는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고경영자가 해당 분야에 잔뼈가 굵은 중간 간부급이나 팀장급을 앞에 두고 온라인 사업에 대해 본인의 미천한 지식이나 국민 누구나 하는 모바일 구매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운영자들에게 지시할 경우, 현실성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핵심고객층의 특성과 다른 중장년층을 대변하는 듯한 편협한 시각으로 인해 오히려 배가 산으로 가는 전략이 전개될 수 있다.

오래전 이야기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가 끄는 썰매가 예쁘게 눈이 내리는 마을 밤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을 이벤트 페이지 배경으로 설정하고 온라인 몰을 오픈했다. 갑자기 대표이사의 호출이 왔다. 산타 주변에 눈이 너무 적게 천천히 내린다는 지적이었다. 

실무자들의 화면에서는 분위기 있게 예쁘게 내리는 눈이 대표이사의 PC에서는 느리게 내렸던 것이다. 필요 이상의 파일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이사 PC의 하드디스크 문제이거나 메모리 용량 부족에 원인이 있었지만, 대표이사는 도통 들으려 하지 않고 더 많이 더 빨리 눈이 내리게 하라는 지시뿐이었다.

웹디자인 담당 파트장은 원인을 설명하다가 “조치하라면 할 것이지 무슨 말이 많아!”라는 질책에 어쩔 수 없이 눈 내리는 속도를 더 빠르게 바꾸었다.

대표이사는 만족했지만 실제 고객들의 PC 화면에서는 눈보라 폭풍이 불어대는 눈 재난으로 보이는 배경으로 크리스마스의 고요한 밤과는 먼 페이지가 됐다.

최고경영자라고 해서 모든 분야에 전문가일 수는 없다. 괜히 책 몇 권 읽고 전문가인 척하다가 오히려 직원들의 신뢰는 물론 사업의 방향성까지 잃을 수 있다. 팀장들이나 부서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결정하기 어려운 정책을 지원해주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역할이다.  

◆ 동시에 상반되는 지시를 하지 마라

온라인 기업에서 주로 관리하는 KPI 지표는 총방문자수, 객단가, 중도이탈률, 적중률, 재방문율, PV(방문당 페이지뷰), 이메일 오픈율, 트래픽 소스(유입채널/직접방문율, 채널방문율), 구매전환율, 도달률, 상품 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커머스 기업의 특성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는 이러한 지표는 각 조직이 해당 소속에 맞는 관리 포인트를 일별, 주별, 월별로 설정하고 지표변화를 모니터링해가며 대책을 세운다.

필자 역시 이커머스팀장 시절, 해당 지표에 대해서 주간회의를 통해 점검과 대책을 만들고 때로는 일별로 지표가 특이하게 낮으면 특단의 조치를 하기도 했다. 월간 전략회의 시 온라인 지표를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면 점잖은 목소리로 견제나 조언이 들어온다.

“우리 사이트에는 상품이 너무 부족해서 살 게 없어요. 상품 확대에 노력해 주세요”라는 요청과 “그런데 적중률이 너무 낮은 거 아닌가요? 적중률을 올리도록 신경 쓰세요”라는 식의 발언이다. 

전체 상품 중 구매가 일어난 상품 수를 적중률로 관리하던 당시, 상품 수를 늘리면 적중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풍성하게 상품을 갖추려면 단기간 적중률은 떨어지고, 해당 상품이 우수상품으로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고 가격경쟁력이 있으면 해당 상품의 구매가 발생하고 적중률이 올라가는 것인데, 상반된 두 지표를 동시에 올리라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마치 본인의 입맛은 MSG에 완벽히 길들어 있으면서 음식을 맛있게 만들되 조미료나 설탕은 넣지 말라는 식의 요청이 아닐까. 이때는 주방장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조미료를 쓰지 않고 맛을 냈습니다’라는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유사한 사례는 더 있다. 홍보 이메일을 너무 자주 발송하면 고객이 번거로워하며 스팸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늘어나 발송을 줄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에도 이메일 발송률이 경쟁사에 비해 적다고 지적받아 발송을 늘리면, 이번에는 오픈율이 왜 이렇게 저조하냐고 질책한다. 

지표는 해당 시점 전략에 따라 높여야 하는 것도 있고 낮아지는 것도 있다. 무조건 다 높이라는 지적은 직원들의 반감과 피로도만 쌓이게 하고 전혀 실무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백화점은 온라인 커머스를 성장사업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백화점 대표는 온라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CEO뿐만 아니라 백화점 경영진들도 반드시 실무자의 조언을 경청해야 한다.​ 

▲ 정형욱 前) 하나투어 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前) 갤러리아면세점 인터넷점장 前) 갤러리아백화점 전략실 e-커머스팀장 前) 신세계몰 EC사업부 EC기획총괄 前) 롯데백화점 유통정보연구소 연구원
▲ 정형욱 前) 하나투어 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前) 갤러리아면세점 인터넷점장 前) 갤러리아백화점 전략실 e-커머스팀장 前) 신세계몰 EC사업부 EC기획총괄 前) 롯데백화점 유통정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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