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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칼럼] 나훈아의 바지 vs 이재명의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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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칼럼] 나훈아의 바지 vs 이재명의 바지
  • 한국공정일보
  • 승인 2021.07.0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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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스캔들에 대응하는 같은 듯 다른 나훈아와 이재명

트로트 가수의 황제라 불리던 나훈아는 2008년 1월 25일 홍은동 그랜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나훈아는 여배우 K를 놓고 일본 야쿠자와 시비가 붙어 신체의 일부가 훼손됐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가 오랫동안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아 생긴 의혹이었고 또 그 의혹의 배경에는 여배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여배우의 실추된 명예를 다시 회복시키라며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이 자리에 해명하러 나온 것이 절대 아니다. 해명을 하자면 여러분이 해야 될 것이다. 언론의 펜대로 불거진 이번 루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 나 역시 괴롭다"며 "반드시 이니셜로 피해를 입고 있는 처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이 증명해 주세요. 제가 지금 여기서 딱 5분간 보여드리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누군지 모르지만 (이때 “믿습니다”라고 말 한 이가 나훈아의 팬인지 기자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팬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기자였다면 뒤로 돌아가서라도 확인했어야 하는게 ‘기자다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훈아의 1시간짜리 기자회견은 그렇게 끝이 났고, 여배우 K와 관련한 소문은 소문으로 사라졌다. 나훈아의 이 기자회견은 나훈아를 여배우의 명예까지 생각한 ‘진짜 남자’의 모습으로 부각되게 했다.

▲ 나훈아 바지 사건은 그가 여배우의 명예까지 살리는 남자다움을 보여 준 사건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 나훈아 바지 사건은 그가 여배우의 명예까지 살리는 남자다움을 보여 준 사건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2021년 7월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 토론회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자에 대해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해명요구가 나왔다.

첫 포문을 연 것은 전직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후보자다. 정 후보자는 “소위 말하는 스캔들 해명 요구에 대해서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건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자도 발끈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제가 혹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대선 예비후보자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엔 참 수준 낮은 토론이다. 남자가 큰일을 할 때엔 허리 아래 얘기는 하는게 아니라지만, 시정 잡배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자를 선출하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니, 우리나라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자들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드니 씁쓸하기 그지 없다.

▲ 여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정세균 후보자가 “소위 말하는 스캔들 해명 요구에 대해서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건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자 이재명 후보자는  “제가 혹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대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JTBC 영상 캡처
▲ 여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정세균 후보자가 “소위 말하는 스캔들 해명 요구에 대해서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건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자 이재명 후보자는  “제가 혹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대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JTBC 영상 캡처

이재명 후보자를 나훈아와 비교하기는 닮은 것 같지만, 다르다. 나훈아는 자진해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5분간 보여주겠다면서 책상위에 올라 바지를 내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자신의 신체 일부가 훼손됐다는 오해를 풀기 위한 것이지만 그에게는 실추된 여배우의 명예회복을 위해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이재명 후보자는 여배우와의 스캔들에 대해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론이 쓴 기사도 시중에 떠 도는 ‘카더라’ 통신을 가져다 쓴 것도 아니다. 당사자가 직접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는 그는 “얼마나 더 해명해야 하느냐”라고 했지만, 그가 한 것은 해명이 아니였다. 아니, 한번도 제대로 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오히려 기자들의 질문에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다 나온다고 했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여배우와의 스캔들이 불거진 것조차 부적절한 일이다. 차라리 자신 때문에 상처입고 실추된 명예회복을 위해 바지를 벗겠다고 하면 나았을까?

에이, 아서자. 그는 나훈아가 아니다. 나훈아 같은 남자였다면 그 자리까지 갔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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