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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욱의 유통칼럼]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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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욱의 유통칼럼]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초대
  • 정형욱
  • 승인 2021.09.29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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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규 비즈니스로 주목받는 모델은 하나같이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도대체 플랫폼 비즈니스가 무엇일까?

◆ 유통의 다른 이름 

플랫폼 비즈니스는 한경 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사업자(공급자)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여기에 소비자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 형태를 말한다.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기 제조업체들은 각종 소프트웨어 공급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 쇼핑몰도 일정한 지리적 공간에 다양한 상점들이 입점하게 유도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로 나와 있다.

가만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의를 읽다 보면, 결국 유통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중간 역할을 하는 마켓플레이스, 즉 시장을 플랫폼이라는 명칭으로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입지 좋은 곳에 화려한 건물을 만들어,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것이 과거 오프라인 유통의 모습이었다면, 온라인에서 공급자와 소비자,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링크시키는 허브의 역할수행이 오늘날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유행하는 플랫폼의 개념이다.

네이버
▲ 네이버

 

◆ 카카오와 네이버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표 격인 카카오는 무료 메신저를 통해 전 국민을 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 집합시켰다. 

막강한 유저를 기반으로 무료게임, 기프티콘부터 시작해 대리기사, 택시회사를 묶었고, 전국에 산재한 동네 미용실을 한 채널로 묶는 카카오헤어샵까지 영역을 넓히더니, 결제수단인 페이를 기반으로 금융 분야로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코로나 시대에 카카오는 네이버와 함께 국민의 신분증을 QR로 대체시켰고, 각종 채널의 인증 수단으로 공인을 받는 상황이다. 

최근 카카오가 택시 콜비를 인상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카카오가 택시기사들을 위해 원가 이하로 승객을 연결하고, 캐릭터까지 써가며 계속해서 무료로 택시 외장도색을 지원해주리라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카카오는 사회적 기업이 아닌 개인기업이고, 공공의 영역이 아닌 민간의 영역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들은 그들의 서비스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전환되는 시점에 이르면 즉시 최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선택을 할 것이며, 그것은 각종 수수료 인상과 유료 광고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카카오는 전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경쟁자들을 진압할 준비를 이미 완성한 셈이다.    

이에 못지않게 플랫폼 모델로 전 국민을 장악하는 또 한 축의 사업모델이 네이버다. 네이버는 온라인 포털 시장에서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전 국민을 자사의 서비스로 유인한 결과, 완벽한 시장의 지배자가 됐다. 

야후
▲ 야후

라이코스, 엠파스, 야후코리아를 기억할 것이다. 이들은 네이버의 등장과 함께 추억 속으로 사라진 회사들이다. 이메일 계정의 용량을 늘리려면 구매해야 사용할 수 있었던 시절, 네이버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이메일과 막대한 용량의 데이터 저장 공간을 제공했다. 

이때부터 네이버는 플랫폼을 계획한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엄청난 고객이 네이버 서비스를 든든히 지원해주는 기반이 됐고, 네이버 서비스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되었기에 이후 네이버에 탑재되는 모든 서비스는 순풍을 만난 돛단배처럼 성장의 망망대해를 향해 거침없는 항해를 할 수 있었다. 

 

◆ 상상 그 이상의 부가가치

플랫폼 비즈니스는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초기에는 막강한 자금의 투자를 통해 무료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하고, 그 서비스에 고객이 완전히 록인(Lock-In)되도록 서비스 고도화를 지속해야 한다. 

짧은 시간 내에 ROI(Return On Inv estment, 투자 수익률)를 도출할 계획을 구상하는 기업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 성장을 위해서는 장시간에 걸쳐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단계를 수립해야 한다.

1. 현재 시장에서의 유료형태 서비스 중 고객이 필요로 하나 유료에 대한 부담을 갖는 모델 발굴 → 2. 메인 서비스 이용 무료화 진행(투자) → 3. 고객 확보 → 4. 서비스 고도화 및 대중화 → 5. 메인 서비스를 근간으로 유사영역 무료 서비스 확대 → 6. 고객 강화 → 7. Lock-In → 8. 수익모델 개발 → 9. 수익 창출 → 10. 추가 서비스모델 개발

위의 10단계 과정을 거쳐야만 플랫폼 비즈니스는 그 세력을 견고히 완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 부동산을 보자. 전국적으로 집을 찾는 고객에게 부동산 정보를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다. 

초기에 저렴한 비용으로 공인중개사의 등록을 유도하고, 등록한 공인중개사의 연락처를 포털에 공개해 고객을 확보시켜 준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점점 커지게 된다.

이후 부동산의 영역은 인테리어, 이사 등의 서비스로 넓혀갈 수 있다. 부동산 거래 시, 현재는 공인중개사가 관여해 수수료를 수취하지만, 이제 머지않아 블록체인을 통한 인증이 일반화되고, 데이터로 인한 인증과 거래가 안정성을 완벽히 확보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막대한 로비를 통해 현행 주택거래의 법적인 규제를 변경시킴으로써 네이버는 직접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주택 중개업으로 진출을 꿈꿀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플랫폼이 강화되는 모습, 플랫폼이 지배하는 시대인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 또는 용역을 제공하지도 않은 채, 거간(居間)의 역할로 수수료만 떼어간다고 비난을 할 대상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거간의 역할이 인증, 보증, 편리성과 공공의 인정을 보장받게 되는 순간, 이로 인한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커머스는 근본적으로 플랫폼과 동일한 콘셉트이다.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킨다는 동일한 원칙에서 움직인다. 

커머스를 통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이제 구시대적 발상이다. 커머스는 오롯이 고객을 결집시키는 도구의 시대가 됐다. 아직도 커머스를 통해 발생하는 수수료를 매출의 근원으로 생각하는 CEO가 있다면, 빨리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커머스를 고객 유인 수단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 

▲ 정형욱 ​​​​​​​前) 하나투어 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前) 갤러리아면세점 인터넷점장 前) 갤러리아백화점 전략실 e-커머스팀장 前) 신세계몰 EC사업부 EC기획총괄 前) 롯데백화점 유통정보연구소 연구원
▲ 정형욱 前) 하나투어 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前) 갤러리아면세점 인터넷점장 前) 갤러리아백화점 전략실 e-커머스팀장 前) 신세계몰 EC사업부 EC기획총괄 前) 롯데백화점 유통정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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