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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한국 다큐멘터리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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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한국 다큐멘터리 연대기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1.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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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다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블라디보스톡 촬영
▲ 2004년 다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블라디보스톡 촬영

다큐멘터리는 당대의 시대상을 담아내고 있다. 그 시대가 추구하는 정서와 비전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시대정신이라고 말한다. 사회를 보다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로 다큐멘터리는 만들어진다. 초창기 다큐멘터리로는 활자기록으로만 존재한다. 필름이 현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첫 다큐멘터리로는 <조선전시의 경>, 이필우 촬영기사가 찍은 <조선정구대회>와 <순종 장례식>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풍물과 문화를 촬영한 성 베네딕도 선교회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라는 다큐멘터리도 있다.

1940년대 이전의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을 통치하기 위해 제작되는 홍보용 다큐멘터리가 거의 다이다. 콜레라 예방을 위한 <호열자>라는 영화, 홍수예방을 위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룬다. 1950년대 우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기록은 거의 없다. 미군정이 투표를 권장하기 위해 기획한 다큐멘터리를 최인규 감독이 맡아 제작했다고 신상옥, 정창화 감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1960년대 들어서는 조국선진화를 홍보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이 본격화된다. 흑백영화시절인데 미군정에 의해 리버티뉘우스가 시작되어 대한뉴스로 정착한다. TV가 없던 시절이라 TV의 기능을 뉴스영화가 대신했던 것이다. 이를 제작하기 위해 국립영화제작소가 존재했다. 대통령의 동정은 대한뉴스의 주요이슈였다. 당시 대한뉴스팀의 위력은 대단했다. 카메라에 담겨진 활동상이 직위까지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새마을 운동으로 전국토가 재개발되었다. 고속도로 개통이나 한강의 다리 건설 등은 따로이 제작되어 대국민홍보를 하였다.

다큐멘터리의 주요 목적이 대국민홍보이며 국립영화제작소의 활동은 더욱 확대되었다. 제작1과가 뉴스제작을 전담했고 제작2과에서는 본격적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는데 한국의 문화를 해외에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인의 한평생> 등은 아시아영화제에 출품되어 비극영화부문에서 수상하였다. 당시 주요 다큐멘터리는 국립영화제작소를 통해 제작되었다. 이때 군소식과 홍보를 위해 국군홍보관리소가 설립되었고 우수한 군사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해외 군사영화제에서 연속 수상하였다. TV에서도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 시작했는데 '카메라의 눈' 등이 기억난다. KBS는 한국방송다큐멘터리의 출발점이다.

TBC에서도 좋은 다큐멘터리가 기획되어 방송되었지만 제작진이 필름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이어서 기억나는 성과물은 없다. 한국다큐멘터리의 비약적인 발전은 1980년대 이후이다. 컬러방송이 되며 KBS는 한국다큐멘터리의 산실이 되었다. 독립다큐멘터리도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데 국립영화제작소의 다큐멘터리가 답보 상태에 빠지며 TV다큐멘터리가 보다 대중과 가까워졌다. 내용면에서도 기존의 틀을 벗지 못한 국립영화제작소의 다큐멘터리는 유명무실해졌다. 극장에서 대한뉴스를 중단한 것도 국립영화제작소 퇴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1990년대부터는 다양한 TV다큐멘터리가 봇물 터지듯이 장르별로 제작되었다. MBC는 <인간시대>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휴먼다큐를 만들어냈고 KBS와 EBS는 공영방송에 걸맞는 사회공익적인 다큐멘터리를 양산했다. 2000년대 들어서 한국다큐멘터리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정착되었고 다큐스페셜, 다큐프라임 프로그램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해외의 우수다큐멘터리도 지속적으로 소개되며 질적으로도 간극이 좁혀졌고 중반이후부터는 오히려 외국의 다큐멘터리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이후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의 독립영화가 흥행에서도 성공하였고 여러 다큐멘터리들이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그 위상을 인정받았다.

▲ 안태근 박사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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