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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PD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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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나의 다큐멘터리PD 되기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08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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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폭류'의 청계천 촬영현장
▲ 1975년 '폭류'의 청계천 촬영현장

방송PD를 희망하는 많은 이들은 드라마PD를 희망하지만 정작 방송PD들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한다. 그것은 드라마PD의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 다큐멘터리PD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 때문이다. 가공의 이야기인 드라마가 구현할 수 없는 힘인 다큐멘터리의 사회 선도기능은 방송의 위대한 힘이다.

다큐멘터리를 하기위해선 우선 사회전반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이 많아야 한다. 다큐멘터리가 시대정신을 읽어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제 역할을 다할 때 느끼는 보람과 희열은 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좋은 다큐멘터리라는 것은 쉽게 이야기하면 공무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다큐멘터리의 위대성을 알게 되고 다큐멘터리PD는 올바른 다큐멘터리 정신을 추구한다.

다큐멘터리PD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 대한 관심이 최우선이다. 우리가 미처 발견치 못하는 사회의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그것이 갖고 있는 문제와 그것의 해결을 위한 방안과 대안제시 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일은 행정가의 기획력과 정치가의 추진력이 결집된 일로 비견된다.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 후 방송이 되고 주변부의 각종 압력에 굳건히 버티어 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초심의 의지로 헤쳐나가야 진정한 다큐멘터리스트가 된다.

다큐멘터리PD의 일과는 프로그램 제작이나 기획, 취재, 섭외 등이다. 새 소식을 찾아보고 관련 전문서 탐독, 글쓰기, 그리고 사람 만나는 것이 주된 일인데 다른 직업인들 보다 다양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얻기도 한다.

나의 다큐멘터리 첫 연출작인 <폭류/暴流>는 1970년대 청계천의 사람들을 통한 세상보기였다. 그만큼 다큐멘터리는 세상읽기와 동떨어질 수 없다. 이산가족 만남으로 인해 세상이 떠들썩했던 1983년에 찍은 다큐멘터리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낸 <맥/脈>이다. 임권택 감독의 조연출 시절에도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이유는 예산 문제로 적은 예산이지만 배우들과 독립영화를 제작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을 그려내는 것도 좋은 영화 만들기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만든 다큐가 한민족의 5천년 역사와 문화를 다룬 <한국환상곡/Korea Fantasy>, 그리고 한국의 춤 중에서도 한국인의 정서를 잘 보여준 <한국의 춤 살풀이>로 공연윤리위원회를 검열을 마치고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공식 데뷔하게 된다. 이후 중앙영화사에서 여러 편을 감독하고 프리랜서로 <늘 푸른 계몽사> 등의 다큐를 제작했다.

다큐 만들기는 당시나 지금이나 상황이 똑같이 어렵다. 다큐 한 편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초저예산다큐를 찍으려 해도 HD급의 카메라가 필요하다. 요즈음의 스마트 폰은 HD급의 화질로 촬영이 가능하다. 최소 두 대 이상의 카메라가 동원되면 그만큼 촬영이 순조로울 것이다. 그 외에 출연료, 촬영진행비 외에 후반작업 비용 등이 몇 천만 원에서 몇 억 원이다. 해외 출장을 간다면 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누가 물어보면 5억 원에서 10억 원이라고 간단히 답해준다. “그러면 다큐멘터리도 만들기는 쉽지 않겠네...” 라고 포기하는 듯한 표정이 되는데 그때 나는 “내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는 3인 1조로 각 5만 원씩 부담해 만들라고 한다.”고 추가 설명해준다.

그렇다. 다큐멘터리는 예산이 중요한 장르는 아니다. 만들고자 하는 의욕이 있다면 예산에 맞추어 제작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주변부의 일들을 소재로 하기에 극영화처럼 고액의 배우를 섭외하거나 로케이션 비용이 거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형편에 맞추어 제작하면 되는 것이다. 예산이 다큐 제작에 큰 걸림돌은 아니다. 주제 의식이 좀 더 거룩하면 그만큼 공익적인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겠지만 좁혀서 우리 집의 이야기를 소재로 할 수도 있다. 가족 앨범도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만들 수 있다. 엄마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먼 남의 이야기일 수는 없다. 나의 기록이 다큐멘터리 만들기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영상콘텐츠인 다큐나 극영화, TV드라마는 큰 차이가 없는 영상의 장르 상의 차이일 뿐이다. 결국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풀어내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드라마나 극영화는 배우들에 의해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고 다큐는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내어 전달하는 방법의 차이인 것이다.

▲ 안태근 박사(문화콘텐츠학,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박사(문화콘텐츠학,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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