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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욱의 유통칼럼] 병행수입 명품의 성장,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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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욱의 유통칼럼] 병행수입 명품의 성장, 이유는?
  • 정형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4.2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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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시장 활성화로 중고 명품 거래 촉진
신상품으로 판매되는 짝퉁 물량 급격히 증가​ 
발렌시아가
▲ 발렌시아가

아이러니하게도 명품 짝퉁은 병행수입과정에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세관 인력들은 상품에 대한 진위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명품 브랜드에 부가되는 고액의 세금이 아닌, 낮은 세율인 일반 상품으로 품목을 신고하고 들여온 불법 위장 상품을 적발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 명품 짝퉁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

좀 더 자세히 보면, 위조 물품을 목록통관 및 국제 우편물로 반입해 온라인쇼핑몰로 판매하는 경우, 자가소비용으로 신고하여 세금을 면제받고 이를 판매용으로 거래한 경우, 통관 신고한 상품을 전면에 두고 신고하지 않은 가품을 안쪽에 넣어 밀반입하는 경우, 보세구역 내에서 환적화물과 컨테이너 단위로 상품을 바꿔치기하여 밀수를 시도하는 경우 등 다양한 관세법 위반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탈세 규모 위주로 효율성을 우선시하여 인력을 배치하고 단속하기 때문이다. 

즉, 처음부터 명품상품이라고 수입 물품을 신고하고 정상 판매가격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하는 상품에 대해서 해당 제품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정밀 감식을 하는 절차는, 필요에 따라 수행하기는 하나, 관세 당국의 업무상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는 비중 있는 업무로 제대로 된 수행이 불가능한 구조이다. 

병행수입 진행 과정에서 세금 납부 시 사용되는 위조된 기업간 ‘제품 거래명세서’에 대해서 진위 여부를 일일이 거래당사자를 조사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달리 말해 세금 포탈 방지가 주목적인 관세청 조직의 성격상, 통관과정을 정확히 지켜가며, 정해진 세금을 명확히 납부하겠다는 업자를 굳이 귀찮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공식 통관제품이면 모두 진품?

우리가 알고 있는 병행수입은 동일한 상품이 국내외 모두 유통되는 경우, 해외에서 적법하게 유통된 상품을 현지에서 구매하여 한국에 들여와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정확히 말하면 ‘진정상품 병행수입’이라고 한다.

관세 당국인 세관에서는 공식적으로 세금을 내고 상품을 국내로 들여왔을 경우, 세금을 납부한 상품임을 인증해주는 QR 인증을 진행해 주기도 한다.

이때 세관을 통관하면서 정상품의 세금을 내더라도 제품 제조원가와 판매가의 가격 차이가 워낙 크기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명품의 정품가격보다 대폭 할인한 가격으로도 마진 확보가 충분하다. 

세관 당국에 세금을 냈음에도 여전히 수익구조는 탄탄하며, 오히려 세관에서 부여한 QR 인증 마크가 해당 상품이 정품임을 보증해주는 인증인 것처럼 오인돼 판매에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공식 통관제품이라고 해도, 가품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위조 상품의 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연간 1조 원에 가깝다. 

과거에는 동대문, 남대문, 이태원 등지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던 판매 채널이 최근에는 오픈마켓과 온라인 중고장터, 개인 SNS를 통해 회원제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 

품목도 가방과 지갑, 시계에 국한되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의류, 골프클럽, 골프공, 신발, 선글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생활 전반에 짝퉁 상품이 스며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과거에는 명품을 구매하려면 고객이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방문해야 했지만, 이제는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가품으로 살짝 의심이 들어도 가격대비 효용을 고려해 모른 척 사기도 한다. 

더욱이 완벽히 위조한 정품인증서까지 제공하는 판매자의 서비스(?)로 인해, 고객은 스스로 합리적인 소비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꺼이 구매하기도 한다. 

세관에 적발된 모조품
▲ 세관에 적발된 모조품

 

◆ 가품, 정품과 한 끗 차이

판매자 역시 완전히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닌, 정품가격의 60~70% 수준으로 판매하기에, 고객은 가품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전혀 하지 못한 채 그저 저렴하게 구매했다는 착각에 빠진다. 

판매방식도 시대에 따라 점점 고도화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100만 원짜리 상품을 1만 원에 판매하던 과거 짝퉁 판매방식과 달리, 정품가격이 100만 원인 상품을 20만 원 정도의 높은 제조원가를 들여 우수한 품질로 정성껏 S급 가품으로 제작하여 공식적인 통관과정을 거쳐 80만 원에 판매한다. 

세금 30만 원을 내고, 유통업체에 마진 10만 원을 주고도 20만 원이 남는다. 

허접한 품질과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누구나 짝퉁임을 알고 구매하던 시대와는 유통채널도 상품품질도, 판매가격 책정정책도, 제품보증서에 포장박스까지도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었다. 

2021년 신문 기사에 따르면, 백화점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롯데에서 800억 원, SSG에서 1천억 원, 현대에서 650억 원, GS에서 500억 원 수준의 온라인 명품판매가 진행됐다고 한다. 

또 병행수입 명품만을 취급하는 온라인 신규 채널인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이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며 각각 3,500억 원, 2,000억 원, 1,800억 원 정도의 온라인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작은 채널까지 합산하면 연간 1조8천억 원에 이르는 병행수입 명품이 온라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중고시장 활성화가 불러온 명품 짝퉁

국내법상 해외에서 제작한 가품을 국내에 불법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관세법 위반은 세관장이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수사 역시 관세청 수사관이 진행한다. 

2019년 관세청에서 적발한 가품 적발 건이 273건, 이중 상표 사범이 245건으로 가짜 브랜드 상품으로 적발된 건만 6,430억 원에 달하는 것을 보면, 적발되지 않고 유통되는 상품의 규모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뉴스를 보다보면 관세청 당국에서 짝퉁 상품을 잡아내는 모습과 함께 이를 압수해서 쌓아두며 소각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접하곤 한다.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저 많은 것을 그냥 소각하다니’ 하며 솔직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은 수많은 짝퉁 거래에 극히 일부분으로 가품 유통업자를 심리적으로 잠깐 위축시키기는 해도 완전히 시장에서 가품을 추방하기에는 효과가 미미하다.

최근 MZ세대가 명품에 관심을 많이 나타내고 있으며 실제로 ‘당근마켓’과 같은 온라인 중고 플랫폼에서도 중고 명품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정품이건 가품이건 중고거래 앱을 통해 한두 시즌 정도 지난 상품을 팔고, 그 제품 판매액에 금액을 보태어 신상 명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신제품의 구매, 소비와 유통, 중고상품의 재활용이 중고장터를 통해 순환되고 있다. 

중고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중고 명품 거래 또한 촉진되고 있으며, 신상이라며 판매되는 짝퉁 물량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짝퉁은 짝퉁일 뿐

브랜드의 지적재산은 소비자가 마땅히 지켜야 하는 가치이다.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제조, 유통까지 수많은 과정에서 정품은 짝퉁 상품과는 다른 다양한 마케팅과 연구개발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홍보 활동을 비롯해 오프라인 고객의 구매 과정 전반에 제공되는 특화된 서비스까지 제조과정 외에도 많은 사람의 노력과 비용이 투입되어, 비로소 하나의 명품 브랜드 제품이 탄생한다.

그 모든 단계를 거쳐 해당 시즌 베스트 상품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가품이 명품 브랜드의 상품을 아무리 정확하고 깔끔하게 정품 이상의 품질로 만들어 내더라도, 가품은 가품일 뿐이고 이를 소비하는 것은 짝퉁 구매인 것이다. 

아무리 고품질의 가품이 넘쳐나더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유통과정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가품 구매는 범법 행위를 유발하는 비양심적인 소비 활동임을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아질 때 비로소 짝퉁 없는 사회로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 

▲ 정형욱 ​​​​​​​前) 하나투어 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前) 갤러리아면세점 인터넷점장 前) 갤러리아백화점 전략실 e-커머스팀장 前) 신세계몰 EC사업부 EC기획총괄 前) 롯데백화점 유통정보연구소 연구원
▲ 정형욱 前) 하나투어 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前) 갤러리아면세점 인터넷점장 前) 갤러리아백화점 전략실 e-커머스팀장 前) 신세계몰 EC사업부 EC기획총괄 前) 롯데백화점 유통정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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