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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배우 신일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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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배우 신일룡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27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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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룡 배우 출연작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 신일룡 배우 출연작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신일룡 배우가 2022년 5월 27일 우리 곁을 떠났다. 그와 만난 지 벌써 40여 년이다.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한 연출부 말단이었고 그는 당대 톱스타로 최전성기였다. 그는 신상옥 감독에 의해 픽업되어 1970년에 <이조괴담>으로 데뷔하여 그야말로 승승장구하였다.

<이조괴담>의 출연은 최지숙, 최인숙, 윤소라, 조수현이며 조수현은 신일룡 배우의 본명이다. 신일룡이라는 이름은 이소룡 출현 전이지만 신상옥 감독이 지어주었다. 오디션 장소에서 당돌하게 캐런티는 얼마 줄 거냐고 질문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만큼 배짱 두둑한 배우였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 선 그는 난생 처음 겪는 촬영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술회하였다. 그래도 촬영은 무사히 끝났고 신일룡은 한국영화계의 기린아로 신필름에서 탄탄대로를 걷는다. 두 번째 출연작은 역시 신상옥 감독의 <평양폭격대>였다. 공군조종사로 출연하여 신영균 배우의 대를 이을 호탕한 성격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1972년에 그는 본격 태권도 영화인 장일호 감독의 <인왕산 호랑이>에 출연하였다. 우진필림 제작, 장일호 감독의 1972년작이다. 장일호 감독은 이 영화 촬영 이전에 홍콩 쇼브라더스의 초청을 받아 쇼브라더스에서 <낙엽비도>, <검은 야광주> 등의 영화를 연출한다.

귀국 후 그는 한국에서 본격 태권 액션영화를 만들었는데 출연진 역시 홍콩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기주, 진봉진이다. 그외 이대엽, 신일룡, 윤일봉, 황해, 허장강, 우연정, 나오미 등의 기라성 같은 옛 배우들이 총출연하였고 권영문 배우가 무술감독을 맡았다. 이두용 감독의 태권액션영화 <용호대련>이 만들어지기 2년 전이고 이소룡의 <정무문>이 한국에 개봉되기 1년 전의 일이다.

홍콩에서 쿵후액션영화를 만들고 한국의 태권도를 소재로 한 이 영화 연출은 장 감독으로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영화는 완성도를 논하기 이전에 본격 태권소재의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소룡 사후 그와 같은 무술배우를 꿈꾸며 홍콩으로 진출한 그는 정창화 감독의 <귀계쌍웅>에 출연하며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한다. 그곳의 김진팔 관장의 도장에서 운동을 하며 출연작을 고대했지만 객지에서의 출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외국인에게 주인공을 맡기는 일은 아무리 뛰어난 외모와 재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악역 배역까지 하며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귀국한다.

원로배우 김일해는 신상옥 감독에 "감독은 좋은 직업이야. 출연시켜주면 (배우가)고맙다고 하잖아"하며 자신을 출연시켜줄 것을 부탁했는데 지나간 사진이나 발굴되는 새로운 영화를 보면 배우야 말로 좋은 직업임을 실감한다. 특히 신일룡 배우의 경우는 더할 것이다. 근래에 두 편의 인도네시아 출연작이 발굴되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한 편은 감독까지 맡았다. <마칸 터방(날으는 호랑이/비호)>은 1977년작으로 영어제목은 <Fiying Tiger> 인데 바비김의 출연작 제목과 동일하다. 물론 동명이작이고 신일룡 배우의 젊은 날을 볼 수 있는 추억의 영화이다. 그가 인도네시아의 해변을 무대로 화려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액션을 보여준다.

팬들로서는 잃어버린 자식이 귀가한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악당의 소굴을 찾아가 벌이는 액션은 이소룡을 연상시킬 정도로 파워풀하고 다이나믹하다.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적의 소굴로 들어간 신일룡은 무수히 많은 악당들과 사투를 벌이고 엔딩에서 다리부상으로 총격전 끝에 기지를 활용해 소굴을 폭파시켜버린다. 엔딩에선 실베스터 스탤론의 <람보>가 떠오르기도 한다. 또 한 편은 무술감독까지 맡은 <푸크란 베란타이/Pukulan Berantai>이다. 모두가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흥행이 되었을 법하다.

 그는 2001년에는 자신의 재산인 경기도 포천의 땅 2만 여 평을 불우노인들을 위한 효박물관 건립에 기부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당시 50억 원을 호가하였는데 지금 가치로 500억 원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고려대는 효박물관을 건립하고 있지 않다. 물론 기부한 땅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신 배우는 생전에 그러한 모든 것에 다 지나간 일이라며 연연하지 않았다. 단호함과 남자다움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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