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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라이프 스토리 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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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라이프 스토리 ⑭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12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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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벤고 공수군단' 촬영장에서 신일룡 배우와 임권택 감독
▲ '아벤고 공수군단' 촬영장에서 신일룡 배우와 임권택 감독

임권택 감독의 <아벤고 공수군단>은 크랭크 업(촬영 종료)을 아무도 모르는 영화였다. 극중 아벤고는 특수전 사령부로 알렉산더, 벤더플 그리고 고중령 등 리더들의 이름을 딴 부대의 이름이다. 영화사의 유영무 기획실장은 내게 “50회 차를 넘겨도 끝날 줄을 모른다.”며 투덜댔다.

당시 보통 영화들의 촬영 회차 수가 15차였는데 무려 몇 배를 넘긴 대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군의 협조를 받아 제작하는 대작인데 항공기로 전진 침투 공수 장면을 촬영하는데 하루, 이틀에 끝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게다가 몹신과 폭파 신이 얼마나 많은지 보통 영화보다 촬영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전쟁영화는 조감독 때 경험하지 않으면 만만치 않은 촬영이고 조감독 이하 제작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원만한 촬영이 가능하다.

신일룡 배우는 이미 전쟁영화 촬영에 익숙한 배우였다. 임권택 감독과 신일룡 배우가 처음 만났던 전쟁영화는 1974년의 <증언>이다. 당시 조감독이었던 노세한 감독에 의하면 당시 신일룡 배우는 “한마디로 아주 멋졌다. 체격과 성격이 대단했다.”고 한다. 대단하다는 것은 “아주 만족스러웠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벤고 공수군단>은 악전고투 끝에 완성되었고 영화는 대한극장에서 개봉되어 학생 단체관람을 하였고 5만여 명을 동원하였는데 대종상영화제에서 안보부문작품상을 수상하며 외화 쿼터를 받았기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제작을 감행한 정진우 감독의 뚝심과 임권택 감독의 분투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 배우 신일룡 배우가 있었다.

임권택 감독으로서는 1980년의 걸작 <만다라> 이후 웬 목적영화를 만들었나 싶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그만큼 탄탄하다. 그러하기에 완성도 있는 영화가 나온 것이다. <아벤고 공수군단>은 신일룡 배우로 인해 다시 한번 회자되었다. 특히 부산 피난시절 술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액션신은 극의 재미를 주는 장면인데 신일룡의 발차기 솜씨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상대역인 정윤희 배우와의 첫날밤 장면 이후 전쟁터로 남편을 떠나보내는 애틋한 장면은 관객들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영화의 백미는 사방에서 포위되어 벌이는 마지막 총격전이다. 주제가인 <전선을 간다>는 군가이면서도 노래방에서 인기곡이 되었다.

극중 신일룡은 이러한 전투에서도 살아남아 인민군 군관을 생포해 아군 특공조에게 넘기고 잔류한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북측의 소년병에게 저격당해 죽음을 맞는다. 전쟁의 참혹함과 국군 특공대의 멋진 활약과 희생을 보여주는 영화는 엔딩의 여운도 강하다. 신일룡의 명연기와 조국을 수호하고자 하는 국군들의 활동상이 강렬한 메시지로 남는 명편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긴 러닝타임인 136분으로 완성되어 대한극장에서 상영되었고, 1982년 제2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안보부문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신일룡 배우의 남우주연상이 아쉽기는 하지만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그러나 기회는 흔치 않고 상을 받는 것은 신의 뜻일 수도 있다.

이후 전쟁영화는 같은 해에 제작된 국방부 국군홍보관리소 제작, 이부춘 시나리오, 최하원 감독의 <경의선>이 있다. <경의선>은 북한의 피난민을 실은 열차가 국군의 인솔 아래 자유 대한으로 넘어온다는 줄거리이다. 이 영화에서 신일룡은 피난민을 인솔하는 주인공 신 대위 역이다. <경의선> 개봉 후, 그의 활동기에 전쟁영화는 제작되지 않았다. 그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된 남북화해 정책에 의한 결과이다.

이후 다시 전쟁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4년에서야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되어 감회가 새로웠고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수립했다. 20여 년의 세월은 영화 장르 사상 최대의 단절 기간이 아닐 수 없다.

신일룡 배우와 전쟁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인데 그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아벤고 공수군단>은 여러모로 그의 영화 인생에서 뜻 깊은 영화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이름과 함께 기억해야 할 영화가 아닐 수 없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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