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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라이프 스토리 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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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라이프 스토리 ⑮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13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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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에 개봉된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 1984년에 개봉된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신일룡 배우의 <아벤고 공수군단> 다음 출연작은 같은 회사 제작인 정진우 감독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이다. 처음의 제목은 <만족>이었고 이후 <두견새 왜 피를 토했나?>를 거쳐 최종 확정된 타이틀이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이다. 당시 유행한 패티 김의 노래 제목을 따오고 작곡가인 박춘석 씨가 음악을 맡았다.

내용은 대기업의 회장이 숨겨둔 여인과 그녀를 사랑하게 된 회장 비서와의 애정 도피극이다. 이는 정진우 감독이 1964년에 신성일‧엄앵란 콤비를 출연시켜 만들었던 <배신>을 리메이크 한 것이다. 이러한 비극적 사랑이야 시대를 건너뛰며 관객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정진우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을 바꾸어 자신이 만들었던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의 연작으로 생각하며 제목을 바꾸기까지 했다.

영화는 <여명의 눈동자> 이후 우진필름에 연속 출연 중인 신일룡 배우와 여주인공으로 이미숙이 낙점되었다. 당시 정윤희 배우는 KBS의 <TV문학관>에 계속해 출연하며 도저히 시간 내기가 힘든 때였다. 회장 역은 능구렁이 캐릭터의 김진해가 맡았다. 촬영은 경춘가도를 오가며 그림 좋은 곳을 골라가며 순항하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1982년에 촬영을 시작해 1984년에야 개봉이 된다. 무려 3년이나 걸린 것인데 그만큼 복잡한 사연이 있다. 영화 한 편의 제작기는 책 한 권의 분량만큼이나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이 영화의 에피소드는 많지만 생략하고 기둥만 말한다면 현장에서의 감독과 주인공 배우의 갈등이다. 현장은 언제나 긴장감이 도는데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모욕감으로 벌어진 일이다. 누군가의 위트로 잘 넘길 수도 있는 일이 악화가 되었다. 이렇게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이 일은 제작자인 정진우 감독이 관여되어 조정해 줄 사람이 없었다.

현장을 떠나버린 신일룡 배우로 인해 촬영은 중단되었다. 모든 장면에 연결되어 있는 주인공이기에 방법이 없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극적으로 만남이 시도되었지만 갈등이 봉합되지는 않았다. 또다시 무기한 연기되며 촬영 팀은 해체되고 말았다. 나 또한 연결 신(순서를 건너뛰며 촬영되기에 장면 편집 시에 연결되는 분위기와 소품, 의상 처리에 연결성이 필요하다)에 필요한 사진 등을 회사에 넘기고 임권택 감독의 문화영화 <이명수 특공대>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화는 팀이 바뀌며 2년 후에야 완성되어 영등포의 영보극장 등에서 상영되었다. 영화는 무언지 모를 부자연스러움으로 완성도가 떨어졌다. 제대로 된 합의가 아닌 계약서 이행으로 진정성이 빠진 연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하여튼 맥 빠진 결과가 되었다. 주제곡인 패티 김의 노래마저도 겉돌았다.

그로서는 상대가 누구이건 간에 잘못된 일이라면 절대 굴하지 않는 성격을 보여준 것이다. 당시 신일룡 배우에 대한 영화계의 소문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잘잘못을 떠나 신일룡 배우의 성격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는 죽기 전까지 용서의 위대함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미 30년 전의 일이라 그도 마음을 풀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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