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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의 라이프 스토리 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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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의 라이프 스토리 ⑯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1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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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에서 오수미와 신일룡
▲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에서 오수미와 신일룡

1982년 신일룡 배우는 정지영 감독의 데뷔작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 출연한다. 그의 필모그래피에 신인감독의 데뷔작 출연은 처음이다. 정지영 감독은 고려대 동문으로 김수용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당시 에로티시즘영화가 유행함에 따라 만들어진 영화이다.

안개가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두 여인을 둘러싼 치정 미스터리로 기획영화적 성격을 가졌고, 에로티시즘 영화 장르에 미스터리 장르를 결합시킨 뉴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류의 영화는 새롭지는 않지만 일단 흥행을 점칠 수 있다. 당시에는 에로티시즘 영화인 <보디 히트>,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누른다> 등의 영화가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하였다. 두 편 모두 악녀 캐릭터인 팜므파탈 주인공의 영화들이었다.

신인감독 정지영은 이런 장르가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고 합동영화사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1980년대 초에 정인엽 감독의 <애마부인>이 장기 상영되었고 시리즈로 기획되던 시기이며, <애마부인> 시리즈 2편에 내정되었던 신일룡은 이 영화에 오수미, 윤영실 자매와 출연했다.

이 영화가 개봉된 1982년은 5공 정권의 3S정책으로 한국영화도 에로티시즘을 표방한 영화들이 제작되던 시기이다. 이런 배경 속에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는 박승배 촬영감독의 세련된 영상이 화제였고 7만여 명 이상을 동원하여 정지영 감독으로서는 당시 데뷔한 감독들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공작을 만들었다.

▲ 신일룡은 무술배우에서 연기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 신일룡은 무술배우에서 연기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홍콩을 오가며 한창 주가를 올렸던 신일룡의 연기 변신은 그가 무술배우로서 뿐만이 아니라 연기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내용은 불륜에 빠져 치정극을 벌이다 정신이상이 되어 죽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신일룡을 둘러싼 두 여인의 속고 속이는 미스터리 형식의 영화는 보는 내내 긴장감을 주었고 실제 자매인 오수미, 윤영실의 연기 또한 볼만하다.

단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정사 장면은 눈에 거슬릴 정도다. 외화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이후에도 미스터리 에로티시즘 영화가 크게 붐을 이룬다. 제목 역시도 <OO가 OO를 OO한다>식의 제목이 한 때 유행했다. 예를 든다면 김성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를 쏘았다>, <여자가 밤을 두려워하랴> 식이다.

이 영화 이전 정인엽 감독의 <애마부인>으로 시작된 성인영화들은 이후 엄종선 감독의 <변강쇠>를 비롯하여 <애마부인>, <빨간 앵두>, <뽕> 시리즈, <어우동>, <사방지> 등이 이어지며 한국영화의 에로티시즘 시대가 만개된다. 그 절정은 1990년대 <매춘>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이는 신일룡 배우의 활동 시기와 겹치는데 남성미 물씬 풍기는 신 배우는 캐스팅 1순위였다. 그렇게 그의 필모그래피에 에로티시즘 경향의 영화가 늘어났다. 그러나 그 자신이 출연을 자제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비즈니스 상 이미지 관리에 좋을 리 없는 영화에 출연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에로티시즘 경향의 출연작은 1년에 두세 편으로 줄였다.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 출연 이후 윤영실 배우는 실종되어 이 영화가 데뷔작이며 은퇴작이 되었고, 오수미 배우마저도 하와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이 영화는 결국 자매의 유일한 공연작이 되었다. 신일룡 배우는 계속 승승장구하며 한국영화계의 독보적인 스타로 군림하였다. 1970년대 이후만 볼 때 1982년부터 그의 출연작은 점점 늘어난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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