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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라이프 스토리 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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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라이프 스토리 ⑲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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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튜디오를 방문한 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중앙)과 성룡
▲ KBS 스튜디오를 방문한 동아수출공사 이우석 회장(중앙)과 성룡

신일룡 배우는 1986년에 샤브샤브 요리전문점인 몽고리안을 오픈했다. 이어 체인점이 해마다 하나씩 늘어나며 호황을 맞았다. 그러면서 대중에게서 차츰 멀어져 갔다. 출연작 제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결국 두 해를 건너뛰어 1989년에 전세권 연출의 KBS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에 출연을 결정한다.

<바람과 구름과 비>는 신일룡 배우가 첫 출연한 TV드라마이다. 조선일보에 연재한 이병주 작가의 전 10권의 동명소설을 극화하였다. KBS 2TV 월화드라마로 50부작이 1989년 10월 9일에 첫 방영을 하여 1990년 3월 27일에 종영하였다. 드라마는 영화와 속성도 다르고 연기의 메커니즘도 다르다. 따라서 영화배우로서만 활동하던 그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흥기, 김청, 노영국, 나한일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시청자들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나 시청율 모두 지지부진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자를 몰입시킬 수 있는 스토리와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의 진정성이 살아있는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와 닿지 않은 것이다.

대하 사극은 KBS가 매년 기획하는 간판 프로그램이다. 이 드라마는 스토리가 문제라기보다는 배역의 문제라는 말이 돌았다. 그리고 드라마의 시청율이 저조하게 되자 자연 주인공인 신일룡에게로 화살이 돌려졌다. 조선조 말 국운이 기울어 가던 무렵, 난세를 구할 수 있는 능력자의 역할이었다. 캐스팅이야 적역이었고 신일룡 배우의 2년 만에 TV 컴백이라 화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연예계에서 마음이 떠난 그에게 이 드라마는 너무 대작으로 감당이 안되었다. 주인공의 대사는 두 페이지를 넘기 일쑤였고 스튜디오에서 녹화되는 현장은 답답하기만 하였다. 긴 대사는 탤런트 누구에게나 고역이지만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것이 바로 프로이다. 신 배우는 자신이 설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고 갈수록 녹화가 괴로워졌다. 많은 대사는 물론이고 수염붙이고 출연하는 것도 못마땅했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닌지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구석이 없었다. 그는 운전기사에 커닝(cunning) 할 프롬프터 페이퍼를 들고 있으라고 하며 연기를 이어나갔다. 이를 보다 못한 전세권 PD가 부조정실 문을 열고 나와 신 배우에게 경고성 멘트를 날렸다. 신 배우 역시도 지지 않고 긴 대사를 직접 해보라며 맞받았다.

이미 마음이 떠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20여 년의 연기생활이 짧은 세월은 아니었고, 그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었지만 그에게 연기는 더 이상 목표가 아니었다. 그는 이 드라마를 끝으로 연예계에서 은퇴를 하게 된다. 연기생활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에 그의 비즈니스는 너무 커졌고 더 이상 출연료가 아쉬울 리 없었다. 스튜디오를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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