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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리콜렉션 ② '속초 대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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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리콜렉션 ② '속초 대포항'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2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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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자리한 대포항의 ‘신일룡의 호두파이’ 매장
▲ 속초에 자리한 대포항의 ‘신일룡의 호두파이’ 매장

속초의 대포항은 ‘신일룡의 호두파이’ 매장이 있었던 곳이다. 거리 뒤편으로 횟집과 수산물 도소매점이 밀집해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찻길 대로변에 그의 호두파이 매장이 있었다. 이곳에 처음 오픈하던 날, 그는 인근의 가게를 돌며 호두파이를 직접 전하며 신고식을 했다. 유명 배우가 호두파이를 들고 나타난 주민들이 깜짝 놀랐을 터이지만 그런 모습이 신 회장의 진짜 모습이다. 인사와 더불어 인근의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상권을 살리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매장만 잘 될 리 없고 상가 전체가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충남 예산의 매장을 할 때인 2019년에 속초로 놀러갔다가 가게를 발견하여 계약 후 1년간 세만 내며 있다가 2020년 8월에 매장을 오픈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복병에 발목을 잡히고 결국 2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와중에 병마가 찾아들어 치료 차 서울로 옮기며 매장은 타인에 의해 관리되었다. 결국 2022년 5월의 거리두기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매장 시설을 가평으로 옮겼다.

인근 점포의 주인들은 그의 별세 소식을 믿지 못하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매장 폐업은 인근 주민들에게도 아쉬운 일이다. 신일룡의 호두파이 매장이 상가에 활기를 불러 넣어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매장의 철수는 지역민들에게도 아쉬운 일이다. 그가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지역이며 또 새로운 가게가 오픈하겠지만, 이제 그의 발자취와 함께 기억될 여러 장소가 그를 기리는 투어 코스가 될 것이다.

거리 중간의 밥도둑 식당은 신 회장이 즐겨 찾던 곳으로 김치찌개가 맛있다. 식당의 여주인은 놀라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만큼 건강해보였던 그이다. 신 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바로 김치찌개이다. 돼지고기 숭숭 넣어 끓인 묵은지 김치찌개는 그야말로 밥도둑이 된다.

그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설악산을 올랐다. 대포항에서 설악산 입구까지는 차로 20여 분 거리이다. 그보다도 먼 거리인 양양 바닷가를 사이클로 이동했던 그이다. 설악동에서 그가 매일같이 올랐던 비선대까지는 걸어서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론 더 멀리 양폭산장을 거쳐 8Km를 더 올라간다면 대청봉 정상이다. 신 배우는 설악산에 울산바위가 있어 남성적인 산이라고 표현했다. 비교하여 또 다른 매장이 위치한 계룡산은 여성적인 아기자기한 산이라고 말했다.

비선대 가는 길 주변에 소나무로 조성된 등산로는 태고의 신비를 전해주고 기암괴석은 계곡을 이루어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같이 이곳을 다닐 수 있어서 행복할 것이다. 신일룡 배우는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내어 이곳을 매일같이 찾아왔다. 나도 그를 생각하며 이곳을 찾아 오르다보니 그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설악항의 전라도 횟집은 직접 잡은 횟감을 요리해주는데 신일룡 배우의 단골집이다. 안주인역시 암으로 투병 중 먼저 별세했는데 신 배우 역시도 별세 2주 전 마지막으로 찾아갔다가 안주인의 별세 소식을 듣고 매우 안타까워했다. 본인 역시도 동병상련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아들이 물려받아 운영 중이다.

샌드위치 가게도 유명한데 먹물 샌드위치를 거의 매일 먹었다고 할 정도이다. 아침으로 주식을 삼았다. 이곳은 가족끼리 운영하며 오전에 일과를 종료하기 때문에 오전 12시 전에 가야만 한다. 오징어 먹물을 쓰면 색깔이 비호감인데도 불구하고 역발상으로 상품을 개발한 셈이다. 이를 사가지고 설악산을 오르며 맛본 샌드위치는 그 맛 또한 더욱 특별했을 듯하다.

홍영애 숯불갈비 식당은 양념게장을 밑반찬으로 제공한다. 이 가게는 돼지갈비가 맛깔스러워 식욕을 생겨 절로 손이 가는 집이다. 따라서 이 가게도 예약을 해야 하며 서울이나 지방에서도 손님들이 온다. 이런 소문이 나며 양념게장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이 식당의 홍영애 주방장과 박건우 사장은 그의 별세 소식에 너무도 안타까워했다.

신일룡 배우가 즐겨 올랐던 설악산 비선대
▲ 신일룡 배우가 즐겨 올랐던 설악산 비선대

신 배우가 이곳 대포항과 설악산에 갖는 애착과 열정은 이곳을 방문해보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산과 바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던 맛집이 즐비하여 그를 이곳으로 끌어당겼을 것이다. 이곳 맛집들의 공통점은 가족적인 분위기의 식당이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주방을 담당하며 직접 요리해내는 곳이다. 비록 매장은 이전했어도 대포항과 설악산을 찾는 팬들의 발길은 계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나를 비롯한 이소룡의 팬들은 그동안 이소룡의 유적지와 촬영지를 찾아 홍콩이며 미국의 시애틀과 LA, 이탈리아 로마, 태국, 그리고 중국 광동성 불산시의 이소룡낙원을 찾아다녔다. 나로서는 신일룡 배우의 별세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신일룡 투어 코스가 생긴다면 우리나라나 타국의 팬들에게도 다행스럽고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속초와 양양은 그의 투어 1번지 격이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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