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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아리시마 다케오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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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아리시마 다케오 단편집
  • 김희연 기자
  • 승인 2022.06.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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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시마 다케오 단편집(有島武郞 短篇集), 류리수 교수 번역집 표지
▲ 아리시마 다케오 단편집(有島武郞 短篇集), 류리수 교수 번역집 표지

[한국공정일보=김희연 기자] 『아리시마 다케오 단편집(有島武郞 短篇集)』은 1910년대 일본 문학계를 풍미했던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郞, 1878∼1923)의 작품, <사랑을 선언하다>(원제 <선언>), <태어나려는 고뇌> <카인의 후예>를 담고 있다.

◆ 시라카바파의 역류자(逆流者), 아리시마 다케오

아리시마 다케오는 1910년대 낙관적 이상주의를 구가했던 ‘시라카바(白樺)파’의 동인과 달리 계급적 모순과 여성의 해방 등 사회 문제에 주목한 작가이다.

어릴 적부터 금욕적 영적생활과 강렬한 성욕 사이에서 갈등해온 아리시마는 미국 유학 시절(1903∼1907) 영육을 모두 긍정하는 휘트먼에 공감하고 크로폿킨의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했다.

아리시마는 선과 악, 영과 육을 동등하게 긍정하며 자유인을 지향하고 ‘본능적 삶’을 갈구했다.

하층민에게서 ‘본능적 삶’을 발견한 아리시마의 애정과 관심은 <쾅쾅벌레(かんかん虫)>(1910)를 시작으로 이 책에 수록된 <카인의 후예>(1917), <태어나려는 고뇌>(1918)로 이어지며 한층 깊어졌으며 마침내 상속 받은 대농장을 소작농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줬다.

또한 ‘남녀의 사랑이 절정인 순간에 죽는다’고 했던 아리시마는 1923년 유부녀 하타노 아키코(波多野秋子)와 동반 자살한다.

대표작으로 <어떤 여자의 초상(或る女のグリムプス)>(1911∼1913), <선언>(1915), <카인의 후예>(1917), <돌에 짓눌린 잡초(石にひしがれた雑草)>(1918), <태어나려는 고뇌>(1918), ≪어떤 여자(或女)≫(1919), 평론 <아낌없이 사랑은 빼앗는다(惜しみなく愛は奪ふ)>(1920) 등이 있다.

◆ “자연에서 바로 막 따온” 본능적 인간, 닌에몬

<카인의 후예>는 아리시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주인공 닌에몬은 아리시마가 지향한 ‘본능적 삶’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홋카이도의 매서운 겨울날, 닌에몬이 절름발이 아내와 갓난아기, 여윈 말을 끌고 마을에 나타난다. ‘자연에서 바로 막 따온’ 듯한 닌에몬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절로 자연의 일부처럼 열심히 움직여 일한다. 마을에 정착한 그는 마을의 규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작료를 내지 않는 것은 물론 일정량 이상 농사가 금지된 아마를 제 마음껏 심는다. 광폭한 성격에다 이웃집 유부녀와 간통하고 이웃집 아이들을 때려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러운 불행이 잇따르고 급기야 마을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결코 머리 숙여 절하지 않는다. 갓난아기도 말도 잃은 닌에몬과 아내는 홋카이도의 눈보라 속을 걷다가 마침내 숲에 삼켜져 버린다.

◆ 아리시마와 한국 근대문학

한국 근대문학을 태동시킨 김동인 염상섭 등은 1910년대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당시 문단의 주류였던 자연주의, 시라카바파 등의 문학을 접했다. 3.1운동 실패 후 귀국한 그들은 사회 진출의 한계 속에 문학을 분출구로 삼아 근대문학을 형성해 나갔다. 김동인은 《창조》에서 아리시마를 가장 많이 언급했고, 아리시마의 희곡 《죽음과 그 전후》의 전반부를 번역했고(1920), <마음이 여튼자여>(1920)에서는 K가 아리시마의 <선언>을 읽고 작품을 폄하한다. 전영택의 <운명>(1920)도 아리시마의 <선언>의 구도를 차용하고 있다. 박석윤도 아리시마의 <어린 것들에게>를 번역(1921)했다.

아리시마의 영향이 가장 짙게 배어 있는 작가는 염상섭이다. <암야>(1919집필, 1922발표)에서 아리시마의 <태어나려는 고뇌>를 읽고 생사를 건 예술적 고뇌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암야>에서는 이상적으로 펼쳐내지 못한 채 일탈로 끝맺는다. 봉건적 사회의 인습, 일제강점기라는 한국의 왜곡된 현실 속에서 염상섭은 역설적으로 더욱 강렬하게 진실과 예술을 향한 내면의 힘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너희들은 무엇을 어덧느냐》(1923)에서 신여성 마리아와 약혼자의 친구가 아리시마의 <선언>을 돌려 읽고 자신의 내면의 진실을 자각하게 된다. 그러나 자아에 눈뜬 마리아는 <선언>의 Y코처럼 이상적인 사랑을 선언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는 약혼자와 영육이 분리된 죽음과도 같은 결혼을 한다. 일제 강점기와 봉건적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이중으로 억압받고 있는 근대 식민지 여성의 불행한 구조를 드러냈다. 이렇게 염상섭은 아리시마의 <선언>의 연애구조를 차용하여 성, 돈, 인습, 도덕을 초월하고 일제강점기라는 캄캄한 암흑을 극복해나갈 ‘더 큰 힘’을 기대하는 선언을 하고 있다.

◆ 옮긴이 소개

류리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공부하면서 20여 년간 일본어, 일본의 문학과 문화를 강의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연구소의 연구원이다. 한국의 근대문학 형성기에 당시 인기 작가였던 아리시마가 어떻게 수용되고 변용되었는지에 대해 박사 논문 <아리시마 다케오와 염상섭 문학의 ‘근대적 자아’ 비교 연구>(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2004)를 썼다. 이후 그 배경이 되는 한일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으로 삼게 되었다.

신인논문상(한국일어일문학회, 2004), 신인번역가상(새한국문학회, 2005)을 받았고,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예계간지 ≪문학과 현실≫에 이어 ≪착각의 시학≫에 꾸준히 일본 문학을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 밖에 번역서로 ≪어느 멋진 하루≫(원작 ≪신(神樣)≫, 가와카미 히로미(川上広美), 2009), <한 송이 포도>, <클라라의 출가>(≪일본 명단편선≫, 아리시마 다케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8)이 있다. 또한 부친(류의석)이 남기신 유고를 기반으로 보완, 수정하여 일본어판 ≪白凡逸志≫(2019)를 출판하여 일본 조선인학교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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