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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리콜렉션 ⑮ '서울 삼청동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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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리콜렉션 ⑮ '서울 삼청동 일대'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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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세 한 달 전인 4월의 늦은 밤, 청와대 가는 길목의 매장을 보러 왔다.
▲ 별세 한 달 전인 4월의 늦은 밤, 청와대 가는 길목의 매장을 보러 왔다.

신일룡 회장이 운명하기 마지막 날까지도 거처했던 ‘신일룡의 호두파이’ 삼청동 매장 인근에는 그의 발자취가 묻어있다. 이곳의 단골집인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은 단팥죽으로 유명한 집이다. 이웃들과 사이가 좋았던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매장의 오픈 준비를 하고 인근의 ‘별다방’으로 향했다. 최근 청와대 개방으로 이곳을 찾는 인파가 부쩍 늘어났다. 워낙에 북촌에 관광객들이 많은데 이곳까지 이어지며 이곳은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신 회장은 이곳이 뜰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긴 안목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그의 피날레를 이곳으로 하기로 작정하고 멀지 않은 곳에 이층짜리 ‘가마치 통닭’의 매장을 점찍어 두었다. 이곳에서 지인들과의 마지막 파티를 꿈꾸었을 것이다. 그는 늦은 저녁에 나와 김재곤 회장을 불러 매장을 소개했다. 이런 열정은 그야말로 전쟁에서 배수진을 친 장수의 모습 그 자체이다.

그리고 계약날, 갑자기 집주인의 태도가 바뀌어 버렸다. 청와대 개방으로 대박이 예상된다며 갑자기 계약을 미루자는 것이었다. 갈라지는 곳에 자리했다. 청와대 개방 이후 인파가 늘어나면 당연히 재계약 시에 조정하면 될 터인데 그걸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인데 계약이 결렬되고 신 회장이 느꼈을 허망함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인근의 ‘삼청동 수제비’ 집은 희한하게 성공한 사례이다. 다른 곳에 수제비 식당을 찾아보기 힘든데 이곳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수제비란 음식이 신세대까지 불러내니 과연 소문은 무섭구나 싶다. 5공 때 전 대통령이 방문했다고 소문났는데 확인할 길 없다. 우리는 이곳에서 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 먹었다. 그야말로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3공 시절 밀가루 배급을 받으면 해먹을 음식이 수제비와 칼국수였는데 나나 신 회장에게는 회고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 삼청동의 맛집 ‘만정’에서 본 ‘신일룡의 호두파이’ 삼청점.
▲ 삼청동의 맛집 ‘만정’에서 본 ‘신일룡의 호두파이’ 삼청점.

조금 더 삼청점 쪽으로 올라오면 한식당 ‘꿀밥상’이 있다. 이 동네의 음식점이 모두 맛집이고 매상이 높지만 이 집은 앉을 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몇십 분을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맛 또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유명 식당이다. ‘오복당’도 가정식 백반을 퓨전화한 맛집이다. 신 회장이 하던 런던팝에서 데이트를 하던 주인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온마을’ 식당은 국내산 최상급 재료로 만든 저염식 두부요리 전문점으로 두부김치찌개가 일품이다. 청와대 직원도 단체로 온다.

삼청점 바로 맞은편에 있는 고기집 ‘만정’도 신 회장의 단골집이다. 2층에 자리잡고 앉으면 가게가 바로 내려다 보이므로 손님이라도 보이면 삼청점의 오성림 매니저가 바로 내려가 파이를 팔기도 했다. 신 회장이 고르는 메뉴는 집의 대표 메뉴인 한점 소고기 정식이다.고기 한 점에서 작명한 듯한데 고기를 적당히 먹고 된장찌개나 한우안동국밥, 혹은 평양냉면을 추가 주문하여 먹는다. 그 옆의 ‘개성철렵’ 식당은 평양식 콩국수가 진국이다. 어머니가 해주던 맛으로 신 회장에게는 간장조림 계란요리도 선물해주던 곳이다.

또 한 집 뺄 수 없는 맛집이 바로 메밀 막국수 전문인 ‘북촌막국수’ 식당이다. 함흥시가 고향인 신 회장의 기호음식인 메밀 막국수는 맛이 그만이다. 추가 메뉴로 불고기도 있으며 주문하여 먹어도 금방 배달이 된다. 장례식 며칠 후 주문을 하니 배달을 하며 부의금 봉투를 건넨다. 동네의 인정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삼청동이 관광객으로 채워지더라도 동네 인심은 그대로일 것이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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