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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미국 조카 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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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미국 조카 해룡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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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UCSD 졸업식장에서
▲ 2011년, UCSD 졸업식장에서

미국 사는 조카 해룡의 이야기이다. 해룡은 승현 형의 장남으로 이민 2세이며 1988년생이다. 달라스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UCSD(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이고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삼성에 입사하여 매니저로 근무 중이다. 조카는 34살인데 영어와 한국어 두 언어가 가능해 졸업하면 본인의 희망대로 앞으로 큰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조카는 18살 때인 2006년에 방한하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미국감독과 유창한 영어로 통역을 맡아주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한국을 방문하였는데 차츰 한국이 좋아졌단다. 처음엔 복잡하고 많은 사람에 적응이 안 되어 돌아가고 싶었다는데,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오고 싶다고 한다. 당시의 방문 비용도 본인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마련했단다.

2007년에도 귀국했는데 교회 여름학교의 영어강사 자원봉사자인데 3주 일정이 짧다고 더 있기를 희망하니 한국에 정이 든 것 같다. 졸업하고 한국에서도 근무하고 싶다고 하는데 비록 국적은 미국이지만 커가면서 한국인화 되어 가는 것 같아 곁에서 보기에 좋았다.

재외동포가 700만 명을 헤아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들은 비록 몸은 외국에 나가 살지만 마음은 고국에 와있다. 나가 살면 애국자가 될 수밖에 없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같은 민족이고 한민족이다. 70세 고령에도 고국을 찾아오는 사할린 동포의 마지막 한 마디는 “고국에 뼈를 묻고 싶어서...”이다. 어쩔 수 없는 회귀본능이다. 미국에 살더라도 가능하면 한국에 가까운 서부지역으로 몰리는 현상도 이와 비슷한 것 아닐까?

조카는 예전에 한국 학교를 체험하고 싶다 하여 모 학교에서 청강을 한 적도 있다. 물론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인기짱이었다. 미국에 가서 느낀 것이지만 미국 학생들은 유순하고 밝다. 학교에서 야간자율 학습시간 없고 휴일이면 교회에 모여 스포츠를 즐기며 노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행복한 삶을 사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또래의 한국학생들의 삶은 어떠한가? 우리네 학생들은 학원에 가서 밤늦게 귀가를 한다. 안 시키면 그만이라지만 싫으면 가지 말라고 해도 본인 스스로 가방 들고 학원으로 향한다. 안가면 뒤처지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나도 물론 과외세대이고 학원도 줄기차게 다닌 세대이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모진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놀며 슬슬했던 기억인데 요즘 아이들처럼 공부했다면 1등도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UCSD로 유학 간 한국학생이 현지 학생보다 공부를 더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이들에겐 아이들 나름대로의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 보다 폭 넓은 자기계발의 시간을 주고 취미와 봉사활동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나 학원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스스로 깨우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의 인생을 스스로 찾아가게 하고 본격적인 공부는 대학에서...!!”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정서상 자기계발 학원과 취미학원 나아가 봉사학원까지 생겨나 또 학생들을 옭아맬 것이다. 당시 일 년 만에 다시 만나 대학생이 된 조카를 보며 문뜩 든 생각이었다.

해룡은 작년에 한국계 2세 여성을 만나 올해 6월 6일에 아들을 낳았다. 조카 세대는 부모들이 보기에 너무 욕심이 없다. 부모세대는 자식을 강하게 키우려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자식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불안정한 생활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아버지 세대와 안정된 환경에서 자란 차이이다.

교회에서 있었던 아버지의 영결식에서 했던 조카의 조사이다. “아빠는 영어를 잘 못했고 자신은 한국말을 정확히 못해서 서로 소통이 안 되어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세대차가 있어서 아빠에게는 NO가 안 되었다. 무조건 YES여야 했는데, 지금 와서야 성실하게 일만하려고 했던 아빠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카의 인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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