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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비관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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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비관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 김동길 박사
  • 승인 2014.10.04 0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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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희망이 있었습니다. 한 때는 “하면 된다”는 표어가 많은 국민을 감동시킨 것도 사실이고, 그런 무모한 발상이 상식인 것처럼 통용되던 '황금의 계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어딜 가나 들려오는 것은 탄식소리 뿐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희망의 나라'가 아니라 '절망의 나라'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7~80된 사람은 모두 입을 모아 “패망 직전의 월남을 꼭 닮았다”고 하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처음에는 매우 괴롭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를 하도 많이 들으니까 점점 반응은 약해집니다.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이 앞서서 현실도피가 불가피합니다.

우리가 40년 전의 월남이 더듬던 그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 한국인은 밤마다 잠이 안 온다고 해야 옳습니다. 나라가 망하면 우리는 갈 곳이 없으므로 여기서 다 죽어야 하기 때문에 절망입니다. 세월호의 참사가 우리의 '기'를 꺾은 셈입니다. 세월호를 둘러싼 부정과 부패를 목격‧실감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칼을 빼 들고 '쾌도난마'를 부르짖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우리는 눈앞에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세월호의 침몰로 수학여행 떠났던 아들, 딸을 잃었다는 유가족의 일부는 처음부터 대단한 강경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19대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내어 쫓기로 결심한 사람들 같았습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되도록 흔들고 또 흔들어 쓰러지게 하려고 결심한 사람들같이 보였습니다. 나는 조선조 500년의 어느 한 때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유가의 윤리나 도덕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일부 유가족의 매우 일그러진 표정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가?”고 묻고 싶은 심정이 되었습니다.

초상집의 상주는 왜 베옷을 몸에 감고 땅을 치며 통곡하였습니까? 억울해서가 아니라 부끄럽게 때문에 그랬습니다. 수치심보다도 증오심이 앞서면 사회가 무너집니다. 나라가 망합니다. 아들, 딸을 먼저 보내는 것을 '참척'이라고 합니다. 유가의 관례대로 한다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참척 당한 부모를, 그래서, 적극 위로하는 것이 이웃의 도리였습니다.

세상이 거꾸로 가는 느낌입니다. 이러다간 대한민국이 월남의 신세를 면하기 어렵겠다는 총체적 비관론이 오늘 압도적인지도 모릅니다.

▲ ▲ [글. 김동길 박사. 1928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출생하여, 연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인디아나 주 에반스빌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톤대학에서 링컨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교수, 교무처장, 부총장을 역임하고 조선일보사 논설고문, 제14대 국회의원, 신민당 대표최고위원을 거쳐 현재 사단법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과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길은 우리 앞에 있다>, <링컨의 일생>, <한국청년에게 고함> 등 80여권의 저서가 있다. 출처: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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