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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요지경 속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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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요지경 속이로다
  • 김동길 박사
  • 승인 2014.10.0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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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권력서열 2위, 3위, 4위가 '손에 손잡고' 인천아시안 게임 마지막 날 폐막식에 참석코자 한국을 찾았습니다. 김정은 다음으로 힘이 세다는 황병서는 군복으로 정장하고 경기장에 나타났습니다. 운동경기를 구경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 중에 대장 복장을 입고 군모를 쓰고 나타난 사람은 아마도 황 씨가 처음이자 마지막일겁니다.

그들의 방문이 우리들에게 도깨비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의 두목인 김정은은 몸이 불편해서 공식석상에 나타나지도 못한다는 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추측과 억측이 난무합니다. '북이 이제는 우리와 화해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몸짓을 하려는 것이 아닐까'하는 낙관론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 반면에 끔찍한 상상도 하게 합니다. 북이 로켓을 발사하며 공갈과 협박을 일삼을 때에는 큰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저 사람들의 전략 가운데 '평화공세'라는 것이 있는데, 이 전술에 말려들어가기 쉽기 때문에 더 큰 경계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나서 그 틈에 무자비한 침략을 감행합니다.

6‧25가 그런 대표적 사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김일성은 전쟁 준비를 다해놓고 소련군을 북에서 철수시켰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를 향해, “미군은 왜 철수하지 않느냐?” 불호령을 던졌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미국도 철군을 감행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짧은 봄날의 꿈이 있었습니다. 김일성은 이승만에게, “북에 감금돼 있는 조만식과 남쪽 감옥에서 복역 중인 이주하, 김삼룡을 38선 어디에서건 맞바꿉시다"라고 제의하였습니다. 이것이 모두 위장된 평화공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6‧25가 터졌습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죽을 애를 썼습니다. 황병서가 김광진의 손을 흔들면서 만면에 미소를 띄웠습니다. 왜 그런지, 불길한 생각이 앞섭니다.

▲ [글. 김동길 박사. 1928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출생하여, 연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인디아나 주 에반스빌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톤대학에서 링컨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교수, 교무처장, 부총장을 역임하고 조선일보사 논설고문, 제14대 국회의원, 신민당 대표최고위원을 거쳐 현재 사단법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과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길은 우리 앞에 있다>, <링컨의 일생>, <한국청년에게 고함> 등 80여권의 저서가 있다. 출처: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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