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7 03:22 (토)
[김동길 칼럼] 미신타파가 급선무다
상태바
[김동길 칼럼] 미신타파가 급선무다
  • 김동길 박사
  • 승인 2014.10.07 0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생리적으로 미신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미신을 멀리하려고 날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는 평생에 복권을 단 한 장도 사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사는 복권이 당첨되리라고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의 아버님은 정초에 <토정비결>을 보시는 일이 없었고, 평생 점쟁이를 멀리 하셨습니다. 시골의 면장 노릇을 하고 계실 때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집에서 키우는 소 한 마리가 여러 날 여물을 먹지 않아 머슴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소가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파다했다고 합니다. 굿을 해야 귀신이 물러난다고 일러준 동네 노인들도 있었답니다.

아버님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시고 몽둥이를 들고 그 '귀신'들린 소를 두들겨 팼답니다. “귀신에게 시달려 죽을 거라면 내 몽둥이에 맞아 죽어라”고 하시며 사정없이 그 소를 패셨답니다. 동물 애호가들은 “지나치다”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그럴 수밖에 없으셨던 나의 아버님의 격한 심정을 나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를 호되게 맞은 그 소가 다음 날 아침부터 여물을 먹기 시작했다는데 아마도 '귀신들'이 아버님의 매질에 놀라 도망을 갔고, 그 소는 건강을 되찾은 것이라고 밖에는 풀이가 안 됩니다. 나는 가끔 그 장면을 되새기며 그 아버님의 과감한 미신타파의 기백에 경의를 표합니다.

풍수지리에 과학적인 일면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양지바르고 통풍 잘되는 땅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망자들의 유택이 그래야만 후손들이 잘된다는 말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부자 되는 지름길! 당신이 사용하는 숫자에 답이 있다”는 내용의 책이 나와서 잘 팔리고 있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약간의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축구시합이 시작되기 직전에 “이번 시합에서 우리 팀이 꼭 이기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하는 감독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 종교가 그래선 안 됩니다. 아들이나 딸이 지옥 같은 대학입시에 임할 때, “하나님, 내 아이가 꼭 합격하게 해주세요”라고 비는 어머니를 나는 미워합니다. 그것이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이 미신을 타파한 그만큼 우리 사회는 선진사회가 되는 겁니다.

▲ [글. 김동길 박사. 1928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출생하여, 연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인디아나 주 에반스빌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톤대학에서 링컨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교수, 교무처장, 부총장을 역임하고 조선일보사 논설고문, 제14대 국회의원, 신민당 대표최고위원을 거쳐 현재 사단법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과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길은 우리 앞에 있다>, <링컨의 일생>, <한국청년에게 고함> 등 80여권의 저서가 있다. 출처: www.kimdonggil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