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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우리는 왜 날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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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우리는 왜 날지 못하는가?
  • 김동길 칼럼
  • 승인 2014.10.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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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의 꿈이 있었습니다. 새들은 날아가는데 사람은 왜 날지를 못한단 말인가? 새가 날아갈 수 있는 것은 양쪽에 날개가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좌익과 우익이 있는 '날들'을 만들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오늘의 비행기가 생겼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작은 새 한 마리가 잘 날아간다고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자랑스러운 작은 새였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60년대, 70년대, 80년대 - 군사정권의 위세가 당당하던 세월이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열기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군사정권은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이 나라의 경제를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군사정권의 마지막 주자이던 대통령 노태우가 민주화를 선언하고, 김영삼을 모셔다 대통령의 자리에 앉힘으로서 민주화에 박차가 가해졌습니다. 잘만 나갔으면 경제 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곧 GDP 3만 달러를 달성한 선진국이 될 것으로 우리는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건강하고 아름답던 새 한 마리의 왼쪽 날개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얼간망둥이'들이 오른쪽 날개라고 자부하고 나서서 이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목과 갈등의 어처구니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경제도 침체되고 정치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은연중에, 때로는 노골적으로, 북에 자리 잡은 '김 씨 왕조'는 휴전선 이남의 대한민국의 지속적 발전을 방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이 우리 정치와 경제에 이렇게 깊이 파고들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을 통일의 전주곡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요? 누구도 그렇게 단언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통일이 멀어지지는 않습니다. 통일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의회민주주의로 머지않아 남북은 통일될 것입니다. 그 날이 오면, 이 작은 새는 두 날개를 다 펴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을 겁니다. 태평양 시대의 새 주역이 될 것입니다.

▲ [글. 김동길 박사. 1928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출생하여, 연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인디아나 주 에반스빌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톤대학에서 링컨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교수, 교무처장, 부총장을 역임하고 조선일보사 논설고문, 제14대 국회의원, 신민당 대표최고위원을 거쳐 현재 사단법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과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길은 우리 앞에 있다>, <링컨의 일생>, <한국청년에게 고함> 등 80여권의 저서가 있다. 출처: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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