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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즐거운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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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즐거운 나의 집
  • 이성순
  • 승인 2015.02.01 2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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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을까?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딸과 저녁 후 걷는다. 불쑥 “엄마! 우리 다 같이 한 집에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요. 나는 정리를 잘하니 청소담당, 엄마는 음식하기 좋아하니 식사담당, 수연인 애들 공부를 잘 시키니 학업담당하면 잘할 텐데요” 라고 한다.

지난해 7월. 며느리 수연이가 취업되어 작은애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2년간 보살펴주기로 하고 5살 손녀, 9살 손자, 아들과 며느리 4명이 들어와 우리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조용히 살다가 갑자기 닥친 대가족 생활이 힘들어 이제 1/4 지나갔다고 날짜를 헤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아들네와 함께 사는 게 좋아 보여서일까? 부러워서일까?

학교수업이 끝난 아이들, 막 퇴근한 남편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대낮에 주부들이 카페를 찾기보다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면, 주말이면 가족들이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면 분명 그 집은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집이고 정리정돈이 잘되어 편히 쉴 수 있는 즐거운 집임에 틀림없다.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이 거대한 집으로 변했다. 아르코미술관의 '즐거운 나의 집' 전시 (2014.12.12~2015. 2.15)는 '살았던 집', '살고 있는 집', '살고 싶은 집' 세 종류의 집을 미술관 1, 2층과 아카이브라운지, 스페이스 필룩스까지 연결해 전시하며 '집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전시는 건축가 고 정기용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 삶에는 유년시절을 보낸 '기억의 집', 현재 사는 집, '살아보고 싶은 집'이라는 이야기를 건축가 및 영상, 설치, 회화 등 시각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참여하여 하나의 집으로 재구성하는 전시다. 제1전시실 '살았던 집'은 따뜻했던 추억을 담은 과거의 집을 그리고 있다. 현관 거실 부엌 화장실 다락방 마당의 공간들이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제2전시실 '살고 있는 집'은 우리는 어떤 집에서 살고 있는지, 집을 둘러싼 여러 가지 사회적 이해관계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제3전시실 '살고 싶은 집' 은 앞으로 살고 싶은 집, 새롭게 꿈꾸는 미래의 집의 사례들이 영상으로 선 보이고 집에 관한 대안적 주거형태와 다양한 책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을 나오며 가족의 개념, 삶의 터전으로서의 집보다 자산으로서의 집을 생각하며 살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내 집은 어떠한지, 나의 삶은 어떠한지? 그리고 앞으로 살아보고 싶은 이상적인 집을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개인의 가치관이 담긴 문화로서 '즐거운 집'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생각해본다. 주거의 변화는 곧 삶의 변화를 의미하며 삶의 변화는 사회와 시대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많은 건축가들과 사회학자 그리고 주부와 남편들이 '집' 이야기를 사회적 담론으로 이끌어 우리에게 새로운 주거문화로 변화된 '즐거운 집'을 제시할 때가 된 것 같다. 해체된 가족 간의 회복, 사회적인 문제에서의 탈피, 새로운 건축의 붐이 다시 일어나는 기회는 이렇게 시작될지도 모른다.

불쑥 딸이 꺼낸 3대가 함께 사는 '즐거운 집'을 수도 없이 그려보며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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