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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동길 박사. 1928년 평안남도 맹산 출생. 연희대학교 영문과 졸업. 美 인디아나 주 에반스빌대학 역사학과 졸업. 보스톤대학 철학박사 학위 취득(링컨 연구). 연세대학교 교수, 교무처장, 부총장 역임. 조선일보사 논설고문. 제14대 국회의원. 신민당 대표최고위원. 현재 사단법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저서 : <길은 우리 앞에 있다>, <링컨의 일생>, <한국청년에게 고함> 등 80여권 출처: www.kimdonggill.com] |
초대된 손님으로는 우리 세 사람 외에 강신옥 변호사와 젊은 하프시코드 교수가 한 사람 더 있었을 뿐, 매우 조촐한 모임이었습니다. 무슨 요리를 한다는 것은 오래 전에 예고된 바 있었는데, 마산이 교향인 이 댁 안주인의 자랑은 '대구요리'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구요리'라고 하면 '대구탕' 하나밖에 모르던 나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대구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의 가짓수가 10을 넘는 것 같았습니다. '대구알' '대구껍질'도 다 훌륭한 요리의 품목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김 교수 부인은 '암'이라는 무서운 병과 싸워 이기고 나서, 20여 년 전에 공기가 맑기로 소문난 이 높은 곳에 집을 짓고, 약간 '속세에 물이 든' 스님같이 생활해 왔다는데, 머리에 염색을 하지 않아 완전한 은발인인 집 여주인의 모습은 고귀한 유림의 백작부인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왜 이 깊은 산중에 사시나요?”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李白(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 한 수를 속으로 읊조렸습니다.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어찌 이 깊은 산중에 사시나요?” 내게 물으니
나 대답 않고 빙그레 웃어 내 마음은 한가해
복사꽃잎 떨어져 물 위에 흘러흘러 간 곳이 묘연한데
여기가 별천지라, 인간 세상 아니라네
밤 열시 가까이 그 집을 떠났습니다. 그 집 앞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차에 오를 때 김 교수 내외 앞날에 더욱 큰 성취와 행복이 있기를 기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