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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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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나는 누구인가?
  • 김동길 박사
  • 승인 2015.03.05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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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동길 박사. 1928년 평안남도 맹산 출생. 연희대학교 영문과 졸업. 美 인디아나 주 에반스빌대학 역사학과 졸업. 보스톤대학 철학박사 학위 취득(링컨 연구). 연세대학교 교수, 교무처장, 부총장 역임. 조선일보사 논설고문. 제14대 국회의원. 신민당 대표최고위원. 현재 사단법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저서 : <길은 우리 앞에 있다>, <링컨의 일생>, <한국청년에게 고함> 등 80여권 출처: www.kimdonggill.com]
이름 석 자 (김동길)는 확실합니다. 생년월일도 분명합니다. '1928년 10월 2일' 출생지는 '평안남도 맹산군 원남면 향평리 110번지' - 이것도 틀림없습니다.

오래 전에 Winston Churchill의 가족 묘지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는 영국 블에이든 성 마틴 교회 뒤뜰의 초라한 무덤에 누워 있었고, 그의 묘비에는 다만 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그는 저 유명한 Westminster Abbey에 누을 자리가 이미 마련돼 있었지만 끝까지 거절하고, 매우 초라한 시골교회 묘지에 있는 초라한 무덤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나는 일제하에 태어나 일본인들에게 많이 시달리며 젊은 날을 보냈고, 해방의 소용돌이 속에서 김일성의 포악한 정치를 참다못해 달도 뜨지 않는 어두운 밤에 철원으로 하여 38선을 넘어 월남하였습니다. 남로당의 횡포에 대해 미군정도 속수무책이었고 다만 북에서 시달리다 월남한 반공청년들의 <서북청년단>이 박치기로, 주먹질로, 발차기로, 좌익 '반동분자들'과 맞붙어 싸워야 했던 그 시절도 경험하였습니다.

6·25가 터지고 또다시 피난길에 올랐고 죽을 뻔한 고비도 여러 번 넘겼습니다. 대학에서 40년을 가르쳤고 정년이 되어 퇴직했지만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군사정권에 맞서서 싸우다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15년 징역형을 살기위해 안양교도소에 갇혀 있다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나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조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왔다고 나의 삶을 요약할 수는 있습니다. 주제 넘는 말이라는 비난을 빋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나의 임종을 지켜볼 아들도 딸도 없는 '무의탁노인'인 동시에 그런 걸 원치도 않는 늙은이이기 때문에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대비가 다 되어있습니다. 나는 그 시간이 오면 Alexander Pope의 시 한 수를 읊조리고 있을 겁니다.

Thus let me live, unseen, unknown;
Thus unlamented let me die;
Steal from the world, and not a stone

Tell where I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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