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7 21:36 (토)
[칼럼] 유승민의 기행과 궤변
상태바
[칼럼] 유승민의 기행과 궤변
  • 김종철 사회평론가
  • 승인 2015.07.08 1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문제를 둘러 싼 새누리극단의 막장드라마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 막장드라마는 3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유승민의 기행과 배신, 2장은 박근혜대통령의 분노와 응징 그리고 3장은 유승민의 구질구질한 퇴장이다.

1장, “유승민의 기행”

야당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원내대표 연설, 위헌인 국회법 개정안과 유명무실한 공무원연금개혁안, 그리고 유승민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으로 짜여 있다. 이러한 기행의 본질은 야당과의 야합 또는 포퓰리즘적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속이고, 자신이 속한 당을 속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가치를 훼손한 것이다.

유승민이 행했던 원내대표 연설은 유승민과 일부 새누리당의 개념없는 의원들이 말하는 “새누리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을 국회로 보내준 전통적 지지층을 배신하고, 결국 자신에게 한 장의 표도 더해주지 않을 야권 지지자를 향해 추파를 던진 것에 불과하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술집 작부에게 안방까지 내줘봐야 돌아오는 것은 패가망신이다.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불가피한 변화라고 주장하는 자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그 대다수 중도층이라는 부류는 특별한 이념적 지향성이나 분별력을 찾아보기 힘든 중우(衆愚)가 대부분이다. 그럴듯한 말에 잘 속아 넘어가는, 주관이 약한 부류이다. 만약 유승민류의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어리석은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표를 모으는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소신있게 말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헌법 파괴적인 국회법 개정안이나 자유시장경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이 본인의 불굴의 소신이라면 당을 떠나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고 당에 남아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해당(害黨)행위이다.

2장 박근혜 대통령의 분노와 응징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에 나온 바이지만, 필자는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대통령이 국회법만을 이유로 유승민을 사실상 정치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을까? 배신자라고 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은 아마도 비서실장 등을 통해 너무나 오랫동안 유승민에게 자제를 요구하고 경고장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유승민의 계속된 기행을 참다못해 직격탄을 날렸을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유승민을 거론함으로써 헌법수호라는 본래의 깊은 뜻을 희석시킨 것은 대통령의 실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사태는 유승민의 자업자득이다.

3장 막장드라마의 백미! 유승민의 구질구질하고 지저분한 퇴장

유승민은 사퇴기자회견에서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였다"며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논란이 심각했고, 대통령이 위헌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여 물러나게 된 사람이 헌법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선, 코메디 중의 코메디다.

자신이 사퇴하면 대한민국이 전제군주국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일부에서는 박근혜대통령의 거부권행사를 두고 “왕조시대”운운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는, 국회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인지 몰라도 국민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이다. 거부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 오히려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잘 한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다.

나아가 유승민은 "지난 4월 국회연설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겠다, 제가 꿈꾸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 유승민이 말하는 “고통받는 국민”은 누구인가? 감옥에 가 있는 이석기류인가?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데도 철마다 때마다 파업을 일삼는 귀족 노동자들인가? 광화문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치지 못해 표현의 자유를 탄압받는다고 여기는 자들인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온갖 혜택은 다 누리면서 입으로는 자본주의의 폐해, 신자유주의의 폐해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들의 편이라는 사이비 정치인들인가?

유승민은 자신이 가진 막대한 재산의 반이라도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쓰고 난 뒤에 그런 입에 발린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유승민이 자신의 재산은 어려운 사람을 위해 한 푼도 쓰지 않고, 전 국민의 세금으로만 “고통받는 국민”을 도우려 했다면 유승민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참고로 지난 3월 국회가 발표한 유승민의 등록재산은 35억2072만 원이다. 유승민은 부자들이 비교적 많은 새누리당의 지도부 중에서도 김무성 대표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막대한 재산가이다.)

[글. 김종철 사회평론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