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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육하(六何) 원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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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칼럼] 육하(六何) 원칙이란?
  • 김동길 박사
  • 승인 2016.06.0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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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동길 박사. 1928년 평안남도 맹산 출생. 연희대학교 영문과 졸업. 美 인디아나 주 에반스빌대학 역사학과 졸업. 보스톤대학 철학발사 학위 취득(링컨 연구). 연세대학교 교수, 교무처장, 부총장 역임. 조선일보사 논설고문. 제14대 국회의원. 신민당 대표최고위원. 현 사단법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저서 : <길은 우리 앞에 있다>, <링컨의 일생>, <한국청년에게 고함> 등 80여권 출처 : www.kimdonggill.com]

[한국정경신문=김동길 칼럼] 언론인이나 신문기자들이 무슨 일을 놓고 물어야 할 질문이 여섯 가지가 있는데 그걸 '육하' 또는 '유카'의 원칙이라고 하는 겁니다. 아마도 영어권에서 우리에게 전해진 말일 겁니다.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왜(Why) - 이 다섯의 'W'에다 어떻게(How)를 하나 더 덧붙여 '유카'가 된 것이랍니다.

살인사건이 하나 벌어졌다고 합시다. 그러면 우선 경찰이나 기자가 달려가서, 어떤 놈이 어느 날 몇 시 경에 어느 장소에서 이 살인을 어떤 방법으로 감행한 것일까? 그런데, 그 살인은 왜 했을까? 그 범행의 동기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왜'(Why)가 가장 관심 있는 질문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의 '유카'의 원칙을 바탕으로 매일매일 정리하면서 산다면 우리들의 정신위생에 많은 유익이 있을 겁니다. 우리 세 사람이 어떤 TV프로에 1주일에 꼭 한 번씩 만나 2년 동안 100회를 함께 출연했던 가수 조영남이 요새 역경에 처한 사실을 알고 여러 가지 괴로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조영남은 여러 해 그에게 밑그림을 그려준 그 화가를 좀 더 후하게 대우하지 않았을까?

내가 보기에는 그가 결코 인색한 사람 같지가 않았는데, 자기의 이름으로 전시되고 판매되는 그림 값의 무조건 30%만 주었어도 이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을 것 아닐까? 옛날부터 소작료를 삼‧칠(3‧7)제로 한다고 들었는데, 땅은 비록 지주의 소유이지만 소작인에게 추수의 30%는 틀림없이 주었기 때문에 농촌의 평화가 가능했던 것 아닐까?

침례교회의 김장환 목사가 내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조영남이 찬송가를 하도 잘 부르기에 그가 앞으로 신학교에 다니고 복음성가를 부르는 훌륭한 음악 목사가 되기를 바라고 미국 유학을 주선해 주었는데 예수는 믿지 않고 딴짓만해서 속상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두 가지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는 일이 있기 어렵습니다. Winston Churchill은 유럽을 히틀러의 만행에서 구출한 위대한 정치인이었지만 그림을 또한 잘 그렸고 많이 그렸습니다. 그러나 그가 번번이 그림전시회를 하고 그림을 팔아 수입을 올렸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조영남도 유행가수의 정상 자리만 지키고 그림은 취미로만 그렸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가장 시급하고 적절한 질문은 '왜' 나는 오늘 이 일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절실한 질문은 'Why'라고 믿습니다. 동기가 나쁘면 결과도 나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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