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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휠체어에 앉은 투혼의 연기에 기립박수를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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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휠체어에 앉은 투혼의 연기에 기립박수를 보내다
  • 이성순 칼럼니스트
  • 승인 2016.10.21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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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성순 칼럼니스트] 한 편의 아름다운 수채화나 영상미술과 같다.

연극 '마스터클래스' 마지막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주 금요일 오후 5시. 연극배우 박정자가 가까운 친구들 6명을 초대하여 함께 했다. 박정자는 아프면서도 매일 무대에 오르는 후배 연극배우 윤석화를 응원하기 위하여 첫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공연장에 나타나 애틋한 마음으로 관람하며, 이날도 윤석화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의 연기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이야기한다.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 올린 연극인생 40년 '마스터 클래스'앙코르공연(2016.10.7.~10.16) . '마스터클래스'는 윤석화의 데뷔 40주년기념 특별공연이다. 원래 9월 27일부터 공연 예정이었으나 연극 개막을 1주일 앞둔 20일 늦은 밤 연극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갈비뼈 6대가 부러지고 등뼈에 금이 가는 부상으로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주치의는 만류했지만 윤석화는 개막을 늦춰 10월 7일부터 16일까지 9일간 무대에 서기로 했다.

'마스터클래스'는 '노래의 여신'으로 불린 유명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가 실제로 했던 마스터클래스에 영감을 얻어 극작가 테렌스 맥날리가 쓴 작품이다. 마리아 칼라스가 1971년, 1972년에 걸쳐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열었던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며 만나는 학생들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이를 통해 그녀의 삶, 예술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하얀 벽면에 까만 그랜드 피아노와 까만 작은 테이블이 놓여있는 무대의 가운데 문이 열리고, 휠체어를 탄 윤석화가 무대 중앙으로 나서자 객석에서는 박수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은 그는 1막 중반까지는 휠체어에 앉은 채 잘 버티지만, 1막 마지막 휠체어에서 일어나 절규하는 장면에선 왼손으로 오른쪽 가슴을 움켜잡으며 고통을 이겨내려 함을 관객들은 읽을 수 있다. 2막에선 연신 오른쪽 옆구리를 감싸 안으며, 통증 때문에 호흡이 다소 부족한 듯 했지만 온몸을 바친 투혼의 연기에 관객들은 눈시울을 적시며 기립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힘든 공연에 대해 윤석화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다”고 말한다. “몸이 아파도 여기서 포기하면 영영 무대에 서지 못할 것 같았다. 아플 때마다 스스로 다짐했다. 관객 사랑 속에서 40년을 한결같이 연극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죽기 살기로 해야겠다. 대사를 잊어버릴까봐 공연 사흘 전부턴 진통제도 끊었다”고 한다.

'마스터 클래스'의 커튼콜에 윤석화는 “여러분이 저희의 태양이라는 뜻으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로 답한다. 윤석화를 비롯해 테너 토니 역의 양준모, 소프라노 샤론 역의 윤정인, 소피 역 박선옥,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비니첸코가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이탈리아 나폴리 민요'오솔레미오'(O sole mio)로 화답하며 눈물을 흘린다. 관객들의 눈에서도 계속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전설의 가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불타는 예술혼을 연기하는 윤석화를 바라보며 관객들은 긴장하며 가슴을 졸이고 그녀의 통증을 함께 아파한 두 시간을 오랫동안 기억 할 것이다.

윤석화의 빠른 쾌유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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