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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정희, 노무현 신드롬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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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정희, 노무현 신드롬을 경계한다
  • 김충식 기자
  • 승인 2016.11.25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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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국가, 민주주의를 위해 일 할 후보가 필요

[한국정경신문=김충식 부장] 대한민국에는 모두 11분의 대통령이 계셨다. 이승만(1~3대), 윤보선(4)대, 박정희(5~9대), 최규하(10대), 전두환(11~12대), 노태우(13대), 김영삼(14대), 김대중(15대), 노무현(16대), 이명박(17대), 박근혜(18대). 이 역대 대통령 중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사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죽어서도 살아있는 대통령이 있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다.

박정희 대통령에는 과(過)와 오(誤)가 뚜렷이 구분된다. 새마을 운동과 경제발전은 50~60년대 쌀이 떨어지고 나면 보리를 수확하기 전까지 먹을 식량이 없어 생긴 '보릿고개'를 없앤 장본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잘살아보세'라는 목표를 제시했고, 그 운동의 시작은 새마을 운동으로 전국적으로 번졌다. 경부고속도로를 개발하는 등 경제발전의 밑바탕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잘못도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5, 6, 7, 8, 9대에 걸쳐 대통령을 하면서 이른바 독재정권을 이루었다. 1972년 유신헌법을 선언하고 국회해산과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야당의원과 지식인, 대학생들의 민주화 요구를 탄압했고 '독재정권'을 만들고 결국 자신의 부하였던 김재규에 총탄에 맞아 돌아가는 비운의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상고 출신의 변호사였다.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고졸 신화의 역사를 썼고, 1988년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해 당선, 5공 청문회에서 맹활약하며 최고의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경남 김해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 당선 100% 안정권인 종로를 버리고 부산에 내려가지만 낙선한다. 하지만, 오히려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인기나 지명도는 오히려 전보다 더 높아지게 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인 '노사모'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구호아래 '참여정부'를 표방했다. 참여정부는 대북정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여 남북 화해모드를 이어갔고, 외교적으로 한미FTA를 추진해 교역을 확대했다. 지방혁신 도시를 건설해서 지방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자주국방의 길을 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2004년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되는 위기에 몰리나 헌재에서 기각되어 다시 대통령의 직무를 할 수 있게 된다. 퇴임 후에는 '박연차 게이트' 때문에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재임 중 가족이 후원자의 경제적 지원을 받은 일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는 과정 중 2009년 5월 23일 봉하 마을 뒷산에서 투신하여 서거하는 역시 비운의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이 두분의 대통령이 아직도 살아 계시다면 믿겠는가?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당시 그의 당선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박정희 신드롬'이었다.

대선을 앞둔 2012년 11월14일 박정희 탄생 기념행사에서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이 “금오산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 전설이 이뤄지도록 여러분이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확히 어느 때 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인터넷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했던 일화와 그의 애국심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여성대통령이 선출되는데 일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소설가 정찬씨는 11월 25일자 '박정희 유령'이라는 제목의 한겨레 칼럼을 통해 “1997년 외환위기와, 지금까지 이어지는 양극화의 고통은 '박정희 신화'의 폐해를 올바르게 극복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불행이었다. 이 불행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심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가 아버지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령에 사로잡혔던 것일까?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주어 대통령으로 만든 유권자들 역시 이 신드롬에 사로잡혔던 것은 아닐까? 박정희 신드롬은 어쩌면 온 국민이 집단적으로 박정희 망령(?)에 갇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게한 '집단최면'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이들도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 또는 정신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 말이다. 또 솔직히 말해서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도 한 장 있으면 당선될 것이라고 믿었던 이들 말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인해 탄핵의 위기에 놓여 빠르면 내년 4월 조기 대선을 치루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또 다른 신드롬이 번지고 있다. 바로 노무현 신드롬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좋았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라는 식의 이야기가 기사와 SNS를 통해 번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은 우매한 선택을 했다. 죽은자의 신드롬에 사로잡혀 자신의 주권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앞으로 자신의 주권을 통해 새로운 선택을 하기위한 상황이 왔을 때 2012년과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그건 비정상적인 것이다.

대선에 나서려는 자, 그리고 대선을 이루려는 자, 이제 당당히 신드롬에 기대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온 국민을 체면에 빠지게 하듯이 죽은자의 망령을 가져오지 말고 국민과 국가,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갖고 와서 소신껏 의견을 펼치는 인물말이다.

유권자들 역시 죽은 자의 망령에 기댄자들에게 현혹되지 말고 그들에게 정말 국가와 민족,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해 일 할 수 있는 후보인지를 보고 선택해야 한다. 지금의 사태는 결국 우매한 유권자들이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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